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마구 “선수 실명 우리만 쓴다”

일반입력 :2009/11/03 17:47    수정: 2009/11/03 18:11

김태정 기자

온라인 야구 게임들 중 ‘마구마구’에만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명과 초상권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현실화되면 다른 야구 게임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마구마구를 서비스하는 CJ인터넷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지난 5월 8일 ‘KBO 소속 프로야구단 CI 독점 사용 계약’을 체결했음을 3일 밝혔다.

■‘슬러거’에 KBO 선수 사라지나

계약은 CJ인터넷이 KBO 소속 8개 프로야구단의 엠블렘과 1·2군 선수·코치들의 초상권 등 CI를 독점 사용하는 대신, 순매출액의 5%를 KBO에 넘긴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순매출액의 5%가 15억원 미만일 경우에도 15억원은 지급하는 ‘미니멈 개런티’와 각종 비밀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CJ인터넷은 국내 온라인 야구 게임시장서 독점 지위를 갖게 될 전망이다.

반면, CJ인터넷의 ‘야구 라이벌’ 네오위즈게임즈는 KBO와 올해로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된다. KBO가 CJ인터넷에 독점권을 내 준만큼 네오위즈게임즈와의 재계약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

곧, 네오위즈게임즈가 마구마구의 대항마로 내세운 ‘슬러거’에서 선수 실명과 얼굴 등이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네오위즈게임즈는 일단 KBO와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엽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는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독점 계약에 대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도의 논란 가열

CJ인터넷의 독점 계약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와 이용자들은 비판 여론을 쏟아내고 있다.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음 아고라 등 커뮤니티에서 CJ인터넷의 독점 반대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특히 독점 계약에 따라 경쟁체제가 붕괴, 온라인 야구 게임 시장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이용자는 “선수 실명을 쓰는 게임으로 사람들이 몰릴 것은 뻔하다”며 “경쟁이 없으면 마구마구의 재미도 떨어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와 함께 CJ인터넷이 지난 5월에 체결한 계약을 이제야 공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그간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던 중 계약서가 공개되자 급히 인정한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다는 평이다.

■CJ인터넷 “우리도 피해자” 

사실 CJ인터넷도 할 말은 있다. 정당한 시장 전략이며, 비난 여론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만 35억원을 들여 프로야구를 후원했지만 매출 증가가 기대 이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전략의 정당성을 찾는 모습이다.

CJ인터넷 관계자는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임에도 불구하고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PC방 점유율 등 기준으로 경쟁사가 앞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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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그는 “스폰서가 아닌 경쟁사가 대중을 현혹해 스폰서 이상의 효과를 얻겠다는 매복 마케팅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번 독점 계약으로 마구마구 관련 수익을 끌어올리고, 프로야구 발전에 더 공헌하겠다는 것이 CJ인터넷 입장의 요약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