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썬 하드웨어 놓고 HP와 빅딜?

썬 인수후 하드웨어 사업 HP에 매각설 모락모락

일반입력 :2009/08/30 14:27    수정: 2009/08/30 17:05

황치규 기자

미국 정부가 오라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안을 승인했다. 유럽연합 승인까지 떨어지면 오라클과 썬의 통합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오라클은 미국의 경우 8월31일까지 썬 인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게되면 DNA 자체의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더 이상 SW회사로 머물 수 없다. 서버사업까지 하는 만큼 휴렛패커드(HP), IBM과 살벌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서버 시장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죽기살기로 한다'는 말이 나오는 곳이다. 포화된 시장을 둘러싼 땅따먹기 경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HP와 오라클은 전통적인 맹방이었다. 두 회사는 각각의 주특기인 하드웨어와 SW를 결합해 '거함' IBM과 경쟁해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한국HP와 한국오라클은 IBM 메인프레임 고객을 유닉스 서버와 오라클DB 환경으로 전환시키는데 수년째 호흡을 맞춰왔다.

관전 포인트는 이런 상황에서도 오라클이 서버 시장에 뛰어드는 파격적인 카드 선택하겠느냐는 것이다. 현재로선 뻔한 대답이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썬 인수를 발표한 뒤 하드웨어 사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다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오라클이 서버 사업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진하게 풍긴다.

물론 래리 엘리슨은 정말로 하드웨어 사업을 하고 싶어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SW를 절묘하게 결합해 디지털 음악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킨 애플식 통합 전략을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오라클이 하드웨어 사업까지는 안할 것이란 얘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 근거중 하나는 래리 엘리슨은 당초 썬의 SW사업만을 원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관심밖이라는 것이었다.

썬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오라클은 3월 12일 썬에게 통째로 삼키는게 아니라 SW 일부 자산만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전략적 관계 구축을 위해 소규모 지분 투자 의사도 밝혔다. 하드웨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문건에는 썬과 매각 협상을 벌였던 오라클외에 IBM과 있었던 뒷얘기들도 풍부하게 담겼다. 썬은 IBM, 오라클외에 정체가 불분명한 또 하나의 업체와도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시스코, EMC보다는 HP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가 실렸다.

이런 가운데 오라클이 썬 하드웨어 사업을 HP에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다시 제기됐다. 포춘에서 테크놀로지 블로그를 운영하는 존 포트는 27일(현지시간) HP와 오라클간 커뮤니케이션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오라클이 썬 하드웨어 사업을 HP에 넘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HP는 서비스 사업 강화를 위해 썬 하드웨어 사업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HP는 지난해 IT서비스 업체 EDS 인수를 인수하고 서비스 시장에서 중량감을 끌어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썬에게 있어 EDS는 최대 고객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EDS는 지금도 썬 하드웨어를 많이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만큼 HP는 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서비스 사업에서 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HP는 또 다른 업체를 인수하는데 거액을 쏟아붓기를 원치 않을 수 있다. 오라클 역시 진지하게 하드웨어 사업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사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래리 엘리슨의 공개적인 발언은 고도로 계산된 수사학일 가능성도 있다. 그대로 믿기엔 어딘가 개운치 않다. 그는 BEA시스템즈나 피플소프트를 인수할때도 관심이 없는 듯한 제스처로 포장하는 전술을 구사한 뒤 단숨에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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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하드웨어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말은 썬 하드웨어 사업이 헐값이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한 수사학일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능성일 뿐이다. 그러나 오라클의 썬 통합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만큼 사실 여부는 조만간 베일을 벗을 듯 하다. 오라클과 썬 하드웨어 그리고 HP간 삼각함수의 해답은 과연 무엇일까?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