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플랫폼이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느 하나가 마이너로 전락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까.
노트북 시장 판세에 의미있는 화두가 던져졌다.
일반 노트북과 넷북 사이를 넷북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성능은 뛰어난 울트라씬 계열 노트북이 파고들면서 시장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일반 노트북과 울트라씬 그리고 넷북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울트라씬과 넷북간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울트라씬이 뜨면 넷북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적지 않게 들린다.
■상반기는 넷북, 하반기는 울트라씬 열풍
올 상반기 노트북 시장의 다크호스는 넷북이다. 넷북은 10인치 이하의 작은 화면에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해 4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지난 달 디스플레이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넷북은 전 세계 휴대용 PC시장의 11.7%를 웃도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업무용 PC로 넷북을 선택한 사용자들이 낮은 성능으로 낭패를 보는 사례가 등장한 것. 반품도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넷북을 또 하나의 모바일 기기가 아니라 저렴한 노트북으로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일반 노트북과 넷북은 다르다고 외쳤다는 관련 업계의 마케팅 메시지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울트라씬은 이같은 분위기를 밑바탕에 깔고 등장했다. 하반기들어 울트라씬 계열 노트북이 쏟아지고 있다. 울트라씬은11인치 이상 화면에 인텔 ULV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 두께를 최소화했다. 가격대는 넷북보다 약간 비싼 80만원~100만원 사이다.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울트라씬과 넷북은 충돌할 수 있는 소지가 적지 않다. 넷북을 사려던 사람이 돈을 좀더 들여 울트라씬을 구입하거나 거꾸로 울트라씬은 건너뛰고 일반 노트북에 넷북을 언아더(Another) 단말기로 쓰는 트렌드가 부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관련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인텔은 일단 넷북과 울트라씬, 일반 노트북은 시장에서 각자 고유한 영역을 차지하면서 생존할 것이란 입장이다.
인텔코리아 마케팅 본부 박경희 차장은 "울트라씬 노트북은 가볍고 얇기 때문에 넷북이나 일반 노트북 사용자 일부를 흡수할 수도 있다"면서도 "(울트라씬은) 얇지만 14인치급 제품도 있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넷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넷북 재구매율이 없다’는 PC시장의 루머에 대해 “넷북이 출시된 지 불과 1년밖에 안됐다”면서 “PC 교체주기는 3년인데, (넷북의) 재구매율을 벌써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넷북과 울트라씬이 각각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어 서로 시장을 잠식하는 관계는 아닐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는 해당 업체의 마케팅이나 소비자 취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와이브로 마케팅을 통해서 넷북이 공짜로 소비자들에게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면 넷북 비중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제품별 시장 점유율은) 시장 상황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넷북 시장 일부가 울트라씬으로 교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넷북을 세컨드PC로 구입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경우 성능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도시바 의 김규진 부장은 "넷북하고 울트라씬은 화면 크기에 의해 사용자층이 구분될 것이다"면서도 “넷북이 처음에는 부담 없는 가격을 무기로 판매가 확산됐지만 실제로 사용을 해보면 화면 사이즈가 일반적인 컴퓨팅을 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재구매율이나 입소문에 의한 판매효과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도시바는 또 울트라씬이 넷북보다는 데스크톱PC시장을 보다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진 부장은 “아직은 학생이나 게임마니아 등 자주 PC업그레이드를 하는 소비자 위주로 데스크톱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면서 “울트라씬이 앞으로 적절한 화면사이즈와 성능을 저렴한 가격대로 제공한다면 수년안에 (노트북 판매량이) 데스크톱을 앞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현재는 넷북과 울트라씬이 공존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울트라씬이 넷북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견해다.
한석호 델코리아 부사장은 “앞으로는 울트라씬 제품이 넷북을 잠식해나갈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동성이 강해진다는 측면에서 넷북과 울트라씬이 의미가 겹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부사장은 또 “델은 일반 노트북과 울트라씬 두 제품 모두 출시할 것이다”라면서도 “울트라씬이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이므로 우리 마케팅이나 메시지는 울트라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제품군이 교집합을 공유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울트라씬이 일반 노트북 시장을 잠식해 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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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세 노트북 제품군의 영역이 따로 명확하게 구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울트라씬 제품이 현재는 중간자적 입장이며, 장기적으로는 일반 노트북 카테고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는 넷북은 ‘싸고 가볍다’는 점에서 자기 영역을 찾았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문제는 울트라씬이 아직까지 가격대가 비싼편이라 자기 포지션을 명확하게 잡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울트라씬이 배터리가 오래가고 기동성을 살렸다는 측면에서는 넷북에 가까울 수 있지만 13, 14인치의 대형화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일반노트북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