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자국산 우선(국산화)' 정책을 강조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업계에 불똥이 튀고 있다. 국내 관련 기업들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서도 자칫 현지 업체와의 공급 경쟁에서 발못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등에서 공급망 자립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이같은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 연산을 수행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업체 딥엑스는 최근 복수의 중국 주요 휴머노이드사가 진행한 반도체 샘플 성능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 휴머노이드 기업들의 자국산 제품 채택 기조에 막혀 실제 수주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번 검증에는 악세라(Axera) 등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팹리스 업계 한 관계자는 "딥엑스가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여러군데에서 샘플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저전력과 발열 제어 부문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국 로봇 기업들이 자국산 제품을 먼저 써야 한다는 이유로 구매주문(PO)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복수의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에 제출된 제품은 지난해 8월 양산을 시작한 딥엑스의 첫 번째 칩 'DX-M1'이다. 5와트(W)의 전력으로 25TOPS(초당 최고 25조회 연산) 성능을 상대적 저온에서 구현한다. 딥엑스에 따르면 DX-M1은 인공지능(AI) 모델 'Yolo5s' 구동 시 표면 온도가 35.5℃에 그친 반면, 글로벌 경쟁사 제품은 60.7℃에 달한다.
이 사안에 대해 딥엑스는 "현재로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은 본격적인 대량 양산 단계에 진입하면서 현지 기업들이 로봇에 채용될 고효율 NPU 칩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한정된 배터리 용량으로 수십개의 액추에이터를 구동시키고 복잡한 연산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효율 초저전력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로봇으로…번지는 자국산 우선주의
중국은 미국과 치열해지는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국 기업 육성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지난 6월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향후 5년간 전국 데이터센터 구축에 2조위안(419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민간 기업의 투자액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AI 칩의 최소 80%를 화웨이를 비롯한 자국 기업으로부터 공급 받아 엔비디아와 AMD를 사실상 배제하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조가 피지컬 AI용 반도체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내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로봇 분야에서도 반드시 자국산 반도체를 쓸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 내에서 자국산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기조가 워낙 강해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에 대한 중국의 정책 드라이브도 거세다. 중국은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휴머노이드를 최우선 기술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시는 100억위안(2조 10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했고, 상하이시는 선도 기업에 약 3000만위안(63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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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 같은 기조가 AI칩 뿐만 아니라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구동기)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자국우선주의를 강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도 국산 AI 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해선 중국의 이러한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