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콤 합병 '통신시장 재편 물꼬'

SKT와 SK브로드밴드 움직임 주목

일반입력 :2009/10/08 19:06    수정: 2009/10/09 10:58

김효정 기자

KT와 KTF의 합병에 이어 LG 통신3사가 본격적인 합병에 나섰다. KT나 SK텔레콤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LG 통신3사는 이번 합병으로 인해 향후 컨버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 진영도 합병을 마냥 미룰 수 없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 통신3사가 내년 1월 합병을 목표로 이달 중순 이사회를 개최해 합병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합병에 대해 LG측은 통신 사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유무선 합병을 진지하게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IPTV와 인터넷전화 등의 신개념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고 이로 인한 유무선 결합상품의 활성화가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이렇듯 국내 통신시장이 컨버전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과 KT는 각각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인수와 KTF 합병 등 대비를 해왔다.

유선 기반이 없는 SK텔레콤의 경우 SK브로드밴드 인수로 유무선 기반을 마련했으며,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와 함께 전국의 이동통신 판매점을 소매유통채널로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KT 역시 KTF 합병을 통해 컨버전스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있으며, 방대한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기반으로 컨버전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LG 통신3사는 양사에 비해 유무선 통합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자립경영'을 고수해 왔다.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도 없었고, 3사간 시너지 창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힌 바 없다.

그러나 컨버전스가 대세인 시장 환경에서 업계 3위로 인식되고 있는 LG 통신계열사도 더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애당초 통신업계에서는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이 기정 사실화 됐던 상황. 관건은 합병 시기가 언제인가 였다. 그러나 LG측은 시너지 창출 효과나 합병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한 번에 3사를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LG 관계자는 "KT-KTF의 합병 이후 데이콤-파워콤간의 2사 합병만으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으며, LG텔레콤의 무선 가입자 기반과 소매유통채널 경쟁력, 유선계열사의 VOIP등 TPS 상품과 네트워크가 결합된다면 향후 컨버전스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통합KT, 통합LG... 그리고 통합SK' 3강 구도 재편되나

이에 따라 국내 통신시장은 3강 구도가 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KT 및 SK진영의 2강, LG 통신3사의 1중, 기타 케이블TV 진영 등의 경쟁 구도를 예상했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통신 3강 구도 형성이 기대된다.

KT가 합병을 통해 연매출 20조원 규모의 대형 통신사로 거듭나면서 1차 통신시장 재편을 했다면, LG 통신3사의 합병 역시 연매출 8조원 규모의 대형 통신사로 본격적인 컨버전스 경쟁에 불을 붙이며 2차 통신시장 재편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LG 통신3사의 수익성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곧 저평가 돼왔던 주식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인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도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초부터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지난 4월 기자 간담회에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이 필요하다면 할 것이지만, 아직 검토 자체도 안 했다"라고 말했듯, 이번 LG 통신3사의 합병이 그 '필요한' 시점이 될 수도 있다.

또한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해도 수천억원대의 법인세 부담이 사라지게 되는 내년 상반기에 합병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합병법인이 합병등기일 전 2년 이내에 취득한 피합병법인의 발행주식을 보유한 채 합병을 하게 되면 피합병법인의 청산에 따른 법인세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 2008년 초 SK브로드밴드 인수한 SK텔레콤이 올해 합병하게 된다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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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과거 신세기통신 인수합병 시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하고 2년 후인 2002년에 합병해, 당시 1조원에 달하는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

현재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SK네트웍스의 전용회선 사업과 인터넷전화사업을 인수하는 등 컨버전스 환경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