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T 사장, "KT합병 무조건 반대"

일반입력 :2009/01/21 12:52    수정: 2009/01/21 15:28

김효정 기자

KT-KTF 합병은 무조건 안된다. 통신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조건부 합병도 반대한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KT-KTF의 합병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KT의 합병은 전체 통신시장에서 본원적 경쟁이 실종시켜 국내 산업은 물론 소비자 피해까지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21일 SK텔레콤은 정 사장과 사내독립회사(CIC) 사장단 및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조신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KT-KTF 합병 반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정 사장이 회사업무와 관련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 주주총회 이후에나 경영 방침이나 전략 발표를 위해 외부활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 때아닌 '긴급사안' 발생으로 급히 변경됐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SK텔레콤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KT-KTF 합병은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모두 두려워 하는 업계의 핫이슈이다. 지난 20일 KT의 공식 합병 발표에 앞서 SK텔레콤은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려 노력했고, 발표 이후에 가장 앞서 합병불허 자료를 내고 이튿날 정 사장이 직접 나서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LG통신계열사인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도 21일 오전 공동 보도자료를 배포해 KT의 합병을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병이 불가피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단말기 보조금의 법적 금지 ▲무선시장 경쟁활성화를 위한 WiBro 및 HSDPA망 재판매 의무화 ▲유선시장에서의 경쟁활성화 ▲주파수 재배치 제한 ▲KT의 보편적 역무손실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분담 폐지 ▲시내 가입자망 분리 ▲결합상품 판매 규제 등 조건 부여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케이블TV 진영 또한 양사의 합병은 통신시장에서의 독점구조의 문제 뿐 아니라 IPTV 본격 출범에 따른 방송 인프라의 장악이라는 재앙으로까지 귀결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LG3콤이나 케이블TV 진영과 달리 SK텔레콤의 반대의사는 강경하다. KT-KTF의 합병 자체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지금도 KTF를 자회사로 두고 결합상품을 출시하는 등 유무선 통합 기반이 갖춰져 있는데,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 유발과 시장지배력 전이에 따른 공정경쟁환경을 위협하는 등 시장의 악영향이 예상되는 합병을 단행하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KT가 합병을 통한 긍정적 효과로 내세웠던 ▲통신요금 인하 ▲일자리 창출 ▲경제위기 극복 ▲경쟁 유발로 인한 정보통신시장 발전 ▲IPTV, 인터넷전화 등 신규시장 활성화 등이 악화될 것이라는 KT와는 정반대의 논리를 펼쳤다.

정 사장은 KT가 주장하는 컨버전스 추세는 문제가 있다. 유무선 및 방송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합병을 통해 유선시장의 '규모의 경제'를 '범위의 경제'로 확대해 경쟁제한성을 유발시킨다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KT의 합병이 후방산업의 고용창출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합병을 하면 가입 매출목표를 위해 마케팅 강화가 예상되는데, 마케팅 과열로 자원의 낭비가 유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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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에 'KT-KTF 합병 반대' 건의문을 제출하고 양사의 합병은 절대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 사장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위기상황에서 통신과 IT산업이 힘을 합쳐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시점에서 필수설비를 보유한 KT가 사실상 '독점 사업자'를 공식화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KT발 경쟁구조 악순환이 시장 전체로 퍼지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