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저물어 가면서 2010년 이후의 IT 분야를 전망하는 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공통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과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를 주요한 트렌드로 꼽고 있다. 가트너는 최근 가트너 심포지엄을 통해 2010년 주요 IT 투자 키워드를 예상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 가상화 , SaaS 등을 꼽았고 , 삼성 SDS도 내년 7대 IT트렌드를 발표하면서 그 중 하나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선정한 바가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이라도 하듯 국내 주요 SW 솔루션 및 SI 관련 업체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및 SaaS 사업을 강화할 것이란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와 잉카인터넷 같은 보안 솔루션 업체들을 필두로 ERP , 오피스, 그룹웨어 , 문서관리 등 다양한 솔루션 등을 SaaS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할 예정이며 삼성SDS , LG CNS 등 주요 대형 SI 업체들 또한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구축하고 사업화를 준비중에 있다. SK텔레콤같은 통신 업체도 콘텐츠 공급자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고 이를 사업화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필자가 과거 유행했던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에서 부터 현재의 SaaS,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국내 SW의 현실에 기인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국내 SW에 종사한 여러 분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이 SW 업계의 고사위기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국산 SW 솔루션이 정당한 제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장 상황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SW 솔루션 시장이 왜곡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국내 대형 SI 업체들이 국내 SW 솔루션과 인력, 유지보수에 대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필자는 과거 7년이 넘게 국내에서 기업용 SW 솔루션을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적잖이 해봤다.
외산 제품의 경우 별다른 이견없이 고가의 라이선스 비용과 매년 도입 비용의 20%가 넘는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국내 제품의 경우 거의 무상에 가까운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매번 경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필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필자의 경험에 의한 것이며 주관적일 수 있으니 다른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따라서 이러한 국내 SW 솔루션 시장에서 업체가 생존하고 성장하는 것은 현실적인 여건상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SW와 솔루션을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판매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하였다. SW 솔루션을 서비스로 판매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SaaS 모델은 SW 서비스 개발 회사와 고객이 직접 만나 직거래를 할 수 있고 , 예측이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중소형 업체들의 입장에서 규모에 따른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해외의 경우 이미 아마존과 세일즈포스닷컴처럼 성공한 대형 회사들을 필두로 이미 SW 서비스 시장(SaaS)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형성됐고 초기 시장 진입기를 벗어나 성장기에 접어든 상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주로 중소형 솔루션 업체들의 노력에 의해 국내 SaaS 및 클라우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SDS,LG CNS 등 대형 SI 회사의 클라우드와 SaaS 시장 진출 소식이 과연 국내 SW 시장에 도움이 될까? 고민해 본다. 기대반 우려반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먼저 현재까지 알려진 대형 SI 회사들의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준비 사항은 아직 초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 클라우드 전담 부서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는 프로토타입을 구축하는 수준이며 관련 솔루션들도 자체 개발이나 오픈소스를 통한 개발 등이 아니라 해외 솔루션 등을 도입해서 구축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SaaS 서비스는 성격상 오랜 기간 운영을 통해 얻는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은 아직 선언적인 상태이며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업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SLA와 과금을 위한 정교한 메터링 기술 등은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운영 등을 통해 안정화되며 검증이 되어야 한다. 실제 , 아마존의 경우 오픈소스 가상화 솔루션인 젠을 사용하여 EC2 서비스를 구축했으며 오랜 기간 베타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SLA 수준과 메터링 기반의 과금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용화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결코 기존의 상용 제품 라이선스로 클라우드 컴퓨팅과 SaaS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 자체 개발된 솔루션이나 오픈 소스 솔루션 또는 국내 중소형 전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솔루션을 확보해야 만 한다. 이처럼 아직 갈 길이 먼 대형 SI 회사들의 클라우드와 SaaS 시장 진출에 대해 몇가지 중요한 점을 언급하고 싶다.
먼저, 그동안 국내 SW 솔루션 시장이 잘못된 사업 관행 등에 의해 왜곡되어 중소 솔루션 업체와의 공생에 실패한 것을 교훈삼아 중소형 클라우드 및 SaaS 업체와의 공존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할 것이다. 대형 SI 회사라 할지라도 모든 기술과 서비스를 가질수는 없다.
따라서 국내 중소형 클라우드 및 SaaS 업체와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중소 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보다 발전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만 한다. 이미 우리는 애플 앱스토어와 세일즈포스닷컴 앱익스체인지 및 포스닷컴 등을 통해 이러한 선순환 생태계 시스템을 통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건강한 시장을 형성하는지 경험했다.
다음은 클라우드와 SaaS 서비스들간 연동을 위한 표준을 초기부터 적극 고려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클라우드와 SaaS 서비스로 모든 업무를 구축 ,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클라우드들과 SaaS 서비스들을 연동하기 위한 표준 방법이 필요하다.
가령, OAuth같은 인증용 오픈 API 등을 표준으로 지원하여 서비스들간 사용자 및 인증 연동을 가능하게 하거나 중소형 클라우드와 SaaS 업체들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메터링 기반 과금 체계 및 서비스 표준화 그리고 SLA(Service Level Agreement) 표준화와 계약서 표준화 등를 통해 사용자 기대에 만족할 만한 품질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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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내의 몇몇 대형 SI 회사들은 SW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대형 SI 회사는 없다. 현재 대형 SI 회사들은 또 다시 클라우드 컴퓨팅과 SaaS 등에 투자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마존과 세일즈포스닷컴 등의 서비스가 구축 후 운영이 정상화되어 수익을 내기 까지 4년에서 5년까지의 기간이 걸렸다. 이처럼 국내 대형 SI 회사들도 성과가 나기까지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한 투자와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함께 알아야 만 할 것이다.
그리고 중소형 클라우드 및 SaaS 업체들의 성공없이는 절대 나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