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까지 파고든 '디지털 터치열풍'

주방의 변모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일반입력 :2009/08/10 10:15    수정: 2009/08/10 10:37

류준영 기자

최첨단 IT기술들이 부엌까지 파고들었다. 주부들의 마음이 설렌다. 주방 일은 편해졌고, 시간은 더 짧아졌다.

휴대폰 원격 접속을 통해 가스레인지를 잠그고, 세탁기를 돌리는 등의 단지 홈 네트워크 시스템의 일부분에 그친 옛날의 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PC모니터가 달린 테이블에서 TV를 감상하고, 출입문 카메라를 통해 누가 방문했는지를 냉장고 LCD 액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식의 변화는 주부들에게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부엌이란 공간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탓이다.

하지만 최근 주방의 변모는 사람들의 가치관, 라이프사이클, 사회적 상황을 모두 반영하고 있어 흥미로운 전개를 이뤄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소개된 주방용 제품 및 부엌 디자인 컨셉 등을 통해 달라진 미래 주방시설의 진일보를 지금부터 확인해 보자.

터치센서 단 수도꼭지

디지털제품 전방위로 급속하게 파고들고 있는 기술 중에 가장 각광받고 있는 기술은 터치 센서다. 이 기술이 주방에서도 응용됐다.

수도설비업체인 델타포셋(Delta faucet)이 선보인 ‘필라(Pilar)’ 수도꼭지는 ‘터치 2O(Touch 2O)’ 기술을 이용해 수돗물을 쉽게 잠글 수 있다. 물을 잠그고 여는 것뿐만 아니라 물의 양과 온도 조절까지 터치로 제어할 수 있다. 이 제품의 판매가는 495달러(한화 60만원 대)

굳이 손을 대지 않더라도 열 감지 센서를 통해 조절할 수 있는 주방기기도 있다. 더러워진 손으로 페이퍼 타올을 쓸 경우 손의 물기가 타올 안 속까지 파고들어 못쓰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를 막고자 만들어진 ‘타월매틱(Tower Matic)’은 손만 가까이 대도 열을 감지해 페이퍼 롤을 정해진 길이만큼 자동으로 풀어 준다. 손을 오래 갖다 되고 있을수록 풀리는 페이퍼 타올은 더욱 길게 뽑을 수 있다.

■예비신부들을 위한 주방용 E북 리더기

결혼을 앞두고 요리학원을 수강하며 신부수업에 열심인 예비 신부들.

앞으론 비싼 학원비를 부담해 가며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들을 위한 주방용 E북 리더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요리 도우미 ‘데미(Demy)’는 2천500여 가지의 요리법과 요리 별 타이머 등의 기능을 갖췄다. 원하는 요리의 레시피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통해 매뉴얼을 내려 받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색다른 요리법을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다.

물속에서도 작동하는 방수형 디지털카메라처럼 설계돼 밀가루나 계란 등 각종 이물질에 의한 제품손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판매가는 300달러(한화 41만원 대)

선 없는 주방가전, '인간중심' 디자인 강조

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주방 환경 탓에 미국 TV드라마 속 사건사고는 주방에서 일어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기제품이 많은 부엌은 항상 감전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제안된 주방 디자인 컨셉 제품은 ‘파워매트(Power mat)’다.

이는 무선충전기로 각종 주방기기를 전원선 연결 없이도 쓸 수 있다. 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한 파워매트는 매트 위에 제품을 올려 놓기만 해도 무선 자동충전이 이뤄져 물에 젖은 손으로 어댑터를 전원에 연결하는 아찔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한다.

이 같은 기술 컨셉은 더욱 확대되어 주방테이블까지 이어진다. 연구개발단계에 들어선 일렉트로룩스의 파워테이블이 바로 그것이다.

테이블 위에 놓기만 하면 주방용 기기를 선 연결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데워서 먹어야 하는 음식에 열을 계속 가할 수 있는 열 센서 팬도 함께 부착돼있다.

이 테이블에서 추가된 편의성 개념은 모듈화다. 테이블 아래엔 1인용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커피머신이 함께 모듈 형태로 탑재돼 있다.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주방기기가 슬라이드 형식으로 나와 원하는 음식을 데우거나 즉석으로 해먹을 수 있다.

이 같은 테이블처럼 미래형 주방 디자인은 부엌일을 할 경우 인간의 움직임의 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예컨대 독일 주방 용품 전문업체 '마일러'가 제시한 미래 주방의 컨셉 디자인이 이와 상통한다.

이는 개수대 및 조리대가 360도로 회전하며 위치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사용자가 몸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설거지, 세척 등을 할 수 있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을 위해 부엌일을 앉아서도 할 수 있도록 한 ‘인간 중심’의 디자인 설계가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이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여기엔 이동식 수납공간 및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주방의 모든 기능을 조종할 수 있고, 최근 핵가족 중심의 작은 평수 주거 공간이 부쩍 늘어감에 따라 좁은 공간에도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주방기기간 ‘퓨전’ 바람

MP3 플레이어, 카메라,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이 모두 합쳐진 휴대폰처럼 제품간의 컨버전스유행이 주방기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주방기기간의 퓨전도 미래 첨단 주방가전의 한 테마로 진행 중이다.

호주 소형가전 업체 브레빌(Breville)의 ‘스케일 콤바인’은 온도와 주방용 저울을 결합한 제품이다. 스테인리스 강철 소재의 7.5인치 팬을 통해서 음식재료의 무게와 물의 온도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이 제품은 LCD스크린을 통해 최소 0.1온스와 1g까지 표시할 수 있으며, 온도는 화씨 302도까지, 무게는 최대 5kg까지 젤 수 있다.

커피머신·펜케이크머신…자동화 본격화

별다방, 콩다방 등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커피 전문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덩달아 집에서 직접 짜먹을 수 있는 커피머신의 판매량도 크게 뛰었다.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최근 셰프스택(ChefStack)는 어린이들의 간식대용으로 집에서 즉석으로 해먹을 수 있는 펜케이크 머신을 내놨다.

번거롭던 요리과정을 버튼 한번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자동화 제품의 등장이 주방에서 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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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절차가 복잡한 요리과정을 생략한 체 버튼 한번이면 손바닥만한 미니 펜케이크가 30초 만에 자동으로 조리된다. 한 시간에 대략 200개의 펜케이크를 만들 수 있단다.

단, 이 제품도 커피머신이 최초 선보였던 초입시장 때처럼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이다. 이 제품의 판매가는 3천500달러(한화 420만원 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