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오늘부터 '과열 경쟁 금지' 합의

일반입력 :2009/07/01 11:39

김효정 기자

오늘부터 이동통신 3사의 과열 마케팅이 전면 금지된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의 수장들이 한데 모여 이달부터 당장 과열 경쟁 행위를 중단하자고 합의를 했다.

이통3사 CEO들은 1일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통신사CEO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합의 사항에 만장일치로 뜻을 같이 했다. 또한 앞으로 또 다시 시장혼탁 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해 제도적인 불이익을 줄 것을 방통위에 요청했다.

이날 방통위는 지난 5월과 6월 두달간 번호이동이 매달 120만건에 육박했을 정도로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다는 판단 하에 이통사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통3사도 뜻을 같이 했다. 스스로 과열 경쟁을 인정하며 업계의 노력으로 이 같은 경쟁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까지 왔으니,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신사CEO, 과열 경쟁 금지 합의…위반시 강력한 처벌 

이석채 KT 회장은 "지금은 공짜폰이 아니라 마이너스폰까지 나올 정도로 혼탁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 먼저 시장혼탁 행위를 하는 업체에게 패널티를 부여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매년 5, 6월이면 마케팅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통3사가 매번 이야기 해도 해결되지 않으니, 오늘부터 과열 경쟁을 그만두자"고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해도 보조금이 난무해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보조금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선순환이 될 것이다. 통신사 자율로는 과열 경쟁 해소가 불가능하니 약관에 따른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통신사CEO들은 이와 같은 과열 경쟁 해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함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정만원 사장은 "누가 먼저하라고 하지말고, 오늘부터 과열 마케팅을 3사가 같이 하지 말자. 방통위도 오늘 이후 합의를 깨는 업체에 대해 조사하고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60년대 정유공장이 처음 생겼을 때처럼 5개 정유사가 과열 경쟁을 했지만,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어도 시장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통신시장은 이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싸우면 시장이 커진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 지금은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으니 누가 나서서 말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석채 회장도 "앞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업자에게 주파수 할당에서 감점을 하는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 또한 투자금액 대비 마케팅 비용을 조사해, 마케팅 비용이 초과된 업체에게 패널티를 부여하자"라며, "(정만원 사장의 경쟁 언급에 대해)경쟁은 소비자 혜택 측면에서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의 방식이다. 지금은 판매점만 배불리는 방식이니 방통위에서 제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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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CEO들의 합의가 실무진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이번 합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구두합의 일 뿐, 문서화된 것이 아니라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업의 최고 책임자들이 약속한 만큼, 지난 2분기 323만건이라는 사상 최대의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를 기록한 국내 이통시장이 안정을 찾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오늘부터 CEO들이 과열 마케팅 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했으니, 방통위도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인지 연구하겠다"며 "잘 하는 곳에 상을 주고, 그렇지 않은 곳에 벌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