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 업계의 한가위 에피소드

일반입력 :2009/10/01 10:17    수정: 2009/10/01 10:27

류준영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는 내비게이션 업체에겐 마냥 즐거운 날은 아니다. ‘길 안내 내공’이 교통지옥을 연상케 할 올해 귀성 및 귀경길 연 3일 내에 모두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의 서비스 만족감은 교체수요와 직결되므로 두 달에 한번 행해지는 내비게이션 전자지도 업데이트도 추석명절 기간을 기준으로 앞당기거나 늦춰지는 등 융통성 있게 이뤄진다.

특히 이번 추석명절은 짧은 연휴와 경기 불황,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통행량은 0.8%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교통량은 평소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난 수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지도 업데이트에 총력을 기울이며, 대부분 전자지도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모두 마친 상태다.

지디넷은 올해 추석명절을 맞는 국내 주요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분위기를 미리 둘러봤다.

급조한 단속카메라 데이터와 맞바꾼 벌점스티커가 두려운 소프트기획팀장과 추석 대목을 위해 TV홈쇼핑 채널을 잡기에 고군분투하는 마케팅 일선 담당자, 신종플루 거점병원과 약국 정보를 제공키로 한 내비게이션 업체 직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또 추석 연휴 후에 후폭풍처럼 닥칠 시골 도로 등록요청에 떠날 차비를 미리부터 해뒀다는 도로정보수집요원까지, 그들의 바쁜 요절복통 세상 속 이야기로 지금부터 들어가보자.

단속카메라 데이터와 맞바꾼 내 벌점

내비게이션 1위 업체인 팅크웨어(대표 김진범)의 소프트기획팀 정준희 팀장(사진). 제품테스트를 위해 4대의 내비게이션을 앞 유리창에 달고 다니다 교통 경찰관에게 신분증 제시 요구를 당한 해프닝은 이제 동료들과 나눌 수 있는 농담거리 축에도 속하지 못한단다.

주말엔 서울과 경기지역 250km, 지방 거점도시 350km를 직접 돌며 새로 업데이트될 지도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정팀장은 경충산업도로에서 벌였던 ‘야간 레이스(?)’의 기억을 가장 아슬아슬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매달 정기적으로 맵 업데이트를 하는 데 공교롭게도 그 도로가 15일에 개통된 거에요. 도로정보 중에 운전자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단속 카메라 위치 데이터가 급하게 필요했죠”

평소였다면 도로정보수집차량을 통해 진행했을 일을 지도 업데이트 시간에 쫓긴 까닭에 정 팀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독일 무제한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리듯 질주해 보기로 한 것. 야간엔 카메라가 플래시가 함께 터지므로 정확한 카메라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나름의 계산이 섰던 것이다.

“날아온 범칙금 고지서를 통해서 데이터의 정확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 다시 하라면 정말 못할 것 같아요. 벌점이 많이 나와서 까닥 잘못하면 앞으로 평생 운전 못할지도 몰라요(웃음)”

정준희 팀장의 애마인 LPG 차량은 구매한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는 벌써 7만km를 넘어섰다. 일반 운전자들이 1년에 평균 2만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정팀장의 주행거리는 자사 지도에 대한 애정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팀장은 이번 전자지도 업데이트를 통해 휴게소 화장실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에 감탄하게 될 것이라고 일렀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화면에 떠오른 휴게소 단면도를 통해 ‘화장실이 오른쪽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것.

그는 “추석연휴 TV편성표를 통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체크하듯 내비게이션 콘텐츠 활용에 대한 계획을 출발 전 미리 세워보는 것도 귀성 귀경길 지루함을 떨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팅크웨어는 추석 전후와 당일, TV홈쇼핑 특집편성을 통한 1시간 집중방송을 통해 홈쇼핑 전용 내비게이션을 판매할 계획이다.

TV홈쇼핑 관계자는 “3일간의 짧은 연휴와 신종플루 영향으로 고향을 찾기 보단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통상 연휴기간 녹화 방송을 진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추석 전후는 물론 추석 당일에도 생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 플루' 관련 콘텐츠 내비에 있다

기자를 맞은 육중한 거구에 엠앤소프트(대표 박현열) 서근원 마케팅팀 차장은 “오늘 하루에 회의만 3차례 가졌다”라며 추석 전 분주한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추석에 집에 가세요”라고 묻자 “알려줄 게 있다”라며 테이블로 기자를 이끈 서차장은 신종 인플루엔자 콘텐츠를 보여주며 무릎을 탁 친다.

“유동인구가 많은 추석연휴를 맞아 신종인플루엔자가 급격히 확산될 것이란 보도를 접한 이후에 내부 개발자들이 신종 인플루엔자 거점병원과 거점약국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업로드 했어요”

위기를 찬스로 엮어낸 개발자들의 뛰어난 순발력에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추석 후 도로등록 요청 쇄도…기준미달 도로가 대부분

이어 소개받은 디지털콘텐츠 담당 민두홍 주임. 필드를 직접 돌며 도로정보 수집만 4년째 해온 그는 추석 이후에 한꺼번에 쏟아질 고객들의 도로등록 요청이 하반기 자신의 주행코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요청 들어온 도로를 보면 산골짜기에, 차도 들어가기 힘든, 경운기로도 간신히 갈 수 있는 험난한 산길이죠. 한번은 후진하다가 차가 논길에 빠져 고생 진탕했어요. 이런 경우 일반차량은 진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준치 미달사유로 데이터엔 등록하진 않죠”

현장을 거닐며 도로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웃지 못할 경우도 다반사라는 민주임. 재미난 에피소드 요청에 머리를 짜내 가며 두 가지 상황을 기억해냈다.

“교차로는 보통 실사 촬영을 한 후에 이미징 프로그램을 통해 지도에 반영하는 데 한번은 3시간 전에 찍었던 교차로가 태풍 때문에 완전 쑥대밭이 된 적이 있어요. 차량 핸들을 돌려서 다시 현장에 왔을 땐 ‘내가 정말 여길 왔다 갔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대화는 계절 이야기로 흘렀다. 도로정보를 수집하는 직원들에게 수난의 계절은 모름지기 겨울이란다.

“새로 개통한 도로에 갔다가 흰 눈에 하얗게 덮인 도로를 보고 난감해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아니, 길이 보여야 지도를 그리죠”

■어제의 안티가 오늘의 열성팬…대면식 열기도

엑스로드 경영기획실 박민우 팀장은 추석 전에 대구와 춘천, 천안에 거주한 열성팬들을 불러모아 향후 사업계획과 신제품 품평을 듣는 시간을 따로 가졌다고 한다. 초대된 팬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팬이자 때론 안티로 활동중인 ‘엑스로드 사용자 모임’의 핵심 운영진들이었다.

“환율이슈 때문에 부품수급이 원활치 않았거든요. 그래서 사후서비스에 대한 불만들이 좀 있었어요. 또 이번에 새로 나온 오렌지 내비게이션에 대한 반응도 궁금했고,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조언도 좀 듣기 위해서 겸사겸사 모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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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가까운 날 사용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며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는 엑스로드는 최근 스마트폰용 전자지도인 ‘폰 맵’을 삼성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오신 분들이 폰 맵은 잘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아직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론 잘되지 않겠어요. 그나저나 기자님 여기까지 왔는데 마땅한 추석 에피소드가 없어서 어떻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