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저작권법, 후폭풍 거세다

일반입력 :2009/07/23 11:54    수정: 2009/07/23 19:56

김태정, 이승무 기자

필명 ‘기파랑’은 영화 패러디 창작을 즐기는 블로거다. 블로그 시작 1년 남짓에 하루 방문자 50여명 정도를 모았다. 아직 ‘파워 블로거’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인터넷 생활이다.

이런 그가 블로그를 닫았다. 그동안 올린 게시물은 아까워서 지우지 못했지만 ‘비공개’로 설정했다. 개정된 저작권법 때문이다.

23일 개정된 저작권법이 발효되면서 누리꾼들의 몸사리기가 본격 시작됐다. 다음 ‘아고라’에 넘치던 드라마 장면 캡쳐도 종적을 감추고 있고, 유명 블로그들도 줄지어 폐쇄에 들어갔다.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르면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을 저작권자 동의 없이 올릴 시 받는 경고가 3번 이상이면 계정이 정지된다. 또 저작권을 보유한 모든 콘텐츠에 대해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그 사용공간이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 등 '공개'된 장소라고 판단되는 경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특히 인터넷 콘텐츠의 경우 해당 사이트의 단순 링크 조차도 원저작권자의 허가 없이는 사용할 할 수 없다.

문제는 ‘불법 게시물’에 대한 기준이 모호, 누리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 특히 영화나 드라마 패러디에 대해서 ‘저작물 변경’ 이유로 단속당할 것이라는 소문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비영리 목적으로 원작을 풍자하는 것은 허용하겠다”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일반 누리꾼의 게시물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영리 목적’이라는 기준은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라는 여론이다.

예를 들어 풍자물을 올린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 등 광고를 올리면 바로 ‘영리 목적’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측은 아직 답이 없는 상황.

결국 정부는 저작권법 개정에 대한 홍보나 누리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블로거 쎄미는 “정부가 말하는 저작권법 위반 기준을 아직 이해 못하겠다”며 “일단은 블로그를 닫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부 누리꾼들은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등 국내 법 밖에 있는 해외 소셜네트워크로 사이버 망명까지 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 등에는 ‘사이버 망명 노하우’가 인기 게시물로 떠올랐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누리꾼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새로운 사이트 운영방식을 적극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바뀐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게임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들에는 여전히 저작권을 위반하는 게시물이 등록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국내 게임관련 주요 커뮤니티 5곳 중 개정된 저작권법 조항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현재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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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사이트내 공지사항을 통해 새로운 저작권법에 따라 게시물을 올려줄 것을 사용자들에게 요청하고 있으나 사용자들이 기존 사용 방식을 고수해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원인을 밝혔다. 그는 또 "개정법의 잣대로 보면 거의 모든 콘텐츠가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를 모두 삭제할 경우 사이트의 운영 자체가 마비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게임 전문가는 "각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저작권법 개정과 관련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발생된 일"이라고 분석하면서 "사용자들이 자체개발 콘텐츠를 적극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없으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