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시장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적인 시스템 업체인 델도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려 하고 있다.델에서 스토리지 사업부를 지휘하고 있는 프라빈 아스타나는 “귀중한 디지털 파일을 ‘외부’에 저장하는 것을 거부했던 소비자들의 저항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델은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과 관련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단독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업체와 협력을 통해 진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아이디어를 검토중이라는 사실만 확인해줄 뿐이다.그러나 아스타나는 “클라우드컴퓨팅이 개인 이용자에서부터 시작해 그뒤 중소기업을 거쳐 대기업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혀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델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자칫하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인정하고 있다. 웹기반 서비스에 뛰어들었다고 낭패를 본 업체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대표적이다. AOL은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인 3년전 엑스드라이브를 인수하고 야심찬 행보를 보였지만 올해를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힌 상황이다.애플이 ‘3G 아이폰’과 함께 야심차게 공개한 ‘모바일미(MobileMe)’ 서비스도 잦은 오류로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은 끝에 회사가 공개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라이브메시(Live Mesh)’ 베타버전을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향한 관련 업계의 행보는 점점 빨라지는 모양새다. 아마존에 이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검색황제’ 구글도 ‘지드라이브’(GDrive)란 이름의 '온라인 스토리지'를 선보일 것이란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공식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그동안 구글이 ‘구글독스’ 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계속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확대해온 것을 감안하면 ‘구글표 온라인 스토리지’는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평가받고 있다.델도 이 분야를 노릴 수 있다. 델은 지난해 이퀄로직(EqualLogic)을 인수하고 다양한 아이스카시(iSCSI) 디스크 어레이 시장을 영토를 확장했다.델은 과연 스토리지 하드웨어 공급업체로서의 전문지식을 스토리지 서비스에서도 살릴 수 있을까. 스토리지 서비스는 분명 스토리지 하드웨어보다 복잡하지만 한 분야에서 배운 경험을 다른 분야에 확대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게 아니다.마이클 델 CEO의 존재도 델이 선보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그는 IT업계에서 가장 경험많은 경영자중 한명이다. 그는 상품 PC·서버·서비스를 팔기 시작하는 방법을 가장 먼저 생각해냈고 이를 기반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구축했다. 실패를 교훈삼아 성장해왔다. 만약 델이 온라인 스토리지 분야에서 성공한다면 구글이나 MS, 애플과 같은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로 사진과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스토리지 요구도 높아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델에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마이클 델 CEO의 승부욕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