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픈소스SW 소비국가로 분류된다. 갖다 쓰는것은 잘할지 몰라도 글로벌 오픈소스SW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쉽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불균형이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참여중심의 오픈소스SW에 싹이 아예 마른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희망의 빛이 조금씩 비치고 있다. 한국산 오픈소스SW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NHN에 인수된 DBMS 큐브리드도 있고 지금은 구글로 인수됐지만 블로그툴로 유명한 텍스트큐브도 토종 오픈소스SW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비즈니스 프로젝트 관리(BPM) 분야에도 토종 오픈소스SW 하나가 '고군분투'중이다. 유엔진이다.
유엔진은 2003년 오픈소스SW 프로젝트로 전환됐다. 타이밍만 놓고보면 벌써 5살이 넘었다. 많은 오픈소스SW가 나온지 얼마못가 무덤속에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생존력은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적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세계 오픈소스SW 등록 사이트인 소스포지닷넷에서 인기순위 100위권에 진입했던 적도 있다. 오픈소스SW 소비국가로 통하는 한국에선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일까. 기자가 지인들에게 유엔진에 대해 말할때면 그런 프로젝트가 있었습니까?란 대답이 돌아온다. 대부분 놀랍다는 표정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무명에 가까운 업체가 그것도 오픈소스 기반 엔터프라이즈SW를 갖고 버틴다는 시나리오를 그려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엔진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물은 장진영 유엔진 솔루션즈 대표㉝다.
상용SW 개발자 출신인 장 대표는 개발자가 자신의 소스코드를 계속 유지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상용 보다는 오픈소스가 어울린다고 판단, 2003년부터 오픈소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유엔진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커뮤니티에 '올인'해왔다.
그는 개발자가 한번 만든 소스코드를 10년, 20년 동안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오픈소스로 하면 개발자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코드를 개발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자와 오픈소스 SW는 잘맞는 궁합이란 것이다.
장진영 대표는 또 유엔진은 아직 매출이 많지 않고 파워 브랜드도 아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오픈소스SW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커뮤니티 기반 확대는 물론 해외 무대 노크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이쯤되면 척박한 한국 오픈소스 SW 시장에서 의미있는 실험이 시작됐다고 할만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16일 오전 장진영 유엔진솔루션즈 대표를 인터뷰했다. 유엔진 프로젝트의 현황과 향후 계획 그리고 오픈소스SW 전반에 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유엔진 오픈소스SW 프로젝트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또 이유는 무엇인가.
유엔진이 오픈소스SW로 전환된 것은 2003년이다. 원래는 2001년부터 유엔진 개발을 시작했는데, 상용SW가 목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개인적으로 오픈소스SW에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다. 오픈소스는 자선사업같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일반 SW업체에 있다보니 개발자가 영속성을 갖고 일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면서부터다.
우리나라 SW산업은 회사들이 빨리 만들어졌다가 소멸되고 그러다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오너들이 SW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다보니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코드를 10년, 20년 이상 개발할 수 있는 문화가 없다.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때 그런 생각이 든다. 애정과 주인의식을 갖고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자들이 20대 후반이 되면서 자기일에 회의감을 갖는데는 이런 상황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 때부터 오픈소스SW를 고민하게 됐다. 오픈소스SW 기반 비즈니스를 하면 비전이나 품질에 대한 믿음, SW아키텍처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좋은 SW를 계속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가능성을 높게 봤다. 과감하게 유엔진을 오픈소스로 전환한 이유다.
-한국적 상황에서 너무 빨리 오픈소스를 들고 나왔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2003년이면 국내 오픈소스SW 시장은 초창기였다.
2000년전까지만 해도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거의 없었다. 2000년 이후 실질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우선 인터넷 커뮤니티 기술이 2000년을 기점으로 쓸만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원격지에서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2000년이전에도 오픈소스는 있었지만 대체로 학문적이었다. 비즈니스와 접목하는 단계는 2000년후부터다. 유엔진이 오픈소스로 전환한 것은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요즘 엔터프라이즈SW는 기술들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업체들이 같은 기술을 갖고 싸운다. 경쟁이 심해지고 비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유엔진은 커뮤니티 기반으로 BPM을 개발하기 때문에 R&D 비용이 분산되는 장점이 있다.
-유엔진 프로젝트의 현황은 어떠한가. 특히 개발자 참여가 어느정도인지 궁금하다.
유엔진 개발에 참여하는 개발자는 모두 17명이다. 유엔진 솔루션즈 소속이 8명이고 나머지는 외부 개발자들이다. 외부 개발자중에는 베트남과 중국 개발자도 1명씩 활동하고 있다. 개발자 참여가 활발하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외부 개발자들이 오픈소스 SW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간이 별로 없다. 프로젝트 들어가서 매일 야근하는 상황이다. 오픈소스에 관심이 많아 참여하고 싶은 개발자들은 많은데, 대부분이 회사 프로젝트에 대한 압박과 야근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유엔진이 성장하려면 개발자 네트워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안은 있는가.
프로젝트 나가보면 배타적인 환경에서 만들었던 것을 또 만드는 경우가 많다. 다른데서 만든것을 가져다쓰지 않고 다시 만드는 것이다. 콤포넌트들을 모을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한데 그게 잘 안된다. IT환경 변화로 SW콤포넌트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늘었지만 아직도 자체적인 비표준 프레임워크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를 감안해 유엔진은 기업들의 프로젝트에 유엔진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하라는 입장이다. 유엔진은 BPM 개발 플랫폼 성격을 띄고 있다. 활용할 경우 다른 개발자들이 공개한 콤포넌트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게 많아진다.
이와함께 R&D 파트너십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커뮤니티에 개발자 1명을 상주시키는 SW기업은 유엔진 BPM 솔루션을 무료로 가져다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엔진은 라이선스가 LGPL이기 때문에 2차 저작물을 소스포지닷넷에 공개하면 돈을 받지 않는다. 공개하지 않고 자기 브랜드로 팔려면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솔루션 업계가 너무 어렵다. 돈을 내고 갖다 쓸만한 회사가 별로 없다. R&D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돈을 내기 힘들다면 개발에는 기여해 달라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개발자들이 개인적으로 오픈소스SW 프로젝트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R&D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회사 차원에서 개발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국내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파트너 프로그램의 현실적인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BPM을 넣으면 구색이 맞는 SW회사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유엔진을 자기 SW에 결합한 뒤 독자 브랜드로 팔려면 1억원 가까운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하는데, 대부분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다. R&D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돈을 내는 대신 개발자 한명을 프로젝트에 보내라는 것이다.
해당 기업 입장에선 유엔진을 2차 저작물에 활용할 수 있고 프로젝트에 투입한 개발자가 유엔진 SW코드를 이해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풀타임 상주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왔다갔다하면서 해당 기업의 2차 저작물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R&D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의미있게 보고 있다. 유엔진이 임계점을 돌파하는데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한때 소스포지닷넷 인기 순위 100위권에 올랐다고 들었다. 현재 랭킹은 어느정도인가.
한때 인기순위 60위권까지 간적도 있는데 지금은 200위권이다. 엔터프라이즈 SW특성상 다운로드 순위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매일매일 유엔진 웹사이트 접속 상황을 보고 있는데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많이 들어온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유럽 개발자들이 많은 것 같다.
-오픈소스SW 프로젝트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자 의욕 고취다. 개발자들이 하고싶게 만드는 것이다. 오픈소스의 진화를 보면 웹사이트와 같다. 임계점에 이르려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수 SW업체들이 해당 오픈소스SW를 붙이는 과정을 거쳐야 성장할 수 있다. 유엔진도 마찬가지다.
-유엔진은 임계점에 도달했는가.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R&D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4월 정도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오픈소스SW의 매력은 무엇인가.
자기가 만든 소스코드에 대해 사명감과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앞서 언급했다. 이외에도 오픈소스SW를 하게되면 개발자는 문서 작업을 잘할 수 밖에 없다.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의 장점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 영어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홍보 기회도 늘어난다.
-유엔진의 수익 모델은?
서브 스크립션 판매다. 컨설팅을 주로 하는데 프로젝트 동안 개발 컨설턴트가 가서 가이드해주는 것 위주다. 직접 들어가기보다는 외부 업체를 통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 대비 적어도 5배 이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너무 적었다. SI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5배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금융권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오픈소스SW에 대한 문호가 조금씩 개방되고 있다. 이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해외 사업도 추진한다고 들었다.
해외 사업은 올해부터다. 유엔진 프로젝트는 원래부터 영어권 개발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리고 유엔진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이면서 오픈 컴퍼니를 지향하고 있다. 회사 내부 상황도 공개한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문화해서 공개하는게 해외 사업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 오픈소스SW는 더 이상 특별한게 아니다. 오픈소스로만 명함 내밀면 안먹힌다. 좀더 다른 것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콘텐츠가 서비스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유엔진도 이런 순서로 해외에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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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SW 비즈니스를 위한 적합한 마인드가 있다고 보나.
오픈소스SW에 대한 개념을 잘못 이해하면 소중한 소스코드만 공개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나만 잘되겠다고 하는 사고 방식도 위험하다. 파이를 키워 함께 성공하자는 마인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