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기 및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하드웨어와 SW 업체간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하드웨어가 SW를, SW업체는 하드웨어를 기웃거리는 장면이 속속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와 SW간 협력 생태계에도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하드웨어와 SW업체간 합병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개인용 시장에서 하드웨어와 SW업체는 그동안 상호 독립적인 성격이 강했다. 필요할때 협력하면 되는 사이였다. 그러나 PC 산업이 스마트폰, 로봇, 자동차 등 다양한 하드웨어와 엮이면서 결합의 필요성이 늘고 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아이팟 하드웨어와 아이튠스 SW 및 서비스를 결합해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제국을 건설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아이폰과 SW그리고 애플리케이션 마켓 플레이스 앱스토어를 결합해 단숨에 강자 반열에 올라섰다.
하드웨어와 SW간 결합을 향한 애플의 행보는 최근들어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반도체 업체인 PA세미를 인수한데 이어 경쟁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자사 하드웨어에 탑재할 독자적인 칩 개발을 추진중이란 루머에도 휩싸여 있다.
'반도체 거인' 인텔도 하드웨어와 SW간 결합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인텔은 지난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 윈드리버를 8억8,4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윈드리버 인수로 로봇 장비, 모바일 기기,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비PC 영역에서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윈드리버는 알카텔 -루슨트, 보잉, 제너럴 일렉트릭(GE),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갖고 있다. 인텔은 이들 기업에 자사 칩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인텔과 윈드리버는 지난 10년간 협력관계였다. 양사는 1년전 자동차와 모바일 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 공동 개발도 시작했다. 인텔의 윈드리버 인수는 그동안의 협력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 부루그맨은 윈드리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인텔과의 협력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다. 이미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의 윈드리버 인수로 오픈소스 기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생태계에서도 활동폭이 넓어졌다. 윈드리버는 휴대폰 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채택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데 주력해왔다. 인텔도 그동안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을 넘어 넷북 등 다른 하드웨어로 확산되는 것을 지지해왔다. 이에 따라 인텔이 자사 차세대 아톰칩에서 돌아가는 독자적인 안드로이드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기반 하드웨어 출하량은 올해 10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의 윈드리버 인수는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에게는 실질적인 위협이 될 듯 하다. 비즈니스위크(BW)는 "인텔은 자사 칩과 윈드리버 SW를 최적화시킴으로써 경쟁 업체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BW평가대로 인텔과 윈드리버간 합병이 위력을 발휘할 경우 경쟁 업체들도 유사한 전술을 사ㅏ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신들에 따르면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도 몇년안에 하드웨어나 반도체 업체 사냥에 나설 수 있다. 프리스케일 등 반도체 업체도 비PC 시장을 겨냥해 관련 툴 및 SW업체를 인수하려 할 수 있다. 후보로는 몬타비스타, 그린힐스소프트웨어 ONX소프트웨어시스템스인터내셔널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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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최근 투자자들을 상대로 "SW는 이제 인텔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선언했다.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 SW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커졌다는 얘기였다. 협력으로 해결했던 SW부분을 직접 챙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텔은 윈드리버 인수외에 독자적인 OS 프로젝트 '모블린'도 강화하고 있다. 모블린을 앞세워 넷북은 물론 스마트폰까지 노리면서 혈맹관계인 MS와도 일부 시장에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윈드리버 인수는 이를 가속화시킬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