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불황에는 합병이 약?

[빅뱅! 2009 통신시장]⑬통신사 합병, 세계적 추세…마케팅 전쟁으로 번질 수도

일반입력 :2009/03/13 15:07    수정: 2009/03/13 15:29

이설영 기자

전세계 통신업계에 인수합병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내의 경우 KT-KTF 합병이 거의 성사 단계에 와 있으며, 이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데이콤-LG파워콤의 합병도 관측되고 있다.

현재 KT와 KTF는 합병인가신청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두 회사의 합병이 경쟁제한성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 조건없이 허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두 회사의 합병은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로서는 인가조건이 붙을 지, 인가조건이 있다면 어떤 내용이 될 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국내통신시장의 맏형인 KT와 국내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KTF의 만남인 만큼 통신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국내 통신업계에 인수합병이 이슈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 유무선 결합 추세인 통신시장에 한발 앞서 나가기 시작한 상황. KT-KTF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뒤이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LG데이콤-LG파워콤의 합병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중국 등 인수합병 활발

미국에서도 통신업계의 인수합병이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지난해 미국 이동통신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사건은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올텔 인수. 당시 미국 이동통신시장의 2위 사업자였던 버라이즌은 5위 사업자였던 올텔을 인수해 단번에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로 등극했다.

1위 자리를 빼앗인 AT&T는 지역 이동통신사인 센테니얼 커뮤니케이션즈를 인수했으나, 순위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성장정체에 빠진 통신사업자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AT&T는 '07년에 돕슨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으며, 버라이즌도 뒤이어 루럴셀룰러를 인수한 바 있다.

중국 정부 또한 이동통신시장에서 차이나모바일의 독주를 막기 위해 지난해 통신시장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6대 통신사업자를 3개사로 통합한 것.

중국 최대 무선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은 지난해 5월 차이나톄퉁그룹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차이나유니콤은 중국 최대유선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에 CDMA사업및 네트워크망을 매각했다. 차이나유니콤은 이어 차이나넷콤의 GSM 분야를 인수해, GSM 분야에 주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통신시장은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의 3각 편대로 재편됐다.

■SKT-SK브로드밴드, 합병 추진 시기는?

통신업계의 인수합병은 세계적인 추세다. KT-KTF의 합병을 계기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데이콤-LG파워콤도 합병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이 KT-KTF 합병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유무선이 한 조직 내로 들어갔을 경우의 파급효과 때문. 현재까지는 유선분야에 한정돼 있는 KT의 자금력이 KTF로까지 전이돼 무선시장에서 SK텔레콤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합병 이후 유선에서 무선 혹은 무선에서 유선으로 통화가 발생할 경우 망내할인을 통해 시장의 지배력이 쏠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일단 공정위는 위와 같은 경쟁사들의 의견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면서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해 조건없이 허용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쟁사들의 우려는 불식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KT-KTF와 적어도 유사한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계열사와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일단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기 때문에, 합병을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한 SK텔레콤이, 인수한 지 2년 이내에 합병을 시도할 경우 적지 않은 법인세를 부담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일단 SK텔레콤은 지난 1월 있었던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금은 시너지 창출을 위해 노력할 시점이며, 합병을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실제 KT-KTF 합병이 성사될 경우, SK텔레콤이 법인세를 부담하고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되고 있다.

■무조건적 합병, 제살 깎아먹기 될 수도

LG계열도 합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LG파워콤이 거래소에 상장을 성공, LG데이콤과의 합병수순이라는 관측이 일었다.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늘 약세를 이어온 LG계열 3사는 먼저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을 추진, KT와 SK텔레콤이라는 두 거대 공룡에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응 LG데이콤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은 당연히 가야할 길이라며 합병의 시너지가 많다고 밝혀 두 회사의 합병 또한 시기의 문제만 남았음을 공식화한 적이 있다.

올해 방송통신시장이 IPTV와 인터넷전화 등 새로운 시장을 중심으로 한 결합상품 전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산업이 성장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합병이 최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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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두가 일제히 합병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올 경우, 차별점을 제시하지 못한 채 또 다시 자금력만을 내세워 마케팅 전쟁만 벌일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와 KTF가 합병을 하기로 한 이상 경쟁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 않겠냐면서 다만 통신업계의 합병이 시장 전체에 시너지를 주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는데, 기존 통신사들의 지배력만 키운 채 마케팅 소모전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