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내 PBX(Private Branch eXchange)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PSTN 기반의 구내 교환기 개념의 PBX가 IP 기반으로 옮겨간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CDMA 기술과 결합했다. 이것은 IP 기반의 무선 교환기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무성한 소문으로만 떠도는 유무선 통합이 기업 내부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PBX는 단순 교환기의 개념에서 진일보해 유무선 통합의 첨병으로써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IP PBX 통화 음질 대폭 개선
올해 들어 IP PBX가 고객들로부터 적극적인 도입 고려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IP 통신의 불안정성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올해 초부터 VoIP 관련 음성 압축 기술 등 관련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하나로통신의 경우, IP를 기반으로 한 구내 전화 서비스를 공식 런칭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이 사용자로 하여금 ‘이젠 IP 폰도 사용할 만한 때가 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충분했다. SL시스템즈 네트워크 사업부 김준석 과장은 “최근 IP 네트워크를 통해 음성과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VoIP 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기업의 구내는 물론 지사간 음성 통신망이 IP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구축된 IP PBX의 대략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음성 데이터 통합 기술이 구내 전화 시스템에 적용돼 구내 모든 전화기가 VoIP 지원하는 IP 폰으로 대체되고, 기업과 외부 PSTN의 접점에 VoIP 게이트웨이가 설치돼 통화를 중계한다. 따라서 국제 전화나 장거리 전화, 본사와 지사 간의 통화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돼 통신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지금까지 IP PBX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호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도 IP PBX 시장의 확산을 부추겼다.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한 장비의 경우는 컨버트 모듈(Convert Module)이라는 변환 서버 혹은 소프트웨어(일종의 소프트스위치)를 통해 호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 업체 장비로 IP PBX 일체를 구성했을 경우, 별 문제될 것없이 VoIP 네트워크에서 전용 프로토콜을 사용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종 제품으로 이뤄진 경우 컨버트 서버를 둬 업체간 호환성을 보장하는 식으로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김 과장은 “그동안 IP PBX 장비들간 호환성에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서로의 입장 차이라기 보다는 몇 년 동안 독자적으로 프로토콜이 진화하다 보니 다른 업체들과의 호환성을 맞추는 문제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WOS 이용한 유무선 통합 서비스
이런 IP PBX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WOS(Wireless Office Solution) 기반의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가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는 기존 구내 유선 교환망을 PLMN(Public Land Mobile Network)과 연동시켜 빌딩이나 단지안에서 PCS 또는 셀롤러 휴대폰 한 대로 이동전화와 구내전화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유무선 복합 서비스다.
IP PBX와 이동통신용 기지국이 결합된 구내 무선 교환기를 이용한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는 KTF가 지난해 10월 정보통신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어 올해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레퍼런스 사이트를 만들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KTF 정도로 삼성전자의 WOS인 인포모바일(InfoMobile)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도 다음달 정보통신부로부터 승인이 나는 대로 SK텔레콤 사내 벤처였던 콘텔라(Contela)의 WOS로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다.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의 탄생 배경은 무선 LAN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사무실의 레이아웃 변경이 잦고 대형공장과 같이 케이블 공사가 어려운 곳, 이동성이 많이 요구되는 사업장에 이동성을 보장하고 사용의 편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PBX 콘솔에 기지국 탑재
삼성전자는 WOS를 PBX의 확장된 형태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는 주로 DECT(Digital Enhanced Cordless Telecommunications) 대역을 사용해 무선 전화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데, DECT는 유럽형 디지털 무선전화기로 1.8GHz의 주파수 대를 사용한다. 또한 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으로 유럽 ETSI에서 처음 표준안을 제정해, 현재는 남미, 중국, 동구권까지 DECT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DECT 주파수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이를 이용해 무선 전화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나라 가정에서는 900MHz를 사용해 무선 전화기로 사용하는 형태가 이용됐고, 과거 한시적으로 발신전용 휴대폰(이하 CT2) 형식의 구내 무선 전화 시스템이 일부 사용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CT2 방식은 대외적으로 시장이 오래 가지 못하고 PCS에 밀려 사장됐다. 이후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구내 무선 전화 솔루션이 없었다.
이후 CDMA 기술이 음성 서비스 뿐 아니라, 데이터 서비스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IMT-2000 등 다양하고 폭넓은 기술들이 개발돼 유무선상에서 음성 데이터 통합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최상의 솔루션으로 꼽히게 됐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고혁진 과장은 “CDMA 기술이 국내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용해 구내 무선 전화 시스템을 구성해 보자는 취지에서 인포모바일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개발 동기를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의 인포모바일 솔루션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어떤 곳에는 기존 PBX와 연동해 게이트웨이가 설치되는 형식과 처음부터 기존 PBX를 대체하는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서비스 자체가 PCS나 셀룰러 등의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IP PBX처럼 장비 업체 주도의 서비스가 이뤄지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비스는 반드시 이동통신업체를 거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KTF와 손잡고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에 나섰다.
KTF는 지난 해부터 엔존(ⓝZone)이라는 상품명으로 기업과 대학교를 상대로 구내 무선 전화서비스를 개시해, 이미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본사를 비롯해 대우조선, 한진중공업 등 대형 레퍼런스 사이트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포모바일은 기존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연장선상에서 기업 내부에 BTS(Base Transceiver System)와 BSC(BTS System Controller)를 PBX와 함께 번들로 설치하는 형식이다.
대기업만이 받을 수 있는 특별한 혜택
엔존 서비스의 구성를 살펴보면, 내부로 들어 온 휴대폰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동통신 주파수를 잡지 않고 내부 전파를 우선적으로 먼저 잡도록 기업 내부 주요 지점에 안테나를 설치한다. 만약 서비스를 제공받는 건물이 도심과 같은 주파수 트래픽이 복잡한 곳에 위치한다면, 외부 전파보다 기업 내부 전파의 강도를 다소 강하게 하는 식으로 구축할 수 있다. 사용자가 보내고 받는 전파는 구내 무선 교환기내 BTS에 연결돼 BSC를 거쳐 PBX에 연결된다. 이것은 미니 소프트스위치 기능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콜 매니저에 이어져 콜 매니저가 고객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한편 국내에서 제공되는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는 서비스 업체가 고가의 장비를 기업에 무료로 설치하고 2∼3년간 서서히 BEP (Break Even Point)를 달성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 고객이 아니라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KTF BIZ 영업2팀 이재만 과장은 “KTF의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는 기업시장을 타깃으로 SK텔레콤의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WOS 일련의 장비 구축 비용을 KTF가 부담하기 때문에 최소 1000명 이상의 규모를 가진 기업에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가 이동통신업체의 사업적인 제한외에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다보니 트래픽이 많은 도심속에 설치할 경우 여러 전파가 한꺼번에 혼재돼 구내에서 전파를 정리해주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등의 번거러운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존 PBX와 연동 문제나, 유선 전화에 비교해 떨어지는 안정성으로 인한 추가적인 한계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고 과장은 “기본적으로 WOS는 PSTN, IP 네트워크, PLMN과 리던던시하게 연결되므로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은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콘텔라 이호 사업부장은 “SK텔레콤의 경우 대기업 고객에게는 별도의 주파수 대역을 할당할 계획도 갖고 있어 주파수 혼재 등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콘텔라·삼성전자, 각기 다른 방식으로 WOS 구축
SK텔레콤도 올 하반기부터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으로, 콘텔라 제품에 대한 성능, 적합성 등에 대한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부가 수익원을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콘텔라의 WOS는 ALL-IP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내 라우터아래 콜 에이전트와 미디어게이트웨이, BTS, 인트라넷 게이트웨이를 두고 있다. 콜 에이전트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호 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BTS와 연동해 MSC(Mobile Switching Center)나 BSC의 기능도 함께 지원한다.
IP PBX는 미디어게이트웨이와 콜 에이전트에 연결돼 있으며, 인트라넷 게이트웨이는 사내 LAN을 구성하는데 사용된다. 콘텔라는 삼성전자의 인포모바일 솔루션과 달리 BTS 정도는 직접 생산하나, 나머지는 모두 썬 마이크로시스템(이하 썬)의 하드웨어에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구성하고 있다.
콘텔라 이 부장은 “하드웨어는 썬 서버를 기반으로 하고 콘텔라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제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기본부터 삼성전자 WOS와 다르다. 이동통신서비스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WOS를 제조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SK텔레콤이 제공할 구내 무선 전화 서비스는 어떤 업체의 휴대폰이든지 상관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콜 에이전트에서 공중 망 데이터베이스와 기업내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갖고 있어 구내 번호 앞에 별도의 ‘#’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KTF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PCS 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콘텔라는 셀룰러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양사 모두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PCS건 셀룰러건 제품을 구성하는 데는 어렵지 않다고 설명한다.
SK텔레콤은 국내 500명 이상 기업 3000곳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마케팅 작업을 펼칠 계획이며, 무선 LAN, 네이트 등과 연계 판매해 시너지를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대학가 정보 인프라 구축 지원과 법인 토털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제공해 시장에서 1위 점유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콘텔라와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이 이동통신업체들의 사업적인 전략 차원에서 크게 확대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이미 CDMA 기술을 채택하기로 한 중국 등 동남아 지역을 타깃으로 판로를 넓힐 계획이다. 양사 모두 WOS가 현재는 CDMA에 부가적인 기능이지만, 향후 유무선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