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넷북(?)' 바이오P시리즈 향방에 제조사 숨죽이다

일반입력 :2009/01/22 12:07    수정: 2009/01/23 11:49

류준영 기자

남성의 장지갑 크기만한 초슬림형 넷북, 최근 여행용PC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소니의 바이오P시리즈(모델명: VGN-P15L, VGN-P13LH)는 시장에 커튼을 젖힌 순간 일반노트북PC와 맞먹는 가격대로 “넷북 치곤 고가”라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고급형은 159만9,000원, 한 단계 아래 실속형 제품은 119만9,000원이다.

불경기 속 ‘저가품’이란 강한 유혹에 날개 돋힌듯 팔리던 기존 넷북들과는 달리 100만원대 이상의 부담스런 ‘황금넷북(?)’은 현재 가격포지션에 실패한 넷북시장의 이단자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소니에겐 ‘일장춘몽’ 같았던 동족 혈통인 울트라모바일PC(UMPC) UX시리즈처럼 특정 마니아 층에게만 어필하고 마는 ‘반짝 제품’의 처지에 놓일 것이란 비관론도 드문드문 나오고 있다.

요즘 같은 어려운 경기에 프리미엄 정책이 헛발질 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얼룩질지 아니면 역으로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바이오P시리즈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으면서 프리미엄 불패신화를 기록할지 눈여겨 볼일이다.

바이오P시리즈의 첫 인상은 ‘와~’하는 환호로 맞게 된다.

전자사전보다 가로길이가 조금 더 길며, ‘번쩍번쩍’ 빛나는 광택마감에 지갑사이즈(24.5*12*1.9cm)만한 두께를 대면한 순간 심장에 솟구치는 동맥혈이 안구를 박차고 나올 듯한 구매충동에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내장 배터리를 포함한 제품(SSD 채용)의 중량은 594G.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채용한 제품은 620g이다. 1kg이 채 되지 않는 초경량 제품으로 휴대하는 넷북 중 이만한 제품은 없을 것이다.

본체는 마그네슘과 플라스틱, 카본 FRP라는 소재를 택해 내구성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수려한 광택마감은 오랜 시간이 지나 보석과 같은 가치를 더하는 광물을 모티브로 삼았다. 바이오P시리즈엔 총 4가지(크리스탈 화이트, 올리비 그린, 가넷 레드, 옵시디언 블랙)로 구성됐다.

이와 더불어 표면에 나사와 메모리 슬롯 흔적을 없애 매끈한 바디를 뽐낸다. 소니는 이 제품의 디자인을 고급만년필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제품의 키보드는 종전스타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키간의 간격(16.5mm 키 피치)을 최대한 확보해 두 개의 키를 동시에 누르는 오류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두 손을 나란히 놓고 쓰기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미니PC 키보드의 제약에선 멀리 달아나지 못했다.

스틱 포인트를 둬 마우스를 대신했고, 터치패드가 있어야 할 자리 하단엔 마우스 좌우버튼을 모서리 부문에 살짝 걸치듯 위치시켜 키보드 자리배치에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원 어댑터는 애플의 ‘맥북’을 연상케 할 정도의 사이즈다. 폴더형 휴대폰만하다. 노트북 못지 않게 무게감을 안겨주는 어댑터의 부담을 대폭 줄였다. 애플처럼 다양한 부가 액세서리들을 구비해 기존 제품에서 목말랐던 사양을 축여준다.

전원 버튼을 켰다. 무료한 부팅시간이 길어졌다. 책상에서 ‘멍 때리는’ 표정으로 디스플레이를 노려보다 호흡을 가다듬은 후 비로소 인텔 아톰 프로세서(Z530)과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의 최악의 궁합임을 알아챘다.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도 손사래를 쳤던 비스타가 이 제품의 무게감을 배로 얹혔다.

8인치(200mm)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1600*768으로 시판된 넷북들 사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수평적으로 확장된 풀(Full) 사이즈 키보드 덕에 덩달아 늘어난 스크린이 ‘언밸런스’ 하다는 인상을 안겨준다.

다만 웹 브라우저가 펼쳐졌을 때 좌우 공간에 여백이 많이 남아 마치 초입의 IPTV화면을 보는 듯 엉성했고, 크게 키운다 한들 메뉴 아이콘의 식별이 쉽지 않아 눈에 피로가 금방 쌓였다.

베젤 우측 상단엔 모션 아이와 31만 화소 카메라가 내장돼 있다. 이런 카메라로 영상대화를 나눌 유저는 드물 것이다. 대부분 넷북이 200만 화소를 지향하고 있다.

바이오P시리즈는 64GB SSD(Solid State Disk)를 장착한 고급형 VGN-P15L과 60GB HDD를 장착한 실속형 VGN-P13LH 두 가지로 출시된다. 메인 메모리는 2기가바이트 DDR2 SD램이다.

입출력 단자는 평균수준에 간신히 턱걸이 했다. 고속 USB 2.0 단자가 2개, 스테레오 미니 잭 1개 메모리 스틱듀오 SD메모리카드 등이 제공된다.

배터리 수명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 최대 3시간이며, 대용량 배터리의 경우 최대 6시간으로 이왕이면 대용량 배터리를 함께 구비하는 것이 좋다.

이 제품의 백미는 엔터테인먼트PC로써의 구색을 완벽하게 갖췄다는 것이다.

소니의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도입된 GUI(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가 지원돼 원하는 메뉴를 찾아가는 루트가 무척 심플하고 단순화됐고, 화면의 색감이나 밝기도 나무랄 대가 없어 준 프로급에 PSP(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를 가진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여성용 핸드백 같은 가죽파우치와의 앙상블은 ‘간지 패션’으로 주변의 시선을

모두 끌어당긴다.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중무장한 바이오P시리즈는 절제된 연출력에 “역시! 소니”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한 제품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판매부문에선 의문부호를 달게 된다. 이미 시장에선 프리미엄급 PC판매의 대표적 기준품목으로 이 제품을 주목하고 있다.

수지타산이 안 맞아 넷북에 욕심을 덧대 그래픽 카드칩셋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디자인 ‘금테’를 두른 제품들이 성공적인 데뷔식을 가진다면 제조사의 입장에선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넷북이란 탈을 쓴 프리미엄PC에 대한 소비자들의 최종 결정에 제조사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지만 연일 가격불만의 직사포를 날리는 블로그스피어의 분위기를 살펴선 바이오P시리즈의 일성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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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번 리뷰 견본제품은 실제 판매될 제품의 기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