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인 찾기 '장기화'…그래도 '긍정적'

일반입력 :2009/11/12 14:00

송주영 기자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던 효성이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이번달 12일 돌연 인수의사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하이닉스 행보, 매각절차 등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9년 동안이나 '주인 없는 회사'로 있었던 하이닉스의 '주인 찾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주인 없는 하이닉스'가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인수 절차 장기화가 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8분기만에 흑자 전환했고 반도체 시장 순환주기상 내년 시장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효성, 인수 선언 후 50여일만에 '포기'

이날 효성은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 의향 철회를 공식화하면서 "특혜시비 등 전혀 사실무근인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 등으로 인해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게 됨에 따라 인수의향을 철회하기로 매우 안타깝고 힘든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발표했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 발표와 함께 현직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란 점에서 특혜를 받고 있단 구설수에 올랐다.

하이닉스를 인수할 자금력이 있냐는 의혹 섞인 눈초리를 받아 왔다. 효성의 자본규모는 8조원으로 13조원 수준인 하이닉스보다 더 작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효성가의 미국 부동산 거래 의혹,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힘든 시기를 겪어왔다.

이 와중에 효성은 지난달 30일 다가온 예비인수제안서 접수 연기 요청, 또 다시 이번달 2일 연기 요청 등 예비인수제안서 접수 시기를 연장해왔다. 결국엔 16일 시한을 남겨두고 인수 철회까지 발표한 상황이 됐다.

효성의 접수 연기에 대해 업계에선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고 이번 철회에 대해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시너지 낼 수 있는 업체가 인수해야"

증권가에선 이번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철회에 대해선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효성과 하이닉스의 시너지에 대해선 그다지 "효과 크지 않다"란 분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섬유, 중공업, 정보통신으로 효성이 차츰 사업영역을 넓히긴 했으나 반도체 사업까지 진출하는 데 대해선 그 역량이나 이외 사업과의 통합 효과에 대해 의심 받아왔다.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통합 효과나 자금력, 운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주인으로 나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증권가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관련업계 평가다.

하이닉스 주인은 우선은 국내에서 찾게 될 전망이다. 최근 일련의 사례에서 보듯 해외 매각은 기술유출의 우려가 있단 점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D램시장 2위, 낸드시장 3, 4위를 다투는 하이닉스가 해외 매각될 경우

국내 기술유출 논란으로 인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날 재매각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한 외환은행 등 주주협의회 역시 공개입찰 방식으로 '국내기업'에 재매각할 방침을 밝혔다.

효성 역시 공시를 통해 중요한 기간산업이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하이닉스가 국내 산업자본에 매각돼야 한다는 대승적인 관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매각 과정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처음부터 수순을 다시 거쳐야 하는만큼 1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시기에 대해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장기화될 것은 분명하지만 시기를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평가…"여전히 매력적"

당분간 홀로 서게 될 하이닉스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치킨게임'의 승자로 군림한 데 이어 내년 반도체 시장도 나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8분기만의 흑자전환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D램, 낸드 가격 상승, 출하량 증가 등에 기인한 것이다.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약 26% 가량 상승했으며 출하량도 늘었다.

하이닉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D램 시장은 3분기 이후에도 계속 올라 이번달에는 올 하반기 들어 최고 상승률을 개신하기도 했다.

D램 시장은 내년에도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이 생각보다 좋다"며 "지난 2년 동안은 반도체 투자가 거의 없었는데 통상 이같이 투자가 없던 이후에는 공급증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달 출시된 윈도7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등 윈도7 효과까지 내년 전망을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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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하이닉스는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려가고 있는 중이다. 54나도 D램 생산비중을 3분기말 약 45%까지 증가시킨 데 이어 연말부터는 44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같이 반도체 시장 호황, 하이닉스의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시기는 예상할 수 없지만 국내업체에 대한 하이닉스의 매각 가능성은 충분히 있단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