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국내 통신시장이 통신 대기업의 3강 구도로 가닥을 잡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를 통해 '중장기 통신정책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마련하고, 앞으로 이 보고서를 토대로 통신 서비스 융합에 적합한 제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보고서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통신규제와 관련해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인터넷전화, IPTV 등 각 서비스에 대한 수직적 규제를 지양하고, 결합상품에 제공에 적합한 수평적 규제로 전환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KT, SK텔레콤, LG통신 계열사 등 대형 통신사업자를 염두에 둔 정책이라고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통신업계는 시장에서 대형 통신사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KT-KTF 합병으로 각종 통신서비스가 융합되는 상황에서 이에 적합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경쟁관계에 있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진영과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진영도 합병과 같은 형식의 통합작업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방통위가 대형 통신사의 합병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에 의한 통신시장 고착화 및 이에 따른 시장 진입장벽의 강화로 후발 사업자의 공정경쟁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정책보고서 작성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KISDI의 염용석 박사는 "수평적 규제 전화, 무선망 개방 등 통신 융합시대에 걸 맞는 정책을 제안한 것이지, 대형 통신사의 합병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통신규제가 수평적 규제로 전환된다고 해서 통신사에게 합병을 권고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융합서비스에 적합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했고, 통신사의 합병은 그들 스스로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통위 또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방통위 측은 이번 정책방향이 대형 통신사의 합병을 유도하고 시장을 고착화시킨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에 대해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KISDI가 마련한 정책방향은 아직 구체화된 것이 아니다"며 "전문가들이 시장을 연구해 전체적인 방향성을 마련한 정책에 대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방통위 내부의 검토 단계를 거쳐 보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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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는 이번에 마련된 정책안에 대해 오는 14일 오후 3시부터 교육문화회관에서 '중장기 통신정책 방향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 공청회에서는 KISDI 염용섭 방송통신정책연구실장이 발표를 맡는다. 또한 방통위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을 비롯해 KT 박대수 상무, SK텔레콤 하성호 상무, LG텔레콤 김형곤 상무, SO협회 신현덕 상무 등 업계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학계와 법조계, 소비자단체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