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4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작 가전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의 아날로그 송출은 오는 2012년 12월31일이면 모두 중단된다. 별도의 유료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만을 시청하는 국민들이 디지털TV나 컨버터를 구비하지 않을 경우 방송을 아예 시청할 수 없는 것.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아날로그 수상기를 내장한 TV와 모니터에는 반드시 ▲아날로그 방송 종료일 ▲디지털 시청을 위해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제품 전면에 부착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지상파 방송 4사, 가전 유통업체, 시민단체 등은 디지털 전환 추진기구인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DTV Korea)를 출범시키고 ▲디지털 전환 홍보 ▲수신환경 실태조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3년이 되면 우리나라 각 가정에는 적어도 디지털TV나 디지털 신호 수신을 위한 컨버터 등이 있어야 TV 시청이 가능하다. 따라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TV 제조사들이 적지 않은 수익을 얻게 되는 것.
'2007년 TV 시청 행태 연구' 등에 따르면 2007년 디지털TV 보급률은 23.5%에 불과하다. 2008년의 경우에도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것. 따라서 전체 가정의 70%가 앞으로 디지털TV나 컨버터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기구에 가전사들이 빠져 있다.
DTV코리아 관계자는 사실 출범 전에 가전사와 협의를 했는데, 제조사들이 진행상에 필요한 분담금 내기를 꺼려서 결국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아직 4년이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현재 상태로는 가망성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DTV코리아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정부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디지털 전환을 홍보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TV코리아에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가전사들이 예전부터 디지털 전환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굳이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디지털 전환의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인데 제조업체가 나서서 하는 상황이 되면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용철 보좌관(최문순 의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미국 쪽 디지털전환추진기구에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디지털 전환을 하면 컨버터 제조업체도 이득을 보겠지만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이 가전업체가 되는데, 이에 대해 소극적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이어 방통위가 올 한해 IPTV에 집중하면서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의지를 안 보이는 상황에서 사업자나 제조업체가 나서기 힘든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