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맥월드 컨퍼런스 엑스포'가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됐다. 그러나 세계 최대 온라인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스가 'DRM-Free'를 선언했고 슬림형 17인치 맥북프로를 내놨지만 반응은 좀 썰렁했다.
놀랍다는 반응이 별로 보이지가 않는다. IT업계의 살아있는 카리스마 스티브 잡스의 대타로 나온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보여준 '포스'도 예상대로(?) 크지 않았다. 잡스 대신 올라섰지만 그는 잡스가 될 수는 없었다.
애플이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올해 맥월드 컨퍼런스를 둘러싼 평가는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외신 보도만 놓고 보면 한때 비슷한 시기에 열린 소비자가전쇼(CES)까지 날려버릴듯 했던 흥행성은 크게 줄었다. '잡스도 없고 뉴스도 없다'는 심하게 까칠한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월가의 시선도 차갑다. 애플 주가는 0.7% 떨어졌다. 나스닥 지수가 1.7% 올라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뉴스 부족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이번 맥월드에 혁신적인 뉴스나 제품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아이튠스 음악 서비스에 DRM-Free 선언은 디지털 음악 산업에 걸쳐 나름 의미있는 뉴스였다.17인치 맥북프로는 8시간 쓸 수 있는 배터리를 달아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도 블록버스터는 없다는 반응이 많다. 애플과 맥월드 그리고 스티브 잡스에 대한 구경꾼들의 높은 기대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썰렁한 듯한 맥월드는 어느정도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애플은 지난해말 2009년이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맥월드가 될 것이란 '깜짝뉴스'를 내놨다. 뿐만 아니라 '흥행사' 스티브 잡스의 기조연설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맥월드를 애플발 대형뉴스를 터뜨리는 카드로 쓰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거액을 투자해 맥월드에 참가할만한 가치가 없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애플은 세계 각지에 애플 스토어란 이름의 소매점을 갖췄고 웹사이트도 트래픽 기준으로 세계 랭킹 10위권에 들고 있다. 굳이 불황에 돈써가며 맥월드에 나가지 않아도 사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맥월드에 나가는 것은 결국 돈과 시간 낭비란게 애플쪽 설명이다.
외부에선 애플이 이제 맥월드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에 지쳐버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애플은 맥월드에 참가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신제품을 내놔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제대로 됐을때 공개하는 애플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는게 이유다.
어딘가 허전한 맥월드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애플은 지난해 맥월드에서 '맥북에어'와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를 발표했는데 관중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는 평이 꽤 있었다. 아이폰 한방으로 주요 언론과 블로고스피어를 뒤흔든 2007년과 비교하면 중량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커보였다.
그러나 잡스가 있어 최소한의 흥행은 유지했다. 잡스의 존재감과 애플이 발표한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가 오버랩되면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애플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쏟아졌다.
잡스는 이번 맥월드엔 모습을 드러나지 않았고 쉴러 부사장이 '애플발 대형 뉴스'를 기대하는 구경꾼들을 상대했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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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러 부사장에게 잡스가 내뿜는 카리스마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요구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잡스가 없고 없는 맥월드는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였다. 발표의 가치를 떠나 '어텐션'(Attention) 자체가 크게 떨어진 듯 하다.
애플이 참여하는 마지막 맥월드는 이렇게 좀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