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제조사에게 일정 부분 부과금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등 12명은 최근 ▲디지털 전환 지원 대상 확대 ▲디지털전환기금 설치 ▲디지털TV 수상기 제조·판매자에게 부과금 징수 등을 골자로 한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중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분은 '디지털TV 수상기 제조·판매자에게 부과금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 제조사,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방송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주는 컨버터나 디지털TV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컨버터 및 TV 제조사가 일정 수준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정배 의원실 오정훈 비서관은 "산업을 발전시키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갈 수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합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홍보비라도 (제조사들이) 마련해보자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오 비서관은 "정부와 여야, 사업체가 어떻게 논의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법 통과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여러가지 방법을 두고 창의적인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DTV코리아) 측에서는 국회에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DTV코리아는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관련 주체들이 참여한 범 사회적 실행기구이다.
DTV코리아 최건일 팀장은 "제조사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수혜를 입는 주체 중 하나인 만큼 어느 정도의 책임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물론 법이라는 것이 통과가 돼야 실효성이 생기는 것이지만, 논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는 것에 대해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 제조사들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방송사 설비투자와 관련된 것인데 이를 제조사에 부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사들은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 내수시장보다 해외 수출시장의 비중이 더 큰데, 만약 국내에서 부과금을 내면 해외에서도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DTV코리아 최건일 팀장은 "경제논리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시장이 제조사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국책사업 진행에 제조사가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까지 4년…"갈길 멀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전송방식이 결정된 2004년부터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을 한차례 연기한 지금까지도 추진 경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DTV코리아 최건일 팀장은 "보통 디지털 전환의 진척 정도를 평가할 때 ▲국민 인지율 ▲방송사 설비 디지털화 수준 ▲디지털 콘텐츠 제작 현황 ▲디지털 수상기 보급률 등의 수치를 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모든 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디게 진척되고 있다"면서 "이 네 가지가 적절하게 융합해야 디지털 전환이 완료됐다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 입법을 통해 오는 2012년 12월31일에 아날로그방송 송출을 중단하고, 2013년1월1일부터 지상파 방송을 디지털로 송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된 이후에는 기존 아날로그TV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된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TV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발 맞추고, 매체간 경계를 낮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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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시청자들은 고화질·고품질의 방송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돼 전체적인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제조사에게 일정 부분 부과금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을 한차례 연기한 시점에서, 부과금 문제로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이 더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