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과열경쟁’ 심화되나

유·무선통신 망라한 마케팅 전면전 돌입 태세…총체적 방지책 마련돼야

일반입력 :2009/04/03 08:30    수정: 2009/04/03 14:40

김효정 기자

통신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동통신을 비롯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과열경쟁 조짐이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시장의 과열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전을 벌였던 SK텔레콤과 KTF의 경쟁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가입자 확보를 위해 현금경품과 이용료 할인 등의 조건을 내걸어 왔다.

통신시장에서의 과열경쟁은 업계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투자비용 축소, 서비스 품질 저하, 요금인하 저해 등의 결과를 낳게 된다. 특히 소비자들은 업체 간의 경쟁으로 단기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어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드시 득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공짜폰의 범람으로 잦은 휴대폰 교체에 따른 비용 및 폐휴대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약속했던 초고속인터넷 가입 경품을 받지 못하는 등의 다양한 유형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KT-KTF 합병으로 ‘과열경쟁’ 다시 고개들어

지난해 과열경쟁으로 인한 이통사의 실적악화와 함께, 초고속인터넷 업계도 개인정보 유용으로 텔레마케팅을 본의 아니게 자제함에 따라 과도한 마케팅 경쟁은 사라지는 듯 보였다.

당시 이통사들은 스스로 자정 의지를 보이며 더 이상의 과열경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초고속인터넷 또한 텔레마케팅 의존도를 낮추고 결합상품 출시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영업전략을 발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소비자 피해 방지와 산업발전을 위해 과열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올 들어 이러한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KT-KTF 합병 이슈가 등장하면서 경쟁사들이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KT가 KTF를 합병하면서 기존 유선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무선시장으로 전이될 것을 우려해 일부 유통망에서는 가입비 면제 및 약정기간 없는 공짜폰 제공 등 약관에 위배되는 무리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동통신 시장은 상당한 보조금이 적용된 공짜폰이 대거 등장하면서 순증가입자가 늘고 있는 추세로, '보조금 싸움'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과열경쟁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합KT가 출범하게 될 5월 이후 KT의 본격적인 결합상품 공략이 예상되면서, 그 기반이 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확보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 케이블TV사업자들은 과도한 경품 지급을 내걸고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 텔레마케팅을 비롯해 파격적인 이용료 할인, 일정기간 내 이용료 면제, 특히 최대 40만원까지 현금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방통위 제재 나섰지만 ‘규제 기준’ 모호

이렇듯 상황이 악화되면서 방통위가 제재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을 '과도한 경품 배포 등 시장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판단 하에 조사를 실시해 곧 제재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 행위에 대한 기준이 없고, KT가 조사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경쟁사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KT는 경품 수준이 경쟁사에 비해 훨씬 낮아서 조사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품 제공이 불법이 아니고, 그 기준 또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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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의 영업정지(개인정보 유용에 따른) 이후, 과도한 경품 제공 등의 행위가 크게 늘어 사전조사를 해왔다.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에 대한 제재 수위는 이달 8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한 통신업계의 관계자는 이번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제재 조치는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결국 5월 이후 통합KT가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시점에 맞춰 총체적인 과열경쟁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