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3]세계로 향하는 '한국 게임'…②한국 게임, 문화콘텐츠 중심에 서다

게임, 이제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주체로 변신

일반입력 :2009/05/21 19:28    수정: 2009/05/25 14:43

이승무 기자

글로벌시대 문화콘텐츠의 첨병으로 떠오른 한국 온라인 게임이 ‘원 소스 멀티 유즈’전략을 통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는 하나의 콘텐츠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이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1980년대부터 활용되기 시작한 ‘원 소스 멀티 유즈’는 주로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주체로 해 전개해 왔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닌텐도 게임기 패미컴의 전성기였던 80년대부터 게임 콘텐츠를 활용한 ‘원 소스 멀티 유즈’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그 결과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린 ‘포켓몬스터’를 비롯한 많은 성공사례들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일본의 성공에 자극받아 미국을 비롯한 게임강국들은 이후 게임 콘텐츠를 활용한 ‘원 소스 멀티 유즈’전략을 적극적으로 펴 나갔고 현재는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주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 또한 과거에는 유명 만화와 영화 등이 게임으로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게임이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 지는 등 게임이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주체가 되고 있다.

■게임, 캐릭터 상품 산업의 선두주자로

‘원 소스 멀티 유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캐릭터상품’이다.

캐릭터상품은 학용품, 의복, 완구, 식품 등 그 확장성이 매우 넓고 소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최근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캐릭터상품 시장은 ‘둘리’, ‘마린블루스’와 같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캐릭터들을 사용한 상품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귀혼’ 등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캐주얼게임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점차 게임의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캐주얼게임 열풍’을 타고 등장한 ‘게임캐릭터상품’은 캐릭터상품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활성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익 면에 있어서도 게임사를 비롯한 관련 업체에 큰 도움이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캐주얼 게임 ‘메이플 스토리’와 ‘카트라이더’를 보유한 넥슨의 경우 2004년 본격적으로 이 산업에 뛰어든 이래 지금까지 1,000여종이 넘는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고, 200억 원에 가까운 로열티 매출을 올리는 등 큰 실적을 올렸다.

또한 엔트리브의 캐주얼 골프 게임 ‘팡야’의 경우 게임콘텐츠 산업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팡야 캐릭터 피규어’는 일본 게임 마니아들에게 실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콘텐츠는 출판 업계의 큰 희망

캐릭터상품 업계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게임콘텐츠의 활약상은 출판 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콘텐츠를 소재로 한 서적들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출판업계에 큰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인터넷이 보급된 이래 국내 출판 업계는 매년 불황을 거듭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서적의 판매량이 평균 50만 부를 넘기 힘들다.

그런데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월 넥슨의 캐주얼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만화책이 시리즈 도합 판매량 ‘1200만 부’를 달성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정욱희 길벗출판사 편집장은 한 국내 언론을 통해 “단일 브랜드 판매량 1000만 부는 국내 출판 역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대박”이라고 밝혔다.

게임을 이용한 출판물의 선전은 비단 넥슨만의 것이 아니다. 인기 캐주얼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사라면 다들 게임콘텐츠를 이용한 다양한 장르의 서적을 출간해 큰 수익을 얻고 있다.

특히 ‘팡야’의 엔트리브 소프트, 귀혼’의 엠게임, ‘겟앰프드’의 윈디 소프트는 어린이를 위한 코믹북과 학습 만화를, 대대적으로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진출

수년 사이 국내에서 당당히 ‘문화’로서 자리 잡은 게임은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등 지금까지 게임업계에 있어서 ‘미지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졌던 각종 문화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지난 2005년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원작으로 한 ‘마법신화 라그나로크’를 시작으로 ▲2007년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시리즈의 캐릭터를 이용한 ‘다오배찌 붐힐대소동’이 ▲2008년에는 ‘메이플스토리’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그리고 ▲2009년에는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를 원작으로 하는 ‘아라드 전기’가 각각 제작됐다.

이들 애니메이션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한류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 해외로의 수출이 용이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방영 시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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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는 지난 2008년 4월 CJ인터넷의 온라인 대전액션게임 ‘그랜드 체이스’를 원작으로 한 ‘그랜드 체이스-카나반의 전설’이 공연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뮤지컬은 오는 6월 15일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다시 공연될 예정이다.

국내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게임이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등 대중문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며 “게임은 미술, 음악, 문학을 아우르는 ‘종합 문화 콘텐츠’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으며, 앞으로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