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카오스의 모바일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방법

일반입력 :2009/08/09 14:09

박재현
박재현

최근 휴대폰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크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은 업체간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여 얽혀있는 시장인지라 미묘하면서도 재미있는 판세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애플의 아이폰 SDK와 앱스토어는 기존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같은 통신서비스 사업자와 삼성, 노키아같은 제조 업체 들에게 모두 큰 영향을 미쳤다.

통신사와 제조 업체들에겐 애플의 등장은 기존에 차지하고 있던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제공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객과 모바일 관련 애플리케이션 또는 콘텐츠 개발자(또는 개발사)입장에서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가 행복했었나?

기존 모바일 시장은 철저하게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철저하게 통신 서비스 사업자의 입김에 따라 관련 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이 좌우된다.

통신 서비스 사업자는 고객에게 판매할 디바이스를 삼성이나 LG같은 디바이스 사업자로부터 납품받는다. 이 때, 디바이스에는 윈도 CE나 심비안 또는 삼성의 SHP같은 디바이스 플랫폼이 설치된다. 플랫폼 공급자나 디바이스 사업자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콘텐츠 공급자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소싱해 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 해당 디바이스를 공급한다.

이러한 사슬의 끝에는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있다. 이렇게 생산된 디바이스에는 전화 기능외에 네이트 같은 통신 서비스 사업자 고유의 콘텐츠 서비스가 떡하니 박혀 있다. 당연히 다른 서비스는 이용할 수도 추가할 수 도 없다.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개발자, 디바이스 사업자 등 모든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 집중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기만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과 달콤한 가격 체계때문에 통신 서비스 사업자를 통해 장비를 구매하게 된다.

당연히 모바일 업계의 현재 구조는 모든 구성원의 생사가 통신 서비스 사업자의 결정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선택과 공급이 모두 통신 서비스 사업자에 달려있다. 매우 폐쇄적이다. 수익배분 구조도 열악하기 때문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산업 구조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쉽게 말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상황이다.

참고로 같은 구조지만 일본 NTT 도코모 아이모드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업체들에게 개방한다. NTT도코모는 이들 업체들의 품질관리만을 하며 수익배분도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에게 많이 제공한다. 상생의 전략이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사실 기존 모바일 시장의 먹이사슬이 완벽하다 보니 사슬의 끝에 위치한 통신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현재 모델이 끝까지 지속되길 바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구성원들 특히,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은 모순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 모순을 해결 할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통신 서비스 사업자의 폐쇄적인 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 채널을 이용하여 사용자와 직거래 하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직거래를 통한 전략은 이미 NTT를 통해서도 검증이 된 것이다. 이러한 직거래 채널을 마켓플레이스로 구체화를 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설치,운영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플랫폼을 제공하며, 이 플랫폼에 최적화된 디바이스를 생산해 낸 업체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팟을 통해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콘텐츠(음원)-콘텐츠 플랫폼(아이튠)-콘텐츠 디바이스(아이팟) 으로 이어지는 폐쇄적이지만 강력한 구조를 만들어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스마트폰 시장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애플의 스마트폰 생태계는 기존 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 집중되던 구조를 구성원 모두가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한 데 큰 의의가 있다. 물론 , 애플의 경우 플랫폼과 마켓플레이스, 디바이스를 모두 공급하기 때문에 최대의 수혜자 임은 분명하다.

이해당사자들의 복잡한 이해타산

기존의 질서가 붕괴되면서 카오스의 시대가 왔다. 지금은 카오스를 통해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는 과정에 있다. 특히, 그간 가장 홀대받던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공급자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플랫폼 공급자와 디바이스 사업자 들은 애플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새로운 질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반면 통신서비스 사업자는 새로운 돌파구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더구나 최근에 들리는 이야기에는 차세대 아이팟터치에 마이크가 붙어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기존 모바일 통신도 인터넷 통신으로 대체되거나 겸용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마켓플레이스 , 노키아 심비안과 OVI Store , MS의 윈도 모바일과 마켓플레이스 , 그리고 삼성전자, LG 전자 , SKT, LGT, 이어서 KT/KTF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모바일 관련 회사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이러한 카오스 상황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혼돈속의 질서, 불규칙속의 규칙

현재의 혼돈과 불규칙한 시장 상황은 새로운 질서의 전주곡이다. 따라서 이러한 혼돈속의 새로운 질서를 예상해 보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고민해 보자.

애플 아이폰, 노키아 심비안, 구글 안드로이드, MS 윈도 모바일 등 주요 스마트폰 개발 플랫폼 업체들은 계속해서 플랫폼의 주도권을 나눠 가질 것이다.

 

PC 사용자는 다른 사용자의 PC와 데이타를 교환하며 때로는 다른 PC를 사용한다. 이러한 데이타와 사용성 호환 등을 위해 사용자는 윈도 같이 하나로 통일된 PC플랫폼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통일된 플랫폼을 선호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애플이나 구글을 선호하거나 용도에 따라 게임용 그래픽이 강력한 플랫폼을 선호할 수 도 있다. 폼나게 다니고 싶은 사용자는 UI 기능이 강력한 플랫폼을 선호할 수 있다.

이처럼 모바일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스마트폰 시장을 형성하고 유지해 나 갈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보유한 개발 플랫폼은 고객과의 직접 채널인 마켓플레이스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와 수요자를 동시에 연결시켜 디바이스 및 서비스 공급자와 경쟁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다.

 

구글과 MS처럼 개발 플랫폼만 보유한 회사는 삼성, LG, HTC 등과 같은 디바이스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장을 늘려나갈려고 할 것이며 반대로 디바이스 회사는 최적의 개발 플랫폼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기존 디바이스와 개발 플랫폼을 모두 보유한 애플이나 노키아 등은 자체 다비이스를 플랫폼에 최적화하면서 보다 발빠르게 움직여 나갈 것이다.

그런만큼 개발자들은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진입기다.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준비기라는 것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태동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가령, 통신 서비스 사업자에 의해 오픈 마켓이 거이 전무한 상태에서 국내 시장을 목표로 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개발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애플과 노키아, 삼성 등의 마켓플레이스는 글로벌 마켓이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글로벌을 지향하는 것과 글로벌한 것은 분명 다르다.

 

따라서 개발자 입장에서는 결국 몇 개로 정리될 개발 플랫폼과 마켓플레이스에 얼마나 신속하게 제품을 개발·배포할 것인가라는 속도전이 주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이를 다른 플랫폼으로 포팅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처음부터 멀티 플랫폼으로의 포팅을 전제로 하여 개발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이클립스의 펄져(Pulsar)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좋은 개발 툴이다. 이클립스 펄져는 모바일 개발자들에게 통합 플랫폼 개발 툴과 환경을 제공한다.

보다 적극적인 다면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성공적인 스마트폰 시장을 위해서는 무조건 개발자를 다수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유용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공급해야만 선순환 구조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 SDK를 개발자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을 마켓에 등록할 때에도 별도 비용을 받는다. 이는 애플이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의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며 , 마켓플레이스에서 구매가능한 다수의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강점때문에 가능하다.

애플 이후의 후발 업체인 구글 , 노키아 등은 개발자를 위해 SDK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며 각종 채널을 통해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개발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비용은 단지 마켓플레이스 등록 비용과 애플리케이션 테스트 비용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의 후발 주자는 어떻게 해야 할 까?

물론 가장 적극적인 방법을 개발자에게 제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SDK도 무료이고 , 테스트 및 등록 비용도 무료로 제공한다. 더구나 수익도 개발자에게 더 많이 배분하거나 모두 제공한다. 현재 개발자들이 갖고 있는 불만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도 등록과 테스트에 드는 기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만약 비용이 무료이고 등록과 더불어 보다 많은 수익이 보장된다면 이러한 불만을 참고 개발에 적극 임할 것이다.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인가?". 결론적으로 우호적인 개발자와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이란 단어를 미리 떠올릴 필요가 없다.

든든한 개발자와 애플리케이션을 고객에게 공급하고 고객이 계속해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순간 선순환에 의해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마켓플레이스의 배포 전략 또한 필요하다.

앞서 강조했듯히 지금까지 사용자에게 통신 서비스와 콘텐츠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통신 서비스 제공자들 입장에서 개방된 개발 플랫폼과 마켓플레이스는 아주 위협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러한 마켓플레이스를 통신 서비스 업체에게 무료로 제공하거나 제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공유하게 해준다면 마켓플레이스가 탑재된 많은 디바이스를 공급함으로써 마켓플레이스 사용층을 늘려 선순환이 가능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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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디바이스 공급업체 입장에서 오픈 개발 플랫폼과 마켓플레이스는 아주 매력적인 콘텐츠다. 왜냐하면 디바이스 업체들은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더 이상 휴대폰은 디자인과 유명 연예인 마케팅만으로는 판매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실제 중요한 것은 바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다.

혼돈속에 만들어질 새로운 질서속에서 누가 주인공이 될지는 모르지만 기존의 모순된 사슬이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질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 누구든 욕심을 내는 순간 낙오자가 될 것도 분명해 보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현 IT컬럼니스트

포항공대에서 DBMS와 Mining 등을 전공 후 현대전자 S/W연구소에서 DBMS,OLTP 엔진 등을 개발했으며 Core Java , Core CORBA 등 다수의 책을 집필,번역하였다. 에이전텍과 와이즈프리를 창업해 에이전트와 검색엔진, 텍스트 마이닝 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 씽크프리에서 웹 오피스와 삼성전자에서 챗온 메세징 서비스와 삼성페이 서비스를 비롯하여 빅데이타 플랫폼 등 다스의 글로벌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공유 경제, 인공지능 ,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