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정작 시청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2012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함께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 기초생활수급자인 85만4천여명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각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축적한 정부예산의 혜택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에 약 2조9천억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중 방송설비 등 방송사 투자 비용을 제외한 민·관예산(약 1조4천억원) 가운데 저소득층 지원 등 실제 시청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예산은 1천60억원에 불과하다. 채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얼마전 디지털 전환을 단행한 미국은, 총 27억 달러의 정부예산 중 약 77%인 21억 달러가 아날로그TV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컨버터' 지원에 들어갔다. 영국도 전체 8억 파운드의 정부예산 중 75%인 6억 파운드가 시청자 지원에 소요됐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의 시청자 지원 예산은 턱 없이 부족한 셈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당초 컨버터 지원 비용으로 15억 달러를 책정했으나, 이후 이를 증액해 21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환 일정도 당초 지난 1월에서 6월로 연기한 바 있다.
■정부·가전업체만 배부르나?…소비자 비용부담↑
우리나라의 '디지털방송활성화에 관한 특별법(디지털전환특별법)'에 따르면 직접지원 대상자를 저소득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직접지원 계층을 차상위 계층까지 포함하도록 논의 중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 비용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한 대다수의 가정도 비용 부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DTV코리아 최선욱 전략기획실장은 좋은 서비스가 비용을 수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너무 많은 돈이 소요된다 데에 있다며 서유럽 등은 우리나라보다 국민총소득(GNI) 수준이 세 배에 달하지만 실제 가구당 디지털 전환 비용은 1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가의 디지털TV를 판매해 산업을 부양시키겠다는 정부 정책과 디지털TV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가전사의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현재 가까운 일반 가전유통점에 가봐도 대부분 고가의 디지털TV 위주로 진열돼 있다.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가의 디지털TV를 구매해야만 하는 것처럼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지난 달 '디지털전환 활성화 기본계획'을 확정 ▲내년 1월까지 디지털 튜너 내장 의무화를 화면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TV로 확대하고 ▲올해부터 저가·양질의 보급형 디지털TV 및 DtoA컨버터 보급을 추진키로 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전응휘 위원은 원래 다른 나라들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디지털전환특별법을 만듦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일방적으로 정부가 일정 대로 끌고가기 위해 만들었다며 시청자 지원이 뒤로 물러나면서 본말이 전도됐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아날로그 케이블TV' 폐지 가능해 진다2009.07.21
- 디지털방송 전환하려면 수신료 인상?2009.07.21
- 김연아, "난 디지털전환 홍보대사"2009.07.21
- 디지털전환은 '전국민 강제이주' 정책2009.07.21
방통위도 예산 부족으로 애를 먹고있는 상황이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한 인지율이 3명 중 1명 꼴로 알고 있는 34.9%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최상의 홍보방식인 TV 광고도 올해들어 한달 송출하는 데에 그쳤다. 그나마 지상파 방송국 예산으로 DTV코리아가 진행할 TV 광고가 하반기에 예정돼 있을 뿐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디지털전환특별법상 현재 85만4천여명의 기초생활수급자들만 지원 대상에 포함되며 올해말까지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소득수준에 따라 구분해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