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변신' 전자레인지를 아시나요

일반입력 :2009/08/04 10:30    수정: 2009/08/04 11:02

류준영 기자

쇠고기 카레덮밥 2천5백원

주머니 얇아진 직장인들에게 이보다 강력한 유혹이 있을까?

어려워진 경제 여건 탓에 점심시간을 편의점에서 가볍게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조리된 즉석 식품을 구매해 한끼 식사 대용으로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락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 생활가전 시장에선 ‘편의점용 전자레인지’를 별도로 시판했으나 기대 이상의 판매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용량을 키운 편의점용 제품은 일반 전자레인지에 비해 30~40만원 더 비싸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엔 열기가 후끈 솟는 주방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그래서 전기밥솥이나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가볍게 상을 차리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대형마트의 식품코너에선 전자레인지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손수 쌀떡볶이’ 등의 간편 식단들이 제법 팔린다. 한 대형마트 직원은 “요즘 간편 조리음식들 대부분이 전자레인지 용량에 딱 맞는 크기로 만들어져 나온다”고 말했다.

전자레인지도 에어컨과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다.

3~4년전만 해도 전자레인지에서 꽃 무늬를 연상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요즘엔 스와로브스키 문양부터 꽃잎 하나하나의 음영과 질감을 살린 입체감을 극대화한 에칭 기법의 꽃 패턴 들이 새겨지게 시작했다.

10만원대 심플한 제품들이 디자인에 힘을 실어 몸값이 무려 30~40만원대로 치솟았다. 여기엔 기능의 경계를 넘어선 '퓨전' 바람도 일조했다.

인터파크 생활가전담당인 김기성씨는 “지난해부터 전자레인지 시장엔 복합기 열풍이 불고 있다.”라며 “스팀 기능이 더해진 전자레인지, 토스터기 결합된 전자레인지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전문매장서 나눠준 제품안내서에도 전자레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7페이지 중에 1~2페이지 남짓하다. 대신 전자레인지 기능을 삼킨 오븐제품 코너가 작년에 비해 2페이지 더 늘었다.

김기성씨는 “전자레인지는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0만원대 수준의 저가모델로 쏠려 있다”며 “대부분 제조사들은 개수당 가격마진을 높여 잡기 위해 결합 제품과 디자인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쇼핑몰 판매량을 집계해 보면 대우일렉은 10만원대 저가 제품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고가 모델서 강세를 띄고 있다. 오븐 기능을 가진 전자레인지는 평균 30만원~40만원대. 오븐의 사이즈가 이전보다 1.5배에서 2.2배 정도 커졌다.

김기성씨는 “대우와 동양매직은 저가형 제품이 잘 나가고, 삼성과 LG전자는 가격대별 제품을 두루 갖췄다”고 말했다.

전자레인지 ‘뚝딱 요리’ 메뉴 100여개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

불고기, 누룽지 등 한국식 요리뿐만 아니라 연어스테이크 등의 서양요리, 최근 웰빙 과자 풍속도를 업고 프리미엄 과자를 만들 수 있는 홈 베이킹, 키즈 쿠킹(두부과자, 모양쿠키 등) 등 전자레인지 자동 매뉴얼로 조리할 수 있는 음식 가짓수만 60~100여개에 달한다.

특히 발효 메뉴를 이용하면 청국장, 요구르트 등을 제조할 수 있고, 건조메뉴를 활용하면 육포나 과일 및 야채 등을 건조시킬 수 있다.

과거 단순히 데워 먹을 수 있는 개념의 전자레인지를 벗어나 모든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종합주방기기로 변모한 것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전자레인지 담당 박경렬씨는 “가스오븐에 대한 선호도가 전기오븐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전자레인지 기능이 오븐에 추가됐다”며 “전자레인지와 오븐이 결합된 스팀오븐레인지와 같은 컨버전스형 주방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스팀오븐레인지의 특징은 총 3가지다. 스팀을 직접 분사해 빠른 시간에 요리를 만들 수 있고, 그릴이나 전자레인지 등의 기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자체 청소기능이다.

발전된 기능을 좀더 들여다보자.

동양매직 이종철 대리는 스팀오븐기능과 결합된 전자레인지의 이점 중 하나는 300℃ 스팀을 직접 음식물에 분사해 웬만한 병균은 모두 살균, 여름철 유행하는 식중독 등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조리 중 내부가 일시적으로 밝아져 음식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조리 확인 기능과 함께 스팀청소, 탈취기능으로 청소•관리가 수월해 졌다.

또 부가적으로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절전모드로 돌아가며, 어린이들이 장난으로 버튼을 눌러 제품이 동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잠금 기능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대우일렉 전자레인지 사업부장 오찬서 이사는 “최근 음성안내 기능을 채용한 '말하는 오븐(모델명: KC-S340PX)’은 전자레인지와 그릴, 오븐, 발효 및 건조 기능까지 가능하다”며 “제품 후면에 위치한 스피커가 모든 메뉴 및 단계별 설명을 음성으로 제공, 조작에 능숙하지 못한 노인 및 어린이들도 손쉽게 요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디오스(DIOS) 광파오븐 스팀'은 전자레인지와 전기오븐, 전기그릴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갖췄다.

광파(光波)를 이용해 예열 없이 음식물을 빠르고 균일하게 조리할 수 있으며, 조리과정에서 수분증발과 영양손실이 적다. 일반 전기오븐에 비해 조리속도가 최대 3배 가량 빠르며, 전기요금도 약 40%까지 절약된다.

TV홈쇼핑용, 대형마트용 “그런 것 없어요”

브랜드PC를 TV홈쇼핑으로 구매할 경우 관련 모델 번호를 검색해도 확인되지 않는 모델일 경우가 많다. 제조사가 가격대에 맞춰 기능을 추가하거나 줄여서 TV홈쇼핑용 제품을 별도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인터넷 제품비교사이트에서 관련 모델번호를 입력할 경우 ‘없는 제품’이란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 하지만 전자레인지는 유통구조에 따른 별도의 제조라인을 가동하지 않는다.

특별할인판매를 할지라도 소비자들의 수요가 확 몰리지 않고, 생산 개수당 제조사가 가져갈 수 있는 이윤도 그다지 높지 않다. 또 중국과 같은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모델들이 더 많아 특별행사를 위한 상품을 따로 가동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유통업자들이 호빵이 잘 팔리는 겨울이 전자레인지 성수기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자레인지는 에어컨이나 냉장고에 비하면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대기업 마케팅 공세의 사정권 밖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중견기업들의 참여도가 활발하다.

인터파크 김기성씨는 “전자레인지는 생활가전부문에서 아직까지 소모품으로 보는 인식이 많다”며 “소비자들이 기본 기능만 잘되면 브랜드, 가격, 기능 차이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싱글족 전자레인지’ 틈새공략

요즘엔 싱글족을 겨냥한 미니 전자레인지가 인기다.

인터파크 김기성씨는 “요즘엔 싱글족이 늘면서 미니 전기레인지의 판매가 소폭 늘었다”며 “동양매직과 같은 중견제조사에서 홈 베이킹을 타켓으로 만든 제품들로 ‘미니오븐’이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토스트 겸용 제품들은 맞벌이 부부들이 주로 찾고, 관련 특수용기들은 대학 주변에 하숙 자취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물류석사 과정 최훈도씨는 “인터넷쇼핑몰에선 전자레인지용 용기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며 “쌀과 물만 넣으면 즉석에서 밥까지 지어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레인지 200% 활용법으로 메뉴에 맞게 제작된 용기사용을 적극 권했다.

생활에 가장 근접하게 쓸 수 있는 이색 디자인 제품들도 향후 기대되는 아이템이다.

커피전문점에 드나드는 횟수가 늘면서 이를 가볍게 데워 먹을 수 있는 USB 전자레인지가 해외시장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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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품회사인 하인즈(Heinz)는 자사 콩 요리를 따뜻하게 먹게 할 수 있도록 미니 USB 전자레인지 '빈자웨이브'를 개발해 내놨다.

이 전자레인지는 가로 16cm, 세로 15cm, 높이 19cm의 1인용 제품으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의 USB 포트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가정용 요리 조리는 불가능하나 간단한 스낵이나 음료를 데우기엔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