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딜레마 'MS와 어디까지 싸워야 하나'

일반입력 :2009/09/26 17:51

황치규 기자

역시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동지'는 없는가보다.  지난 30여년간 PC시장을 호령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이른바 '윈텔 동맹'에 틈이 갈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발단은 얼마전부터 리눅스 기반 오픈소스 '모블린' 운영체제(OS)를 앞세워 스마트폰과 넷북 시장을 공략하려는 인텔의 행보가 급물살을 타면서부터였다.

인텔은 최근 넷북을 넘어 넷톱으로 불리는 아톰칩 기반 데스크톱PC시장까지 파고들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MID 그리고 넷북과 데스크톱에 이르는 다양한 하드웨어 시장에서 '전통의 맹방' MS와의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등 다른 오픈소스 OS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스마트폰, MID, 넷톱, 넷북서 모두 격돌

인텔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모블린2.1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공식 버전은 올해안에 발표된다. 모블린2.1은 스마트폰은 물론 넷북과 넷톱, MID, 나아가 자동차 분야까지 겨냥하고 있다. MS 윈도 OS의 영향권과 대부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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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나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의 경우 모블린2.1은 인텔 아톰칩 기반 기기에서 돌아간다. 인텔은 이번 IDF에서 모블린2.1이 지원하는 터치 스크린과 동작 입력 같은 기능을 시연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공개했다. 모블린2.1 웹브라우저는 사용자들이 화려한 웹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있도록 어도비 플래시와 MS 실버라이트3 기술도 지원한다.

넷북 시장의 경우 모블린 기반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델은 최근 우분투 모블린 리믹스 버전을 탑재한 299달러짜리 '미니10v' 넷북 판매에 들어갔다. 에이서, 아수스도 모블린 기반 넷북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넷북을 움켜쥔 윈도XP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넷톱 시장도 핵심 활동무대가 될 듯 싶다. 넷톱은 애플 아이맥처럼 올인원 데스크톱을 표방하며 인텔 아톰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그러나 넷북과 마찬가지로 넷톱 역시 MS가 선점한 시장이다. 아수스 '이톱'이나 델 스튜디오원19과 같은 넷톱 제품은 모두 윈도XP에 기반하고 있다.

생태계 확산이 관건

리눅스는 그동안 PC시장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아왔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복잡성 때문에 아직도 틈새 시장에 머물러 있다. 리눅스 사용자는 대부분 기술에 정통한 전문가들과 오픈소스SW 마니아들이다. 모블린 기반 넷북을 선보인 델조차도 일반 사용자보다는 개발자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모블린이 대중성을 갖춘 플랫폼으로 진화할지 여부는 결국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들과의 협력에 달려 있다. 생태계를 얼만큼 키우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인텔은 아톰 개발자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개발자들이 아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인텔은 모블린 기반 애플리케이션들이 쉽게 판매될 수 있도록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과 유사한 앱스토어 모델도 들고 나왔다. 모두가 전문가를 넘어 일반 사용자들을 파고들기 위한 전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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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모블린을 확산시키면서 MS와의 관계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MS와의 경쟁과 협력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싸우면서 필요할때 협력하는 이른바 코피티션(cooptition) 전략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모블린이 나오면서 인텔과 MS는 싸우는 사이가 됐지만 그렇다고 결별할 수는 없는 사이다. 헤어지면 서로 잃을게 아직은 너무 많다.

이를 보여주듯 인텔은 이번 IDF에서 모블린 기반 넷북에 내년부터 MS 실버라이트3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버라이트는 MS가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기술이다. 모블린을 넘어 인텔은 아톰 개발자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실버라이트를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