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게임의 역습이 시작됐다

일반입력 :2009/07/10 09:59    수정: 2009/07/10 11:17

중국산 온라인게임의 역습이 시작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욕구는 강했지만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 표절게임을 만들어 내거나 최강국 한국의 콘텐츠를 선호했다.

하지만 막강한 내수 시장 경쟁력과 자본력에, 한국산 게임의 자양분을 먹고 성장한 기술력까지 더하며 중국산 온라인게임들은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로 한국 시장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게임산업이 광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양적 및 질적인 팽창을 해나가 그 성장속도 또한 굉장히 빨라지고 있어 몇 년 안에는 한국 게임시장이 중국에 잠식당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시장은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그런 경고를 둔감하게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에 등장한 ‘완미세계’의 성공은 지금까지의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완미세계는 당시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회원수가 30만 명에 이르렀으며 동시접속자 수도 그 해 나온 게임 중 최고 수준인 3만명에 이르렀다.

“그래도 중국산 게임 아닌가”라며 냉소를 보냈던 국내 주요 퍼블리싱 업체들도 ‘완미세계’의 성공적인 국내 런칭을 발판 삼아 앞다퉈 중국산 게임 잡기에 뛰어들었다.

■중국 온라인게임들의 성장동력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내수시장의 엄청난 불황과 함께 중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의 가격에 게임 퍼블리싱이 가능하며, 국내 게임들 못지 않은 퀄리티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이 실적으로 보이자 전에 없던 매력적인 콘텐츠로 급부상하게 되기 시작했다.

중국 온라인게임들이 갖고 있는 강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소위 ‘잘나가는 게임’에는 최소 3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포진돼 있다. 국내 개발팀의 규모에 약 10배가 넘는 규모인 셈이다. 바꿔 말해 이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역시 10배가 넘는 분량이다.

이들이 매 주 단행하는 업데이트는 국내의 월간 업데이트 분량과 비슷한 수준이며, 매월 단행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는 국내 확장팩의 분량을 상회한다. 이러한 대규모 업데이트는 유저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 유저들의 연속성과 충성도를 확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경우, 인구가 많은 만큼 게임인구도 많기 때문에 10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견뎌내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서버관련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또한 이미 시장에서 한 번 '검증'된 작품이라는 점도 중국 게임들을 수입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중국산 온라인게임은 한국제품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아직까지 세밀한 부분에서는 우리가 앞서지만, 5년 뒤는 낙관할 수 없다는 평가다. 게임업계에서는 중국 게임의 국내시장 공략이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만 5개 이상의 중국산 온라인게임들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시장에 진출 중인 중국 게임업체들 작품 중 다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무협 장르 게임들이다. 또한 개발에 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 시장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캐시카우형 모델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중국 온라인게임들의 약진

올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 온라인게임 중 지난 23일 공개시범서비스에 돌입한 ‘천존협객전’이 공개서비스 2주를 넘어서며 사용자 증가로 인한 서버 증설, 각종 지표의 상승세 등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천존협객전’은 사전공개서비스 당시 2개의 서버로 시작해 23일 공개서비스를 진행하며 4개의 서버를 준비했다. 이어 다시 2주 만에 3개의 서버를 추가로 열어 총 7개로 확장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게임노트(http://gamenote.gameangel.com) 온라인게임순위도 지난주 55위에서 금주 주간순위는 28계단이나 오른 29위까지 올라선 상태이다.

‘천존협객전’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동 네비게이션 시스템이나 여타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기성장 시스템 등이 게임을 찾는 사용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며, 원작 소설인 ‘촉산전’을 배경으로 한 동양적 환타지 세계관도 게임의 인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작년 완미세계로 큰 성공을 거둔 CJ인터넷은 올해 중국 픽셀소프트가 개발한 ‘심선온라인’으로 다시 한번 대박을 노리고 있다.

지난 2일 공개서비스와 동시에 게임순위 49위에 랭크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심선온라인’은 개성강한 20개 코믹 캐릭터들이 신선이 되는 과정을 다루며 동양적인 색채를 재미있게 게임 안에 녹여낸 것이 특징인 중국산 MMORPG게임이다.

‘심선온라인’은 중국 내에서도 동시접속자 50만 명을 기록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고, 국내 실정에 맞춘 현지화를 통해 오랜 기간 한국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이러한 두 게임의 약진은 한국 게이머들에게 중국온라인게임이 예전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외에도 CJ인터넷의 ‘주선온라인’, KTH의 ‘적벽온라인’, 하이윈의 ‘구대서유’, SBSi-이야인터랙티브의 ‘무림외전온라인’ 등 중국산 온라인게임이 최근 들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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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 온라인게임이 밀려오면 한국에서 큰 성공을 하지 못하더라도 중하위권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며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세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중국산 온라인게임이 완성도면에서 국산 온라인게임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온라인게임을 너무 무시했던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