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의 질주, IT시장 뒤흔든다

적용범위 확대일로…가상화와 모바일도 강타

일반입력 :2009/04/08 10:31    수정: 2009/04/08 16:36

황치규 기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대명사 리눅스가 등장한지 올해로 18년째다.

초창기만 해도 오픈소스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개발 방법론 때문에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서는 대항 메시지로 곧잘 활용되곤 했다. 비즈니스적 가치 보다는 독점SW를 상징하는 MS와의 사상논쟁에 선발투수로 투입됐다.

상업용SW 진영에선 공산주의와 동격으로까지 묘사되기도 했다. 초창기 오픈소스는 주류 IT업계에 다소 불온한 패러다임으로 비춰졌던 시절이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오픈소스를 둘러싼 풍경은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제 오픈소스를 공산주의적인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비즈니스로서의 오픈소스로 무게중심이 넘어왔다. 오픈소스로 먹고사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고 레드햇과 같은 업체는 IT업계에서 거물급 반열에 올라섰다. 이쯤되면 오픈소스의 가능성은 검증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오픈소스는 대부분의 IT분야에 다리를 걸쳤다.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 웹에 이르기까지 오픈소스가 명함을 내밀지 않은 곳이 없다. 리눅스, 제이보스, 마이SQL(MySQL), 포스트그레SQL, 아파치, 스프링, 파이어폭스 등 오픈소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더 이상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중적인 존재로 급부상했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기업들의 85%가 어떤식으로든 오픈소스를 도입한 상황이다. 포레스터 리서치 컨설팅 자회사는 오픈소스SW를 쓰고 있는 기업중 45%가 핵심 시스템에 적용했음을 전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비용 절감이 시대정신 으로 떠오르면서 검증된 오픈소스SW 도입을 적극 고려하는 기업들은 계속 늘고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은 오픈소스SW를 잘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제 오픈소스를 잘 쓰는 것도 의미있는 전략이 됐다.

가상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등 차세대 IT패러다임으로 불리는 분야도 오픈소스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오픈소스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스마트폰까지 강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리모(LiMO)는 모두 리눅스 운영체제(OS)에 기반하고 있다.

한때 오픈소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MS도 이제 오픈소의의 동반 성장을 외치고 있다. 오픈소스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인정한 결과일 것이다. 오픈소스SW는 가상화와 함께 2009년을 주도할 IT키워드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국내 시장만 놓고보면 오픈소스 환경은 상대적으로 척박한 편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오픈소스SW 소비 국가로 분류된다. 갖다 쓰는 것은 잘할지 몰라도 글로벌 오픈소스SW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불모지로 규정할 수만은 없다. 참여의 싹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 활성화 움직임도 있고 오픈소스 개발 방법론을 앞세운 토종 SW업체들도 등장했다.

NHN에 인수된 큐브리드는 국산 오픈소스DB의 대명사로 꼽힌다. 지금은 구글로 인수됐지만 블로그툴로 유명한 텍스트큐브도 성공반열에 오른 토종 오픈소스SW 프로젝트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 분야에선 유엔진이란 회사가 오픈소스를 앞세워 의미있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국내 최대 IT서비스 업체인 삼성SDS도 자바 개발 프레임워크 ‘애니프레임워크’ 소스코드를 공개했고 한글과컴퓨터와 SKC&C는 배포판 리눅스 운영체제 사업에 뛰어들었다.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RIA)쪽에서도 토종 오픈소스 바람이 불고 있다. RIA 솔루션 업체 바닐라로이는 최근 자사 V-프레임워크에 기반한 오픈젯 RIA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오픈한다고 발표했고 토마토시스템은 지난해 이미 오픈소스 기반 RIA 플랫폼을 전진배치했다.

인터넷 분야도 거물급 업체들의 '친 오픈소스'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사이트 NHN은 지난해말 큐브리드외에 ▲SW 개발을 위한 웹기반 협업 플랫폼 '엔포지' ▲웹사이트 구축과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익스프레스엔진' ▲마이SQ 기반 서버 모니터링 도구 'sysmon' ▲다수의 서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셸 명령어 수행 도구 'dist' ▲분산 컴퓨팅 환경을 지원하는 DBMS 'neptune' ▲분산 메모리 기반 컴퓨팅 플랫폼 'coord' ▲자바스크립트로 구현된 웹기반 에디터 ‘스마트 에디터' 등을 오픈소스로 풀었다.

엔씨소프트 오픈마루 스튜디오도 웹개발에 필요한 오픈소스 커뮤니티 확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알게모르게 한국산 오픈소스SW 생태계가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그래도 갈길은 멀다. 특히 국내는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 기반이 취약하다. 야근하느라 바쁜데, 언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느냐?는 말은 한국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이에 따라 개발자들의 참여를 확산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업체들은 보다 실용적인 개발자 참여 정책을 내놔야 하고 정부 지원도 좀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유엔진 사례를 참고해볼만 하다. 유엔진은 개별 개발자가 아니라 기업 차원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참여 모델을 추진중이다. 큐브리드도 마이나 개발자 육성 등 개발자 커뮤니티 확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는 수익성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오픈소스는 공짜라는 인식의 뿌리가 너무나 깊다. 오픈소스는 점점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돈을 벌기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말 한국레드햇에 따르면 이 회사와 서브스크립션 계약을 맺는 고객중 재계약을 하는 비중은 10%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번 관계를 맺으면 오래간다는 서브스크립션 모델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전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오픈소스SW업체가 받아든 성적표가 이 정도다. 이에 따라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과 사용 라이선스에 대한 인식을 확대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적지 않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오픈소스 생태계는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업체들의 참여도 늘고 있고 기업 핵심 시스템에 투입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엔터프라이즈를 넘어 웹, 데스크톱, 모바일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도 오픈소스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2009년은 오픈소스 생태계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터프라이즈를 넘어 넷북으로 대표되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중 넷북은 MS 윈도가 호령하는 곳이다. 넷북에서 리눅스나 안드로이드가 전략적 거점을 확보할 경우 오픈소스는 '빅매치'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넷북 시장에서 오픈소스와 MS간 빅매치는 현실화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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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PC업체 휴렛패커드(HP)는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넷북 테스트에 들어갔고 T모바일은 내년초 미국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PC를 선보일 계획이다. 변방이 아닌 주류 업체들이 오픈소스를 품에 안으려 하는 것이다. 90년대, 오픈소스가 불온한 패러다임으로 비춰졌던 시절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았던 장면들이다.

이제 오픈소스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오픈소스에 냉소적이었던 업체들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경기 침체는 이같은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오픈소스는 마이크로트렌드를 한참 지나 메가 트렌드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