김홍선 대표 "보안산업, 공익정신은 기본"

일반입력 :2009/11/23 09:02

이설영 기자

보안업종에서 사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공익에 대한 의식이 필요합니다. 보안이 잘 되려면 사회 전체가 그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계몽'을 해야하기도 하죠.

안철수연구소는 우리나라 보안업계 및 소프트웨어 업계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보안 분야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후순위로 밀리는 분야 중 하나이다. 심각한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그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라는 지적 산물에 대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꾸준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안철수연구소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의 일순위에 손 꼽히는 이유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지난해 8월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으로 있던 때에 최고경영자(CEO) 직무대행이 되면서 대표 업무를 시작했다. 2개월 뒤인 10월부터 정식 대표로 선입됐다.

김홍선 대표는 서울대전자공학과 학·석사, 미국 퍼듀대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올해까지 15년째 정보보호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보안 1세대 전문가로 손꼽힌다.

정식 CEO가 된지 약 1년. 김홍선 대표가 이끈 안철수연구소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대표가 되기 전부터 기존 제품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에 집중했죠. 덕분에 'V3도 가장 무거운 백신에서 가장 가벼운 백신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렇게 지난해 초부터 진행한 제품 업그레이드가 총 14건입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DDoS 대란' 같은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바짝 주목을 받다가 또 다시 관심 대상에서 멀어진다.

소프트웨어 자체를 취약하게 만들어 놓고 이를 보안 기술만 가지고 보완하려고 하죠. 이론적으로는 소프트웨어의 취약성만 없으면 보안 사고도 터지지 않습니다. 장비만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심각한 오해죠.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체계화된 프로세스입니다.

업계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백신산업의 경우 책임질 수 없는 소프트웨어들이 너무 많습니다. 백신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가짜도 있죠. 무료백신이란 공익차원에서 하는 것인데 이를 마케팅툴로 활용하다보니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해외 사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어쨌든 수익을 올리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 한국 내에서만 갖혀 있는 건 어리석다는 생각에서이다.

씨를 뿌리는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관제를 하면서 악성코드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독보적입니다. 게임 보안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죠. 모든 제품을 가져가서 무리하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제품을 판다는 전략입니다.

어려움도 많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보안회사이지만, 해외에서는 그저 변방의 조그만 나라에서 온 무명의 회사일 뿐이다.

채널·브랜드 인지도 등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부족하죠. 글로벌업체와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하면 불가능합니다. 단 니치마켓을 확보해 고객군을 확보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미국·일본·유럽 등 시장의 강점은 소프트웨어를 제값주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그마한 시장이라도 우리나라보다 나을 수 있는 것이고요.

사내벤처인 고슴도치플러스도 안철수연구소가 미래를 위해 뿌리는 씨앗 중 하나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오픈소셜'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고슴도치플러스의 방향에 대해서는 최근 확신이 생겼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고민이죠. 향후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 좋은 애플리케이션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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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년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해외 시장에 대한 마케팅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에 성장엔진이 부족하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지난 1년간은 기존 제품에 대한 씨앗을 부렸죠. 이제 준비된 것들에 대한 결실을 이룰 차례입니다. IT 산업이 전반적으로 올해는 소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내년은 좀 달라질 것이라 봅니다. 또 5~10년 뒤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도 뭔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