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게이머, 해킹위험 노출…구제 받을 길 없어

일반입력 :2008/12/22 16:58    수정: 2009/01/04 16:17

국내 게임사들이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하 오토) 제작판매 업자와 불량게이머 등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미 수차례 불법성 여부 논란이 일었던 오토는 게임의 질을 떨어뜨리고 게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계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오토에는 해킹 등의 음성 유틸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 엔씨소프트 오토업자에 칼 빼들다

지난달 상용화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단기간에 수백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게임은 지난 16일 개최된 ‘2008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해 업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호재가 있음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불법성이 의심되는 오토로 인해 아이온의 게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엔씨소프트는 오토를 제작 배포하는 업자와 이를 사용하는 게이머를 대상으로 강력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 오토를 제작 배포하는 총 8개 업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오토게이머 7백여 명에 대해서도 계정을 영구 압류하는 초강수를 뒀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조치에 업계는 ‘오토업자와 오토게이머에 대해 전면전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 십이지천2 기가스소프트, 오토 모니터링 직원 30여명 운영

인기 온라인 게임 중 하나인 십이지천2는 오토에 대한 강력한 조치로 유명하다. 이미 오토 등 불량프로그램을 사용한 수천 명의 게이머 계정을 압류한바 있다.

이 게임에는 오토를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자동 사냥 방지 시스템’이란 안전장치가 운영 중이다. ‘자동 사냥 방지 시스템’은 게이머가 게임내에 등장한 ‘자동 사냥 방지 창’의 간단한 숫자 질문에 답해야 하며 엉뚱한 숫자를 선택하면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십이지천2는 이러한 안정장치가 있음에도 별도 인력과 자금 그리고 시간 등이 필요해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십이지천2 서비스 사인 KTH는 “십이지천2 개발사인 기가스소프트에서는 오토 단속을 위해 약 30여명의 모니터링 직원을 운영하고 있다”며 “오토를 최종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별도 인력이 필요해 회사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외에도 R2 그라나도에스파다 열혈강호 로한 등의 온라인 게임에도 오토 단속을 위한 추가운영비용과 게임성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알려졌다.

◇ 오토 사용자 해킹 위험에 노출

국내 최대 정보보안 기업인 안철수연구소는 일부 오토에는 해킹 툴이 심어져 있다고 발표해 게이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번 분석 결과 올해 들어 개별 특정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한 전용 해킹 툴 급증, 메모리 해킹의 증가, 오토 제작 업체 수 증가, 도우미 해킹 툴의 등장 등 갈수록 지능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명포털에서 오토 해킹 툴을 검색해보면 오토프로그램을 설치했다가 해킹 툴에 감염된 사례가 쉽게 눈에 띈다.

일단 오토로 인해 해킹이 되면 게이머는 하소연할 곳이 없어진다. 게임사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프로그램을 사용했기 때문에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 게임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는 게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관계당국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각 게임사는 오토 단속을 위해 별도의 인력과 자금을 소요하고 있어 관계당국의 지원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한 게임업계관계자는 “현재 불법 여부가 애매한 오토프로그램과 장비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게임업체와 선량한 게이머다”라며 “(오토 관련)법제화 마련이 늦어질 수 록 더욱 피해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게임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오토 업자와 사용자를 강력한 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게임산업진흥 제2차 중장기 계획 발표 및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각 게임사 대표는 자리에 함께한 유인촌 장관에게 게임성을 해치는 오토 등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