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고위 인사가 우리 국회의장을 만났다면? 모르긴 해도 흥미로운 설전을 기대해 볼만하다. ‘인터넷 실명제’라는 우리나라 실정법을 정면 거부한 구글과 국회의장의 만남은 흥행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빅매치는 불발됐다. 지난 26일 김형오 국회의장과 인터넷 업계 수장들이 가진 간담회서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간담회 주제가 인터넷 규제와 구글 등 해외사례였기에 빈자리는 더 어색했다.
사실 구글의 결석은 흔한 일이다. 공석이든 사석이든 국내 인터넷 업계 모임서 구글은 뵙기 힘든 몸이시다. 지난 3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출범할 때도 빠져있었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활동은 부족했다는 평.
우리 기업들의 텃세 때문? 어림없는 소리다. 구글과 같은 미국계인 야후는 국내 활동이 왕성하다. 이번 김형오 의장과의 간담회서도 김대선 한국 대표가 참석, 미국과 국내의 인터넷 환경 차이를 설명했다.
구글의 한국판 홀로서기는 스스로 택한 길이다. 자신들은 ‘포털’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즉, 검색 본질에 주력하는 회사일 뿐 네이버나 다음처럼 콘텐츠에 직접 관여하는 ‘포털’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
예컨대 언론사 뉴스 노출 화면을 편집하고 댓글도 관리하는 포털들과 달리 순수 검색만 가능토록 한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구글이 스스로 그렇다는 데 왈가왈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 사업 지향점과 상관 없이 다른 포털들과 경쟁과 협력을 동반하는 구성원임은 분명 사실이다. 구글이 국내 인터넷 기업 모임과 거리를 두는 것에 아쉬운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구글은 여전히 한국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유튜브 실명제 거부와 개인정보보호, 웹표준과 같은 굵직한 현안들의 중심에 서있다. 이제까지는 서버가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 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를 일이다. 구글은 국내 사업을 계속 확대해갈 계획이고 방통위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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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돌파는 분명 험난한 길이다. 그러나 나홀로 피하기 전략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계속해서 구글은 국내 인터넷 환경과 괴리를 좁히지 못할 것이다. 구글의 목소리가 커지길 바라는 지지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구글의 기업정신은 '대화'와 '소통'이다. 수년에 걸쳐 세계 누리꾼들에게 이를 강조해왔고, 소통하는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제 국내 시장이 구글에게 '대화'와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