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정부가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접속을 차단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수위를 보여주는 단면이 또 드러났다.
알다시피 중국은 인터넷 통제로 악명이 높다. 국경없는기자회와 국제엠네스티는 중국을 북한과 함께 '인터넷의 적'으로 분류했다. 최악의 등급이다.
중국은 티베트 시위와 관련한 유혈사태 등 정부지배력 유지에 방해가 되는 인터넷 콘텐츠는 수시로 차단하고 있다. 근래 70여명의 블로거를 구속한 중국 정부는 “우리는 인터넷이 두렵지 않다”라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누리꾼들을 놀라게 했다.
국가 수장 혹은 국교에 대한 모욕(?) 동영상이 올랐다며 유튜브를 차단한, 파키스탄과 터키 등도 과도한 인터넷 정책 관련 단골손님들이다.
반면, 최근 백악관에 입성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터넷 전도사로 묘사되고 있다. 당선 후 그는 300억달러 예산을 편성, 농어촌을 중심으로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나서는 등 공약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웹2.0’의 모범 모델로도 꼽힌다. 대립각을 세웠던 이란 국민들에게 유튜브로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하면, 자국민들과 온라인 토론회도 열었다.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소통’이라는 웹2.0의 기치를 정치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많은 누리꾼들에게 중국 등이 시도하는 인터넷 통제는 해외토픽일뿐이었다. 신기하다는 느낌외에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부 규제만 놓고보면 한국과 중국 인터넷 환경은 달라도 아주 달랐다. 한국 인터넷 환경은 악플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음에도 표현의 자유는 어느정도 보장됐다.
그러나 현정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누리꾼들의 자유는 축소되고 책임은 늘었다.
법리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아래 사이버 모욕죄 법안 제정까지 추진되고 있다. 4월1일부터는 하루 이용자 10만명 이상의 사이트에는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됐다.
표현 자유를 꿈꾸는 누리꾼들의 망명지란 얘기까지 들었던 구글 유튜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마 전 국내 언론에는 한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에 천하의 구글이 무릎을 꿇었다는 기사들이 실렸다. 정부 규제보다는 구글이 원칙을 바꿨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구글이 유튜브에 실명제를 처음 도입한 나라가 인터넷 통제 운운할때마다 거론되는 중국이 아니라 바로 한국이라는 점이다. 유튜브 실명제만 놓고보면 한국은 중국을 앞질렀다.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글을 올려 인터넷 공간에서 홍길동이나 임꺽정 반열에 올랐던 필명 '미네르바'는 소설과 역사에서처럼 현실 권력의 견제구에 걸려 억울하게(?) 아웃당했다. 상당수 서구 언론들은 정부의 미네르바 체포에 대해 '뜨악'하는 반응을 보였다. 조롱에 가까운 평가도 있다.
홍길동과 임꺽정이 활약하던 시대에 실제 권력 집단은 지금 우리에게 심하게 나쁜 이미지로 기억돼 있다. 물론 지금의 현실 권력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기자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쪽저쪽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지켜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에는 불법저작물이 올라오는 게시판은 정부가 직접 폐쇄할 수 있다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저작권자 요구가 없어도 정부 뜻대로 칼을 휘두를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따라 다음 아고라를 비롯해 정부에 비판적 자세였던 게시판들은 존폐 여부를 놓고 어두운 말들이 나오고 있다. 선배들한테 말로만 들었던 독재시대, 표현의 자유를 탄압했던 검열의 어두운 장면이 떠오른다.
기자에겐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가 자꾸 오버랩된다. 둘이 결합하면 통제 수위는 다를지 몰라도 그 본질에선 한때 웃고 넘어갔던 중국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진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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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보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우리나라 인터넷 정책 수준을 ‘감시대상’, 곧 ‘인터넷의 적’에 이은 2등급에 올려놨다. 중국 다음 단계다. 이쯤되면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관련 보도를 예전처럼 편하게 해외토픽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