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브라우저는 오페라의 무대"

일반입력 :2009/01/22 09:57    수정: 2009/01/23 10:55

김태정 기자

최근 삼성전자 '티옴니아'를 장만했다면 탑재된 웹브라우저를 다시 확인해보라. 많이 보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외에 ‘오페라’라는 낮선(?) 물건도 들어있다.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특히 유명한 그 오페라다.

요즘 노르웨이 오페라소프트웨어는 1995년 창사 이례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오페라' 웹브라우저를 앞다퉈 찾고 있기 때문. 이미 오페라는 1억대가 넘는 모바일 기기에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노키아 등 거물급 업체들이 오페라를 지원하고 있다.

21일 최영일 오페라소프트웨어코리아 지사장을 만났다. 그는 화려한 한국판 오페라 무대를 기획하고 있다.

■모바일 속도경쟁 '자신'

최영일 지사장이 자랑하는 오페라의 강점은 바로 속도. 특히 모바일에서도 데스크톱과 동등한 속도를 낸다는 것이 최 지사장의 주장이다.

실제 모바일 오페라를 사용해보면 대부분의 웹페이지가 2~3초내로 넘어간다. 웹페이지의 원하는 부분만 빠르게 확대하는 '스몰 랜더링' 기술도 인기다. 데스크톱용 웹브라우저를 모바일에 그대로 심는다는 것이 오페라의 기본 모토다.

모바일에서의 빠른 속도 구현을 위해 회사 전체가 각고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기술력 하나 만큼은 세계 어떤 공룡기업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오페라의 야심은 이쯤에서 끝이 아니다. IPTV 셋톱박스, 콘솔 게임기, LCD 텔레비전 등도 모두 공략대상이다. 웹브라우저를 탑재할 수 있는 모든 제품을 정복하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HD급 텔레비전 화질에서도 무난히 돌아가고, 리모콘으로도 쉽게 웹서핑을 할 수 있는 기술들이 상당부분 완성됐다. IPTV 셋톱박스 부분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적지 않은 수주 실적을 올렸고, 한국에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인터넷 세상은 결코 멀지 않았습니다. 이때가 오면 미리부터 준비해 온 오페라가 웹브라우저의 다른 이름이 될 것입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모질라재단 등도 모바일 웹브라우저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도 오페라처럼 빠른 속도를 강조, 시장 선점을 자신하고 있다. 오페라에게는 눈에 확 들어올 차별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최영일 지사장은 '사업 집중도'를 답으로 내놨다. 오페라는 오로지 웹브라우저만 만드는 기업이란 사실이 고객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본사에서 보는 한국은 글로벌 공략을 위한 중추기지라고 최 지사장은 대답했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럴만해보였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제조사들의 본거지인데다가 IPTV 시대가 막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한국 제품들을 공략해야 글로벌 인지도도 올라간다고 본사에서 생각합니다. 매년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실제 욘 폰 테츠너 CEO와 닥 혼닝스보그 부사장 등 본사 수뇌부가 지난해 잇따라 방한,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데스크톱 웹브라우저도 함께 띄운다

모바일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한 가지 궁금해졌다. 데스크톱 웹브라우저 시장은 오페라 전략에서 뒤로 밀린 것일까. 현재 오페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IE나 파이어폭스는 물론, 사파리에도 뒤져 있다. 점유율이 2% 안팎으로 저조하다.

최영일 지사장도 이같은 상황을 솔직히 인정한다.

크롬은 구글이라는 거대 배경을 지녔고, 파이어폭스는 개발자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IE는 말할 것도 없죠. 오페라의 인지도가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고 한다. 그는 데스크톱 역시 모바일만큼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는 뜻을 보였다.

최 지사장에 따르면 오페라는 전 세계적으로 포털 개발자들과 접촉,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포털들이 오페라에 맞춤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 지사장은 '오페라 선교사'들을 늘려가며 포털공략에 나섰다.

물론, 웹표준에 반하는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 누리꾼들이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단순히 오페라 보급률을 늘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액티브X에 의존하지 않는 웹표준 홍보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페라의 웹표준 지향이 언젠가 강점으로 바뀔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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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에 최 지사장은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에 최선을 다함을 강조했다. 테츠너 본사 CEO도 최 지사장도 모두 개발자 출신이다.

애플에 스티브 잡스처럼 오페라는 '개발자'가 그 상징입니다. 어느 곳보다 개발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능한 인재라면 누구나 함께 일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