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막아라" IT업계 아이디어 백태

소독장비에 재택근무, 회식문화까지 변화

일반입력 :2009/09/06 13:23    수정: 2009/09/07 11:48

류준영 기자

지난주부터 맹렬한 기세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인플루엔자A)에 감염자가 5천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IT업계도 예방활동의 수위를 한층 높이며 총력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염병 경보수준이 ‘경계’를 넘어 ‘심각’으로 격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업체별 담당자들은 “각종 예방책과 유사시 행동지침을 기록한 매뉴얼을 이미 배포했으나 이마저도 부족하진 않나 걱정된다”라며 노심초사다.

회사 정문 앞 디지털간판엔 몇 일째 신종플루 예방법이 걸려 있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전 직원 체온 검사에 “언제까지 해야 되나”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지금까지 개개인별 예방에만 그쳤던 중견업체들도 뒤늦게 부랴부랴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회사 차원의 예방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IT업계 특성상 수십 명의 개발자가 함께 협업을 펼치는 SI•소프트웨어(SW)•게임업체나 이보다 규모가 더 큰 반도체 및 LCD 사업장은 자칫 신종플루 창궐에 생산라인이 올 스톱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하반기 글로벌 시장 호황을 맞고 있는 IT업계가 예상치 못한 복병에 불안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고리부터 건물 전체 소독까지

오후 3시가 되자 마스크로 무장한 LG CNS 경영지원팀이 사내 문고리를 모두 닦아낸다. 이 회사는 엘리베이터 옆에 손 세정제를 설치하고 전 직원의 체온 검사를 시행한 1단계 정책 이후 이 같은 후속 감염 예방책을 시행 중이다.

SK C&C 분당 본사 직원들은 신종플루 하면 가슴을 쓸어 내린 아찔한 기억을 떠올린다.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직원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것. 때문에 본사 건물 전체 소독을 단행했다. 신종 플루 예방 동영상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청케 하는 한편 화장실 비누는 항균 작용이 있는 손 소독제로 대체했다.

유급휴가·재택근무 늘어

사내 어린이집 휴원으로 재택근무 장려도 늘고 있다. 한국IBM은 사내 어린이집에 영유아를 맡긴 부모들 대상으로 재택근무 신청을 받아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선 해외출장은 후 일주일간은 재택근무를 의무시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출근해야 할 경우엔 일주일간 의무실에서 체온을 측정 받아야만 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임원회의가 비디오 컨퍼런스 형태로 바뀌었다.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를 운영하는 나우콤은 신종플루 추정자도 유급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 의심자가 발생하면 재택근무를 유도하는 한편 부양가족이 신종플루에 감염될 경우 간병을 위한 재택근무를 인정하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 설치 신종플루 꼼짝마

공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열화상 카메라도 등장했다.

삼성•SK 등 주요 대기업은 본사 출입구에 2~3대의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전 직원은 물론 내방객의 체온 변화까지 24시간 관리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살균력 99.9%의 거품비누기를 설치하고, 전 층에 살균소독을 3일~5일 주기로 시행하고 있다.

위기대응상황실 운영 사스 이후 처음

LG전자는 신종플루 대응을 위해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본사 14층에 ‘위기대응상황실’을 설치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설치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황실은 국내 사업장, 84개 해외법인, 31개 해외지사 등 165개국의 현지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예방지침을 전파하며, 현지 긴급요청도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사업본부, 해외 지역본부, 각 해외법인에도 상황실이 마련됐다.

사옥 밖 임시 접대실 운영…회식문화도 바껴

신도리코는 대외 업무를 사옥 입구에 별도 설치된 고객안내실에서 진행하고 있다. 고객안내실에는 체온계를 두고 출입하는 전원에 대해 체온을 측정하고 안개입자 분사식 살균소독기를 비치해 의무적으로 소독을 실시한다.

회식문화도 덩달아 바뀌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회식 자리에서의 잔 돌려 마시기, 음주로 인한 면역력 약화 등의 2차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내 회식을 영화감상이나 식사로 대체하고 있다.

■예방캠페인에 출장자제 권고도

삼성SDS는 위험 지역 출장 자제를 권고하며, 부득이한 경우에 관해선 ‘신종플루 예방 및 관리’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또 대우정보시스템은 이달부터 신종 플루 예방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확대 시행하며, 신종 플루 바로 알기, 손 씻기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굵직한 해외 게임 행사 때문에 출장이 잦은 직원들에게 예방 안내서 및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넥슨 역시 해외 출장을 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의사항 등을 별도로 교육시키고 있다.

대형 슬로건도 등장

삼성 수원 사업부 정문 앞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신종 플루 예방을 장려하는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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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계자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제일 먼저 보게되다라며 요즘엔 일전에 그냥 묵혀뒀던 회사 예방 공지 메일을 다시 꺼내 볼 정도로 예방 시행정책이 몸에 익숙할 정도로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그밖에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주에 전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배포했다. 야후코리아는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매일 구두로 확인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