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양? 저사양으로도 게임 흥행 ‘충분’

일반입력 :2009/09/04 10:55    수정: 2009/09/04 10:56

신작 게임들은 게임오픈 전부터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래픽이 담긴 동영상으로 게이머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는다.

게임들의 그래픽 수준이 향상된 만큼 PC의 사양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각 PC 메이커들이 판매하는 게임용 PC는 하나같이 그 업체를 대표하는 최고 성능의 모델인 경우가 많다.

높은 고사양을 권장사양으로 제시하는 게임들의 기본 스펙을 충족시키지 못한 저사양 PC에서는 플레이 화면이 뚝뚝 끊기거나, 아예 게임 구동 자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사양 PC를 보유한 게이머들은 신작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싶지만 집에 있는 PC로는 접속조차 안 된다는 불평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특정 게임을 즐기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한국은 컴퓨터의 보급률이 높고 인터넷 사용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컴퓨터를 구입하면 최소 2년 이상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저사양 컴퓨터가 되고 만다. 이 같은 상황은 모든 게임 개발자들에게 커다란 고민을 하게 한다.

많은 게이머들과 게임전문가들은 고사양게임의 화려한 그래픽에 후한 점수를 준다. 하지만 고사양이 요구되는 게임은 유저의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어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사양의 평준화와 고화질의 그래픽은 게임 개발자들의 영원한 딜레마가 될 수 밖에 없다. 고사양 온라인게임이 유저에게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사의 입장에서도 게임 내의 좋은 그래픽을 구현해내기 위한 개발 기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장기간의 개발 기간과 높은 개발비는 영세한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그리고 게임 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게임이 흥행하지 못하면 높은 개발비는 오로지 개발사의 몫이된다. 이는 대형게임제작사와 소규모게임제작사 간의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게임개발의 다양성을 역행하는 부작용을 가져오게 만든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게임업체들은 컴퓨터 보급률은 높지만, 업그레이드 수준은 낮다는 점에 착안해 저사양 게임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저사양 온라인게임

저사양 온라인게임은 게임순위 상위권에도 상당수 랭크 되어 있다.

게임순위 2위에 랭크 된 ‘서든어택’은 ‘카운트스트라이크’로 시작된 FPS 게임의 인기를 잇는 순수 국산 게임이다. 3위에 랭크 된 액션게임 ‘던전앤파이터’는 2D 횡스크롤 액션 온라인게임으로, 3D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효과와 타격감이 특징이다. 8위에 랭크 된 ‘메이플스토리’는 과거 오락실에서 즐기던 횡스크롤 게임을 온라인과 접목시킨 게임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19위에 랭크 된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프리스타일’은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은 길거리 농구게임으로 다양한 캐릭터와 코스튬을 통해 종전의 농구게임과 차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21위에 랭크 된 예당온라인의 ‘오디션’은 기존 리듬액션게임을 업그레이드시켜 댄스와 리듬액션을 접목한 게임으로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자리에 올라있다.

이들 게임들은 모두 펜티엄4나 셀러론급의 보급형 컴퓨터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다.

■ 해외진출성공의 일등조건 저사양 온라인게임

해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게임들도 대부분 저사양 온라인게임인 경우가 많다.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붉은보석’의 경우 동시접속자 3만5천명을 달성하고 2년 연속 월드사이버게임즈(WCG)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진정한 글로벌 게임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붉은보석’의 일본 성공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그래픽 톤이 일본 사용자들의 취향에 맞는다는 점과 저사양 PC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이온소프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프리프'는 유럽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리프는 전 세계 13개국에서 2천만 명의 게이머를 보유할 정도로 다양한 해외국가에 존재하는 엄청난 수의 이용자 층을 자랑한다.

T3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여 일찌감치 해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오디션’은 중국 현지에서 55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 캐주얼게임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여세를 몰아 대만과 싱가포르, 태국 등 중화권 지역에 진출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들의 공통점은 해외의 저사양 PC에서도 게임이 원활하게 구현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PC 인프라가 약한 국가에서도 서비스가 용이한 장점을 바탕으로 아시아, 유럽, 남미 등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저사양 온라인게임

최근에는 고사양 게임의 틈새를 비집고 저사양의 기존 컴퓨터에도 쉽게 플레이 할 수 있는 부담 없는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다.

오는 9일 2차 비공개시범서비스 일정에 돌입하는 '카로스온라인'은 MMORPG의 핵심요소인 전투모드와 경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유저 입맛에 맞춘 던전이나 퀘스트의 변형시스템을 쉽고 빠른 진행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차세대 정통 MMORPG이다.

‘카로스온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구형 PC에서도 높은 수준의 그래픽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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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티엄4 CPU에 지포스5600 시리즈 수준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한 PC에서 ‘카로스온라인’을 실행해도 큰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3년 이전에 구입한 PC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저사양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절대 다수로 많다”라며 “더 많은 투자가 더 많은 만족감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게임의 흥행을 바란다면 그래픽을 높이기 보다는 최저사양을 낮추는 데 관심을 갖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