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복합기시장, '각양각색' 생존경쟁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수익 다변화 모색

일반입력 :2009/02/18 13:52    수정: 2009/02/18 17:07

류준영 기자

“A4시장을 사수하라”

복합기솔루션 업체에 특명이 내려졌다. 신도리코와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한국후지제록스, 한국코닥 등 A3 기반의 전통 디지털복합기제조사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감돈다. A4복합기시장에 조준점을 맞춘 삼성과 HP의 거센 행보 탓이다.

A3에서 A4복합기로 시장수요가 최근 부쩍 늘면서 새 경쟁자들과 실력을 다퉈야 하는 상황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란다.

신도리코 영업부 김희수 차장은 “A3와 A4 복합기 시장의 확고한 영역이란 이젠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기존에 A3복합기를 양산하던 회사들도 A4 중심의 라인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앞으로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일제히 삼성을 주목했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HP가 훨씬 더 높은 고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을 지목한 까닭은 뭘까?

삼성이 국내 프린팅 시장서 단숨에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를 IT시장의 오너십(ownership) 때문으로 분석하는 업체들이 많았던 것이다.

비싼 특허료, 기술제휴에 의존한 OEM 방식의 생산 등 자체 기술력이 떨어지는 삼성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오직 기술만으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담당자들의 조언이다.

환율급등 등의 시장악재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면서 관련 업체들의 표정도 제각각이다.

수출량이 70%에 달하는 신도리코는 되레 환율 덕을 본 사례며, 생산공정이 국내에 있고, 아직은 내수시장의 비중이 높은 캐논은 사정권 밖으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밖의 생산기지가 해외에 위치한 제조사들의 표정엔 근심으로 가득찼다.

경기침체란 난관에 봉착한 기업들이 저마다 ‘총소요비용’(TCO) 절감 차원의 제어 솔루션 주문을 늘려감에 따라 ‘맞춤형’ 인쇄솔루션의 제공으로 수익산업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업체들도 크게 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대형프린팅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제조사들의 막바지 차비도 볼만하다.

아울러 시시각각 변화는 새로운 인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의 유동적인 플랫폼 전략을 펼쳐야 할 때라는 견해에 이의를 다는 업체는 더이상 없다.

예전과 달리 200km로 질주하는 프린팅 시장환경에 맞선 중대형 A3복합기업체들의 작금의 생존경쟁 백태를 들여다봤다.

신도리코 “A4복합기에서 새 먹거리 창출”

A3복합기를 만드는 원천기술을 갖췄다면 A4복합기 시장도 손쉽게 공략할 수 있다고 보는 회사가 신도리코(대표 우석형)다.

전국에 대리점만 520여 곳, 전국 15개 서비스센터가 포진하고 있으며, 서비스사원만 2,000명 가까이 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창사 이래 최대일 것으로 전망하며, 내달 주주총회를 통해 공시할 계획이다.

신도리코 마케팅부서 송장윤 팀장은 “현재까지 직접 개발, 생산해 수출한 A4 제품 대수만 350만대가 넘고 2012년까지 수출수주가 확보돼 있다.”라며 “A4 제품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올해를 사업확대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회사가 A4복합기의 공격적인 생산라인을 가동치 않은 이유는 현 A3시장점유율을 자칫 갉아먹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업체의 A3복합기 국내시장 점유율은 약 40%다. 하지만 고객들의 요청이 최근 부쩍 늘면서 A4복합기 생산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게 됐단다.

신도리코는 A4복합기의 취약점인 복사 화질, 후처리기기 대응력, 내구성 문제를 해결한 A4 복합기 신제품(모델명 MF 4550H) 6종을 17일 본사 행사장서 발표했다.

이 제품에 거는 신도리코의 기대는 남다르다.

김희수 영업부 차장은 “(MF 4550H는) 동급사양의 제품들보다 판매가를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갖췄고, 특히 복사, 출력, 팩스, 양면컬러스캔, 양면인쇄장치, 자동원고이송장치 기능을 모두 기본으로 장착해 추가비용의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구매와 교체가 가장 활발한 중대형 오피스를 정조준한 제품이다.

신도리코는 또 불황일수록 활황인 렌털업 중심에 비즈니스를 펼쳐 매월 일정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빌려 쓸 수 있어 수요업체는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김희수 차장은 “올해 대부분 업체들의 제품가격이 15% 이상 인상됐다. 하지만 제품 원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되레 판매가는 낮아지는 소위 ‘디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하락)을 겪고 있다.”라며 “하지만 신도리코는 렌털업의 비중이 높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렌털 수요업체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이중 TCO 절감을 위한 제어 솔루션 요구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사무실의 복합기, 프린터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출력관리서비스’(MPS, Managed Printing Service)를 뜻한다.

예를 들어 컬러프린터 사용량을 일정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한다든지 지점의 사용량을 일정 매수에 맞춰 인쇄토록 하는 솔루션을 많이 찾는다는 것.

김차장은 “기업용 제품에서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SW)일 것”이라며 “우리는 자체 독자기술로 설계, 개발하므로 한국업체들에 맞춤형 SW를 제공할 수 있으나 경쟁사들은 해외 본사에 제품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캐논코리아 “고부가가치 제품에 역점”

동종 업체들과 달리 삼성과 HP에 대한 견제에 다소 무신경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대표이사 김천주)은 A3 진영과 A4 진영간의 경쟁을 “중형차와 소형차의 차이”로 비유했다.

캐논의 PR담당자인 한광범 대리는 “A4업체가 만일 A3시장을 넘본다면 드럼과 토너의 길이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자칫 불량화상의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복사용지를 끌어오는 관성제어법 등의 고난도 기술까지 두루 갖춰야 가능한 얘기”라며 “큰 용지를 인쇄하던 기술은 작은 용지까지 다룰 수 있으나 그 반대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광범 대리는 이어 “기업용 제품은 내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속 A4복합기 시장은 아직 시장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시장추이를 지켜 보며 적절히 대응해 갈 예정이다. 지금은 이보다 컬러 및 POD(Print On Demand)시장을 공략하는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논이 하지만 A4복합기의 시장성장성을 완전히 배제시켜 놓은 것은 아니란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수요가 집중된 소호(SOHO)형 A4복합기 20여종을 출고해 운영중이다. 특히 분당 21매의 A4컬러 복합기 3종(모델명 MF9300 시리즈)은 이 회사가 야심차게 밀고 있는 전략모델이다.

한국후지제록스 “솔루션 영업 강화…틈새제품 공략”

한국후지제록스(대표 정광은)는 TCO를 절감할 수 있는 혁신 솔루션을 통해 영업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틈새시장을 공략한 디지털프린팅 신제품을 연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다품종 소량 인쇄가 가능한 디지털 인쇄 방식의 전환이 갈수록 늘어감에 따라 친환경적인 컬러 경량 프로덕션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가 밀고 있는 솔루션은 MPS보다 한 단계 진보된 개념의 EDO서비스다.

이는 출력 관련 아웃소싱 서비스를 비롯 전체 업무의 효율적인 개선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3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온단다.

특히 글로벌 기업엔 본사와 지점간의 문서환경을 통합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틈새시장 공략한 제품개발도 활발하다.

이 회사는 특정 산업부문의 대형프린팅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건축, 공학 시장용 흑백도면 출력기인 '다큐와이드(DocuWide) 6055'를 선보였다.

이는 A0 대형 용지에 600×600dpi 고해상도 도면을 1분당 5매 속도로 인쇄할 수 있으며, 최대 15m까지 출력 가능하다.

한국코닥 “사령탑 교체…디지털프린팅 시장 공략”

한국코닥은 올해 새 지사장으로 루이스 레베그씨를 선임했다. 한국지사의 인력배치도 마케팅 인력을 영업부서의 지원부서로 발령하는 등 전열을 새롭게 정비했다.

한국코닥은 상업인쇄, 신문인쇄, 패키지인쇄, 데이터센터와 기업용 솔루션 등 5가지 사업부문에 핵심역량을 고르게 배분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프린팅 시장의 경계가 사라짐에 따라 상업용 인쇄와 일반 소비자용 프린터 사업부의 일부를 통합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코닥은 대형 인쇄장비를 주로 취급해 A4복합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른 영역보다 떨어지는 편이나 하드웨어 제품의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통해 채널 및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원칙은 전 사업영역에 고루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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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17일 만난 루이스 신임 지사장은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와 파트너, 채널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 지역별로 필요로 한 솔루션을 공급하면 경쟁업체와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올해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대형 프린팅 시장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사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