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절묘한 타이밍에 회고록으로 활동 개시

일반입력 :2006/10/11 15:27

Ina Fried

정치의 핵심은 절묘한 타이밍이다. 전 HP CEO 칼리 피오리나가 기가 막히게 절묘한 시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일부터 발매가 시작된 회고록 ‘어려운 선택(Tough Choices)’을 들고서다. 정보 유출 스캔들로 HP가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이니만큼 칼리 피오리나에 쏠리는 시선도 최고조다. 피오리나는 지난 월요일 CNET 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보 유출 스캔들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이같은 사건이 터진 것은 이사회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있다는 징후라고 밝혔다.18개월 전 HP를 떠났던 피오리나는 이제 자신의 회고록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 2막을 어떻게 써내려갈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구상을 시작했다. 물론 정치 입문 가능성도 이러한 구상에 포함돼 있다.그녀는 “공공 서비스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중 하나”라고 덧붙이며,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주제를 다룬 이번 인터뷰에서 피오리나는 HP 이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비즈니스가 여전히 남자들의 세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 등에 대해 언급했다.과거에는 성별에 따른 정치학과 이러한 정치학이 당신의 이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당신의 이력이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꽤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성별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HP CEO일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CEO 역할이었다. HP CEO는 개인적인 관심사가 아니라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것들을 얘기하는 자리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남성과 여성은 여전히 동등하지 않다. 따라서 나 역시 남성들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데 그러한 부분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처럼, 그리고 몇 가지 이벤트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HP가 나를 퇴출시킨 것은 실적과는 무관하다. HP에서의 퇴출은 갑작스럽고 감정적인 결정이었다. HP 이사회와 이사회의 내부 역학관계에 대해서도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는데. CEO 재임 당시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한편으로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면 슬프기도 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판단에 대한 좌절감이 들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이사회의 기능장애가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어떤 측면에서는 나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이번에 밝혀진 사실 중에 HP가 당신의 전화기록도 추적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나?처음에는 화가 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런 현실이 슬프다는 생각뿐이다.특히 2005년 1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사가 보도된 후, 정보 유출에 대해 무척 화가 났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정보 유출에 대해 화가 났다는 것은 이사회와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다는 것인가?이사회에서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은 이사회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능장애는 이사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책임감보다 앞서는 경우에 발생한다. 언제나 그렇다. 내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이사회의 기능 장애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정보 유출은 곧 기능장애가 시작되고 있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단순히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평가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중점을 두었다. 자, 이제 이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얘기해보자. 서로에 대한 신뢰와 개방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이사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 중 2가지만 꼽는다면 “이번 사건이 언제나 존재해온 것인가?”와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가?”다. HP가 기업의 도를 넘어 이번 사건에 이용한 몇 가지 기법이 전부인가?이번에 사용된 기법과 전술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조사관들이 완전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 그러나 이사회의 기능 장애라는 진정한 문제에 대해서는 잊고 있는 듯하다. 이사회에서 진행된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중 하나는 제이 키워스와 패티 던간의 개인적인 불화였다. 두 사람의 불화가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내가 HP를 떠난 후 개인적인 원한과 의견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이사회의 기능장애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견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되면 이러한 기능장애가 발생한다.앞으로 상당기간 동안은 이번 책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게 되겠지만 이후 계획이 따로 있을 것 같다.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지금은 자유로운 상태이긴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금 일이 너무나 재미있다. 책을 쓰는 것도, 현재 참여하고 있는 이사회도, 내가 관련된 소송도, 그리고 연설하는 것도 모두 즐겁다. 다음에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알게 되지 않을까.정치로의 입문도 고려사항에 포함돼 있나? 그 역시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다.정치에 관심이 있나?공공 서비스는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분야 중 하나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프록시 전쟁 시절로 다시 돌아가보자. 당시 어떤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궁금하다.뒤처지고 있던 HP를 선두주자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합병밖에 없었다.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다. 당시에는 기술 후퇴, 약세 시장, 테러리스트의 공격, 경기 침체 등 여러 모로 힘든 문제들이 겹쳐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합병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고, 솔직히 말한다면 이 합병이 HP를 구했다.당시 HP는 끝도 없이 뒤로 밀리고 있었고, 관료주의화되기 시작했다. 내부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다보니 고객은 뒷전이었고, 더 이상 혁신할 만한 기술도 갖고 있지 않았다. 합병이 필요했다. 합병으로 인해 저항이 있었나? 변화에는 언제나 저항이 따른다. HP를 변화시킨 당시의 저항은 특히 격렬했다. 하지만 결국은 해야 할 일이었다.전쟁을 치렀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실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았을 일이라든가, 아니면 흘러가는대로 그대로 내버려뒀어야 했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나?변화는 언제나 저항을 수반한다. 이상적인 회사, 신화적인 창업자들, 근본적인 변화로 인해 실리콘밸리와 HP가 받게 될 영향에 대한 우려, 불신과 비관론이 팽배한 매우 부정적인 상황 등 우리가 맞서야 했던 당시에 당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 전쟁을 명예롭게 수행하고, 결국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HP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 자리에 지금 올라서 있다는 데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낀다.HP는 특히 이번 정보 유출 스캔들이 터지기 전, 성공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물론 지금의 성공적인 변신이 모두 당신의 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HP의 이같은 성공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먼저 지적할 것은 HP의 현재 모습은 방향 전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12개월 동안 변화가 없는 기업은 야수의 본성을 잃은 기업이다. HP는 1999년의 모습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서서히 전환됐다. 이러한 전환의 대부분은 내가 CEO를 맡고 있을 때 시작됐다.그동안의 변화에 대한 모든 공이 나한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HP의 지금까지의 노력이 이번 정보 유출 스캔들로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라고 생각하나?이번 사건이 매우 슬픈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는 HP라는 브랜드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을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이사회와 관리팀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이슈는 시장에서의 실적이 아니라 기업의 윤리와 성격에 관한 것이다. HP가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문제 정도로 해결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아니면 심각할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기업들은 가끔씩 윤리, 성격, 업무 처리 방식 등에 관한 문제에 부딪친다. 책에서도 많은 부분을 얘기했고, HP 재임시절 나 스스로도 했던 것처럼 업무 처리 방식은 어떤 결실을 맺었느냐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기업의 성격과 업무 처리 방식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현실적인 대화로부터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리할 수도 없으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되돌릴 수도 없다.책 내용 중에 마이클 캐펠라스를 비판한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들도 의아해할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궁합이 잘 맞는 합병이었던 듯한데. 그를 비판한 이유는?비즈니스에 관해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책을 쓸 계획이라면 실제로 발생했던 일들과 다른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진솔하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급되는 사람들이 유명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실을 비껴갈 수는 없다.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나의 경우 비즈니스에 처음 발을 들였던 초기부터 비즈니스에서 사람이 사람을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존경과 권위로 대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결과가 초래되면 또 다른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그렇다면 문제는 그가 당신을 대했던 방식 때문인가, 아니면 그가 다른 직원들을 대했던 방식 때문인가?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꽤 민감하다. 비즈니스를 시작하던 초기에 나를 비롯해 자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이용했던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나에게 소리를 치고 고함을 질러댔다.그렇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그에게 어떤 반응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고함을 질러댈 때는 내가 직접 나섰다. 권력을 갖고 있는 누군가가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을 이용하면 이들이 받는 충격은 배가 된다. 나에 대한 모욕은 참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모욕은 결코 참을 수 없다.비즈니스 세계에서 특히 성별을 염두에 둔다면 남성과 여성이 지금보다 더 많이 동등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나?지금까지 동일한 규칙을 갖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여성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거나 쉽게 편승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도 동일한 대우를 받고, 동일한 기준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종이나 성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교육과 비즈니스 운영 방식 문제 중에서 어느 쪽에 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나? 과학, 비즈니스, 기술 분야에 여성 인력이 충분한가?통계학만 본다면 답은 ‘아니오’다. 지금은 서서히 발전하고 있는 단계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비즈니스와 비즈니스 세계의 운영 방식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이 책이 특성과 이사회 관리에 대한 논쟁을 유발했으면 한다. 또 “여성을 왜 남성과 다르게 규정짓고, 묘사하며, 여성과 남성의 규칙은 왜 다른가?”에 대한 논쟁도 활발해지기를 바란다.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독자라면 “이런, 현실의 비즈니스 세계를 그대로 옮겨놨네”하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또 변화의 어려움과 필요성에 대한 고마움도 느꼈으면 좋겠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성격과 윤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는 캐리커처가 아닌 한 인격체로서 칼리 피오리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HP를 떠나고 나서 몇 주 동안 상당히 힘들었다는 말로 들리는데.커다란 충격이었다.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대화도 없었고, 그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HP를 떠나고 나서 몇 주 동안 공공장소에 나가지 못했다.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스스로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나?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나?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여전히 낙천적인 사람이고 싶다. 나는 최상의 형태와 최악의 형태 두 가지 면에서 모두 인간의 본성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 힘을 준다.후기를 통해 말하려 했던 것처럼 많은 측면에서 내 평생 믿었던 모든 것들과 HP에서 했던 가장 어려운 선택들이 지난 18개월 동안 나 스스로를 확인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말미에 내가 무엇을 확신하는지에 대해 썼다. 여러 가지 측면을 볼 때 지금 이 시기는 내게 선물이나 다름없다.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준비는 하고 있을 것 같다. 어떤 종류의 일을 할 계획인가?지난 18개월 동안 전혀 새롭고 다른 일들을 수없이 많이 했다. 또 스스로도 많이 바빴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