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00명 속옷, 두 달간 땅에 묻었다…왜?

스위스 연구진, 토양 건강 상태 조사 위해 ‘속옷 지수’ 개발

과학입력 :2026/08/28 12:40    수정: 2026/08/28 12:40

전 세계 25개국 1000명의 속옷을 두 달 동안 땅에 묻었다. 독특한 이 실험은 전 세계 토양의 건강 상태를 조사하기 위한 시민 과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IT매체 아스테크니카는 27일(현지시간) 환경과학 학술지 ‘플랜츠 피플 플래닛(Plants, People, Planet)’에 게재된 연구 논문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농생태학자 마르셀 반 데르 헤이덴은 “이번 연구 결과는 토양 관리 방식이 토양 생태계와 토양 품질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건강하고 생물학적으로 활발한 토양은 비옥도와 영양분 순환을 비롯한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토양 건강이 농업은 물론 식량 안보와 건강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토양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들판, 초원, 정원에 묻힌 2000점 이상의 속옷이 다양하게 분해되는 과정 (사진= Priska Koller, 스위스 연방 농업 연구센터)

토양 건강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는 복합 유기물의 분해 속도다. 나뭇잎이나 나무, 동물의 사체 등 유기물이 더 단순한 유기•무기 화합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영양분이 방출된다. 그러나 다양한 토지 이용 형태에 따른 대규모 분해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의 소규모 연구에서는 인간의 토지 이용 방식이 토양 생물 다양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토양의 분해 속도를 측정할 때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티백을 활용하는 ‘티백 지수(TBI)’가 사용된다. 하지만 연구진은 TBI가 세심한 취급과 정밀 저울 등 특수 장비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연구진은 보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찾았다. 앞선 연구에서 면 소재가 토양 내 분해 정도를 평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시민들이 면 속옷을 일정 기간 땅에 묻은 뒤 다시 꺼내 분해 상태를 기록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속옷 지수’로 토양 건강 측정

연구진은 25개국에서 1000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이 가운데 240명은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참가자들에게는 유기농 면으로 만든 남성용 속옷 두 벌과 티백 12개, 토양 채취용 봉투, 자세한 실험 안내서가 담긴 키트가 제공됐다. 참가자들은 실험 장소를 정한 뒤 구멍을 파 토양 샘플을 채취했다. 이후 합성 소재로 된 허리밴드 부분이 토양 표면에 드러나도록 속옷 두 벌을 나란히 세로로 묻었다.

두 달 동안 땅에 묻혀 토양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면 속옷(왼쪽)은 분해된 흔적(오른쪽)이 뚜렷하게 보인다. (사진= Nicolas Zonvi)

연구진은 속옷의 분해 정도와 기존 TBI의 결과를 비교하기 위해 각 속옷 앞에 티백 6개씩을 배치한 뒤 구멍을 다시 메우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30일이 지난 시점에 첫 번째 속옷과 티백을, 60일 후에는 두 번째 속옷과 티백을 각각 파냈다. 이후 분해된 정도를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자료와 토양 샘플 등을 연구진에게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토지 이용 방식이 분해에 큰 영향, 다음은 온도•습도

분석 결과 토지 이용 방식이 토양 내 유기물 분해와 미생물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속옷은 개인 정원에서 가장 빠르게 분해됐다. 연구진이 토양을 분석한 결과 개인 정원의 토양은 유기물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지렁이와 곰팡이, 박테리아 등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잔디밭에서는 토양 미생물의 활동이 가장 저조했다. 농경지와 목초지는 개인 정원과 잔디밭 사이의 중간 수준의 미생물 활동을 보였다.

온도와 습도 역시 미생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온이 지나치게 낮거나 토양이 건조한 환경에서는 미생물 활동이 크게 떨어졌다. 토양 내 영양분 수준 역시 분해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개발한 ‘속옷 지수(Underwear Index)’가 토양의 화학적•물리적 특성은 물론 고도와 수분 함량 등 토양 상태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기존 TBI만큼 유용하게 제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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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속옷 지수는 티백 지수와 달리 분해 정도를 육안과 촉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속옷 지수는 해석하기 쉬운 직접적인 시각적•촉각적 분해 측정 방법을 제공한다”며 “시민 과학 프로젝트에 활용하거나 토양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이상적인 도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