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이 기상청 역할도 한다?
다소 엉뚱한 말 같다면 아래 내용을 먼저 보자
#경기도 부천 중동 A지역에서 주행중인 자동차들이 일제히 와이퍼를 작동시키자 각 차량에 부착된 감지센서를 통해 작동상태를 인지한 내비게이션이 이 내용을 실시간 송수신장치를 통해 중앙데이터센터에 알린다. 중앙센터는 그 즉시 A지역 주변 차량에게 ‘우천지역에 진입하고 있으니 안전운전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늦은 저녁 퇴근길. 김씨는 내비게이션을 통해서 ‘목적지 전방 15km 전방에 짙은 안개로 운전시야가 좁습니다. 서행하세요’라는 목소리 안내를 듣는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몇몇 차량좌석에 온도조절 다이얼 버튼이 작동되고 있음을 알게 된 중앙데이터센터가 차량 내∙외부 온도차가 있음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주의 메시지를 운전자들에게 전송한 것이다.
이는 한국자동차공학회 전지전자시스템부문 학회에서 발표됐던 엠앤소프트의 ‘미래내비게이션 진화 방향’에 대한 보고서 내용 중 하나다. 실제가 아닌 가상의 상황을 꾸며 본 것으로 향후 내비게이션이 맡게 될 다음 기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장면이 실제 연출되기 위해선 어떤 과제가 선행돼야 하나?
엠앤소프트 기술연구소 서동권 소장은 “차량에 탑재된 모든 부품에 센서가 부착되어야만 하고, 도로 위 통신망 구축이 잘 닦여있어 내비게이션이 매시간 데이터센터와 연결돼 있어야만 한다. 또 이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SW)의 개발도 빼놓을 순 없다.”라고 설명했다.
작금의 기술수준만 놓고 볼 땐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서동권 소장은 하지만 “최근 하이패스를 통한 도로 위 통신망 구축사업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디지털기술의 컨버전스화 노력도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므로 현실성이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내비게이션 개발의 3대 테마로 엠앤소프트는 연구개발(R&D) 센터는 ▲실시간 정보 및 상호공유를 위한 ‘통신향 서비스’와 ▲실사 영상 3차원 지도, 위성 영상 등의 현실감 있는 ‘리얼화(Realization) 서비스’, ▲개방화를 통해 기간 융합 및 플랫폼 개방, 이종 산업간 제휴 활성화 등의 ‘개방화’를 꼽았다.
■’UCC 맵’ 등장…운전자간 ‘정보공유’ 올해 화두
리얼화 서비스는 제조사들이 3차원 지도를 차별화 포인트로 각각 내세우면서 지난해 말까지 상당수 기술개발에 진전을 봤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올해는 통신향 서비스에 속한 과제들이 풀릴 전망이다.
엠앤소프트가 최근 발표한 소프트웨어(SW) ‘스마트 업데이트 플러스’가 바로 이 같은 맥락에 있다.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이른바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전자지도’ SW다.
극심한 불경기 속 판매부진으로 애를 먹고 있는 내비게이션 제조사들이 해결방책으로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에 큰 관심을 내비치면서 특히 가장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맵 제작에 운전자를 포함시킨 것이다.
내비게이션 시장에 ‘정보공유’란 새로운 이슈 키워드가 본격 등장한 것.
'스마트 업데이트 플러스'는 사용자의 운행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로써 국내 첫 시도다. 내비게이션 메모리카드를 PC에 꽂기만 하면 저장된 운행정보가 자동으로 중앙데이터센터에 모인다. 위치정보 수집지역이 한정돼 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운전자의 교통패턴을 활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운행중인 차들은 거점지역의 교통정보 및 도로 기상정보 수집시스템 역할을 자임하는 ‘관측위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수집된 데이터베이스(DB)는 일자 및 시간, 구간별 교통 통계, 신규 도로 등의 명칭검색DB를 구축하는데 이용된다.
■나는 네가 어제 어디에 있었는지 다안다?
물론 이때 사용자는 자신이 이동한 경로가 전부 노출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 SW는 개인의 신상정보를 담은 ID정보를 모두 삭제시키므로 현 위치정보보호법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다.
수집된 위치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어떨까?
먼저 수집된 내용은 최근 업그레이드된 맵의 내용과 비교한다. 사용자별로 수집된 내용이 중복성향을 보이고, 통계패턴이 일정한 정규분포를 그릴 때 믿을 만한 정보로 간주한다. 그러면 해당 담당지역 조사관이 파견돼 확인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내비게이션 회사의 콘텐츠 가공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예컨대 ‘여름휴가 시즌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겨 찾는 휴식처’란 제목으로 데이터의 순위를 매겨 공개할 수 있다. 혹은 ‘설날이나 추석에 주로 이용하는 도로’란 제목으로 순위를 매겨 리스트에 오른 길을 피해가면 귀경길 정체를 피할 수 있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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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엔 이미 이런 기술이 등장한지 오래다.
예컨대 포인트아이의 ‘톡톡(TocToc)’이란 제품은 와이브로 플랫폼을 이용한 정보공유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엔 교통정보, 주변정보, CCTV, 교통영상, 주유소 유가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에서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수집한 자료가 1억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