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진입한 직장인 노지훈씨, 몸값을 올리기 위해 올해부터 사이버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대학원도 고려해 봤으나 500만원이 훌쩍 넘는 등록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사이버대학 입학 후 노씨는 전 과목, 매주 수업마다 워드파일로 주어지는 서브노트를 일일이 프린터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과목당 20장 안팎으로 1학기 노씨가 신청한 과목은 총 6개. 한 달이면 어림잡아 서브노트 분량은 480여장에 달한다.
때문에 프린터 구매를 결심한 노씨. 이제부터 그는 토너먼트(승자 진출전) 방식에 따라 내게 가장 적합한 제품 브랜드를 선택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노지훈씨는 집에서 놓고 쓰는 제품으로 컬러레이저젯프린터와 잉크 데스크젯 복합기란 카테고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이왕이면 복사와 스캔까지 가능한 복합기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주로 쓸 프린터 기능이 레이저젯보단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다음은 시장석권 브랜드를 나란히 놓고 따져 보는 것. 빠른 결단을 위해 시장판매순위 1~2위 업체인 HP와 삼성으로 압축시켰다.
또 최근 가장 잘 팔리고 주목 받는 제품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토록 했다. 삼성전자의 컬러레이저젯프린터 CLP-310K와 HP의 잉크 어드밴티지 F735를 대표선수로 발탁, 권역이 다른 두 제품이 링 위에서 맞닥뜨렸다. 두 제품 모두 아직 검증을 마치지 못한 ‘대어급’ 신인이다.
이순간 노씨의 관전포인트는 속도와 품질, 한 달에 들어가는 유지 비용 등에 입각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프린팅 디바이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컬러레이저젯과 잉크젯 복합기의 상대적 성과에 따른 평가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기 난해하나 보편적인 사용자의 만족도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 유효하다.
장장 6시간에 걸친 박빙의 비교 테스트. 100장으로 가뿐하게 스타트를 끊어 500장, 1,000장, 1500장에 이르기까지, 삼성 CLP-310K와 HP의 F735는 잉크와 토너가 제 기능을 못할 때까지 출력물을 토해내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승부의 희비는 예상치 못한 실책(에러) 부문에서 갈렸다.
■1라운드 디자인
삼성의 CLP-310K의 크기는 388*313*243mm(가로*세로*높이)이며 무게는 11kg이다. 대적할 HP의 잉크 어드밴티지 F735는 438*391*162mm(가로*세로*높이)로 무게는 4.9kg이다. 정사각형 모양의 아담한 CLP-310K와 안정된 느낌의 중후한 맛을 더한 HP의 F735는 나름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무게 측면에선 HP가 유리한 고지에 선다. 여성들도 힘들이지 않고 옮길 수 있고 원하는 위치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CLP-310K가 메뉴버튼을 간소화해 깔끔한 이미지를 안겨준다면, HP F735는 정반대로 사용시 필요한 메뉴 버튼을 마치 PC웹브라우저 상에 위젯처럼 디자인해 장착시켰다.
F735는 “꼭 필요한 버튼들을 제품 좌측 면에 알기 쉬운 디자인 감각으로 배치해 복잡하지 않은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로 편의성을 배가시켰다.”는 게 대부분 리뷰사이트 담당자의 중론이다. 특히 HP F735엔 원 터치 취소 버튼을 통해 빠른 제어가 가능하다. 프린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버튼이므로 이 부분에 힘을 줬던 것이다.
삼성의 CLP-310K의 특장점인 소음에 관한 ‘노-노이즈(NO-NOIS)’ 기술. 즉 도서관의 소음 수준인 40데시벨에 가까운 45데시벨의 소음 줄임 효과는 HP F735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출력시 카트리지 좌우 이동으로 발생한 진동으로 HP F735의 요동이 감점요인이 됐다.
잉크잔량 표시기는 두 제품의 공통요소이나 정확한 잉크잔량을 표시하는 데는 의문부호를 달게끔 했다. 다시 말해 F735의 잉크 잔량은 마치 자동차의 연료경고등과 같아서 잉크 잔량이 부족하다는 표시가 들어와도 계속적인 인쇄는 가능하다.
컬러출력의 경우 잉크가 부족할 때 남은 검정 카트리지나 나머지 남은 컬러 카트리지로 출력을 대처하게 되므로 중요한 출력작업은 완성된 상태로 뽑아낼 수 있다. 이전 제품들과 확연히 다른 연출방식이다. 이전엔 잉크가 부족할 경우 인쇄 중간과정에서 내뱉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면 이렇게 억지로(?) 출력한 인쇄물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실제로 쓸만할까? 답은 ‘아는 사람만 안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해 보인다. 원본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면 원 문서처럼 감쪽같다는 뜻이다.
물론 이때의 출력물에서 정확한 색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실제 평가에선 HP가 알려온 컬러출력의 한계노선 평균치 600장을 넘어설 때까지 출력물의 품질에 큰 변화가 없었고, 1,000장을 넘어서자 잉크잔량이 대부분 소모된 것으로 표시됐으나 프리젠테이션(PPT)의 인쇄는 연속적으로 진행됐다.
이때 노란색과 초록색 자리가 어설픈 명암 처리로 나타나 색상의 구분은 모호했으며, 이보다 앞선 800장선에 이르렀을 때 색감의 저하는 현저하게 나타났다.
삼성의 레이저젯 CLP-310K는 1,000장을 넘어선 출력물까지 품질에 대한 일관성은 지속됐다. 이는 레이저젯 고유의 강점이다. 눈여겨 볼 점이라면 출력량에 따른 (잉크와 토너)가격대비 측면, 출력물 품질 측면에서 HP F735와 CLP-315K가 750장을 넘어설 때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는 것에 있다.
20만원대 레이저젯의 턱밑까지 추적해 압박해 들어오는 10만원대 잉크 데스크젯의 당찬 도발은 지금부터 펼쳐질 비교테스트의 하이라이트로 재연된다.
■2라운드 출력성능
우선 A4용지로 이미지 사진만을 프린터로 출력할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가정하에 문서 중심의 출력량을 테스트했다. 모든 출력은 표준 출력을 기준으로 삼았다.
첫 과제는 흑백의 보고서와 사업계획서다. 시작 깃발이 오르자 가장 먼저 출력물을 뽑아낸 선수는 HP F735다. A4용지를 들이키듯 입구방향으로 털어 넣더니 이내 시원하게 쭉 내뱉어낸다. 단거리 선수 부문에선 웬만해선 따라잡기 힘들어 보였다. 첫 장의 출력속도는 2.7~3.3초 사이다. 반면 삼성의 CLP-310K는 데이터를 읽고 첫 장의 출력까지 14.30초~15초 가량 소모됐다.
다음 과제는 컬러가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으로 각종 효과를 삽입했다. 컬러 프린터 출력 속도 부문에서 삼성 CLP-310K가 3.5장의 컬러문서를 인쇄할 때 HP의 F735는 1장의 출력물을 간신히 완성했다. 프리젠테이션 원본파일엔 컬러명암효과가 1/4를 차지하는 상태였으므로 이를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던 탓이다.
여기서 지디넷 랩실은 레이저젯과 잉크젯의 극명한 차이점을 캐내게 된다. 이른바 글자의 그림자 효과 구현에서 레이저젯은 ‘■ ■ ■’ 형식의 네모난 사각 점자가 일렬로 늘어선 형태로 표시된 반면 잉크젯은 포토프린터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런 그림자 표현기법이 가능했다(자료참조: 메가뉴스 TV) 다만, 이는 3D효과나 투명효과 등의 모든 효과에서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연속적으로 600장의 인쇄고지를 넘어선 두 제품의 강행군은 750장 선에 이르자 격한 숨소리를 내쉬며 힘들어 했다. 특히 F735의 경우 잉크가 바닥에 닿자 완성된 인쇄물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때문에 출력시간이 이전보다 지연된 모습을 보였다.
750장 이후 컬러원본의 첫 장 출력시간이 약 14초를 기록한 삼성의 CLP-310K는 이후 29.47초, 44.42초 간격으로 같은 장의 인쇄물을 힘에 부침 없이 거침없이 쏟아냈다. 같은 출력결과물인 750장을 뒤늦게 넘어서기 시작한 HP F735는 첫 장의 출력시간이 29초가 소모되면서 고전하는 모습을 비췄다. 이미 HP가 제시한 잉크교체 주기를 한참 넘어서 반환점을 돌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번 테스트에서 600장의 프린터 출력물을 뽑아내는데 두 제품이 근소한 시간차를 나타낸 것은 CLP-310K에서 잦은 에러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 이는 테스트 진행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같은 출력용지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에러(ERROR) 표시를 나타내는 문서가 중간중간 출력됐다. 종이 걸림을 나타낸 잼 현상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작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비해 HP 잉크 어드밴티지 F735는 단 한차례의 에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총평
모든 비교테스트의 핵심요지는 경제성 측정에 맞춰졌다. 이는 앞서 예로 든 노지훈씨의 경우처럼 실물 경제의 침체 속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의 구매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소모품의 장당 출력비용을 낮추데 더 많은 양의 인쇄가 가능해야 하며, 품질수준은 일관됨을 원칙으로 한다. 아울러 기동성이 경쟁력인 비즈니스맨들에게 첫 장의 빠른 출력속도는 시간절약과 직결됨으로 간과할 수 없다.
HP가 보급형 라인업 확대를 위해 제안한 서브 브랜드 잉크 어드밴티지 F735 모델은 지금의 유저들의 입맛을 잘 맞췄다고 봐진다. 흑백과 컬러의 잉크비용이 리필잉크만큼 저렴한 9,900이란 점에서 조명을 받았고, 레이저젯 못지 않은 실력발휘에 ‘우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듀얼 드롭 볼륨’ 기능을 통한 한층 더 정교한 인쇄물의 출력 등 앞선 테스트를 통해 레이저젯에 미치지 못한다는 복합기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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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를 둬가면서 권역을 달리한 레이저젯과 잉크젯의 진검승부를 관전했고, 결론은 ‘대상타켓과 목적이 분명한 잉크 데스크젯 복합기의 상품기획은 레이저젯의 인기를 한풀 꺽을 수 있는, 프린팅 시장에 변주곡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으로 귀결된다.
※비교 테스트를 진행하던 현장의 모습은 메가뉴스TV에서 4월 29일 오후부터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