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팔아먹는「Vote」바이러스

일반입력 :2001/09/26 00:00

Robert Lemos

보안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테러 사건에 대한 보복 전쟁을 해야 하는지 여부를 투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위장해 파일을 삭제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포되고 있다고 지난 24일 경고했다. 일명 'Vote Virus'가 e-메일을 통해 MS 아웃룩 e-메일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확산되고 있다고 CAI(Computer Associates International)의 보안 솔루션 담당 부사장인 사이몬 페리가 밝혔다. 이 바이러스는 '미국과 이슬람의 평화!'라는 제목과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은 미국과 이슬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지금 투표에 참여하세요'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고 페리는 말했다. 첨부파일 'WTC.exe'를 실행하면 컴퓨터 드라이브의 모든 파일이 삭제되고,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주소로 원본 e-메일의 복사본이 발송된다고 페리는 설명했다. 또한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시스템에서 운영하는 웹페이지를 손상시켜 "몇일내로 미국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제이커가 여러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문구를 보낸다. 이 바이러스는 기회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지난 9월 11일 6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냈던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의 비행기 공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페리는 "이 바이러스가 테러 공격에 가담했던 사람들과 연관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는 최근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내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고문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확률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리는 테러 공격과 이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영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한 이번 바이러스처럼 앞으로는 바이러스 제작이 좀더 사회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리는 "해커들의 이같은 행위에 염증을 느낀다. 이같은 행위를 사이버테러리즘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사이버테러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아침 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이후, CA의 10대 대기업 고객들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보고해 왔다. 전문가들도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제작됐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지만 아직 유럽과 아시아에는 피해 사례가 없다고 페리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