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유닉스가 아니라 오픈소스가 됐다. 조나단 슈워츠 CEO 시대가 열리면서 썬의 변신은 더욱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마이SQL(MySQL)을 인수하면서부터는 공개적으로 '썬=오픈소스'라는 슬로건을 던졌다. 외부에서도 그렇게 봐줄지 모르겠으나 썬 스스로는 이제 오픈소스 기업이 됐다.
그러나 한국만 놓고보면 썬은 아직도 하드웨어 색깔이 진한 편이다. '박스 장사' 냄새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풍긴다. 본사와 비교해 한국썬이 외부에 던진 메시지 강도가 약했던데다 지사 특성상 매출 비중이 큰 하드웨어 사업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됐기 때문이지 싶다.
이런 가운데 한국썬도 최근 오픈소스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대적인 변신 작업에 들어간 것은 아닌 듯 하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국내 오픈소스 SW 생태계에서 지분을 늘리겠다는 전술이 엿보인다.
한국썬의 오픈소스 포트플리오는 큰틀에서 보면 본사와 다를게 없다. 요약하면 스택 전략이다. 오픈솔라리스 운영체제(OS), 마이SQL DBMS, 넷빈즈 개발 플랫폼, 글래스피시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아파치 톰캣, 루비, PHP에 자사 서버와 스토리지를 연결시켜 통합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오픈소스 '종합선물세트'다.
리눅스 진영이 LAMP(오픈소스SW를 대표하는 리눅스 운영체제(L), 아파치 웹서버(A), 마이SQL DBMS(M), PHP 언어(P) 앞 글자를 딴말)를 강조한다면 요즘들어 썬은 SAMP를 전면에 내걸었다. 리눅스 대신 솔라리스(S)를 오픈소스 스택의 인프라로 깔고 싶다는 의미다.
썬의 오픈소스 전략은 이같은 스택이 썬 서버와 스토리지위에서 돌아가는 시나리오까지 이어진다. 썬이 10억달러란 거액을 지불하고 마이SQL을 인수한 것에 대해 "오픈소스를 통해 하드웨어 매출도 동반상승"이란 명분을 내걸었던 이유다.
큰그림은 대충 이렇고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썬의 오픈소스 전략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현재로선 자바FX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기술과 마이SQL 그리고 넷빈즈가 '스리톱'으로 나섰다.
자바FX는 개발자와 웹디자이너들이 데스크톱용 SW에서나 볼 수 있는 풍부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웹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데스크톱 버전이 나와 있고 모바일판도 이번주 공개된다. 텔레비전용 자바FX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썬은 앞으로 자바FX와 넷빈즈를 연계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오픈소스 개발 플랫폼인 넷빈즈를 자바FX 애플리케이션 개발툴로 투입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썬은 오는 28일 열리는 JCO 컨퍼런스에도 자바FX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무게를 둘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자바FX는 앞으로 어도비 플래시, 마이크로소프트(MS) 실버라이트와 경쟁하게 된다. 냉정하게 보면 자바FX는 어도비나 MS보다 후발 주자다. 넷빈즈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오픈소스 개발 플랫폼의 대명사는 아직까지는 IBM이 밀고 있는' 이클립스'다. 이에 따라 한국썬이 '자바FX+넷빈즈' 전략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썬은 올해 마이SQL 사업에도 기대를 거는 모습. 마이SQL 인수전보다 4배 가량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썬의 황인재 마케팅 담당 대리는 "썬이 마이SQL을 인수한 뒤 다운로드수가 두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상반기 마이SQL 커뮤니티 활성화는 물론 채널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이SQL이 오라클과 같은 상용DB와 비교해 90% 가량 저렴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업계와 공공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다"고 말했다.
마이SQL은 유료로 판매되는 상업용 버전과 무료로 쓸 수 있는 커뮤니티 버전으로 나눠져 있다. 국내의 경우 커뮤니티 버전 사용자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상업용과 커뮤니티 버전은 라이선스가 서로 다르다. 커뮤니티 버전은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이 만든 GPL(General Public License)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GPL이 요구하는 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마이SQL 커뮤니티 버전을 내장해 상업용 SW를 개발한 뒤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외부에 배포하는 것은 현행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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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L 기반 소스코드를 섞어서 만든 애플리케이션도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한 GPL 규정 탓이다. GPL을 따르지 않으려면 상업용 버전 라이선스를 썬으로부터 유료로 구입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사용자들중 상당수가 커뮤니티 버전을 쓰면서 GPL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 이에 한국썬은 이같은 사용자들이 상업용 버전을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