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올해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다. 유네스코도 이 150주년을 함께 기념한다. 백범이 『백범일지』에서 바랐던 것은 단순히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였다. 15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K-팝과 드라마, 영화와 게임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국가가 됐다. 이제 과제는 그 성취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있다. 문화예술의 기반을 다지고 K-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우리가 가진 문화자산을 국민의 삶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부 문화정책에서도 ‘문화강국’은 핵심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체부는 문화를 산업으로 바라보고 K-컬처를 미래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초예술과 지역문화 등 문화강국의 기반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제22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이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는 소위원회 구성과 함께 문체부와 국가유산청,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주요 기관의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의 2025회계연도 결산도 상정된다.
후반기 문체위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경기 안양동안을)이 위원장을 맡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충남 천안병)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재선·서울 서초갑)이 각각 여당과 야당 간사를 맡았다. 이재정 위원장은 문화예술과 K-콘텐츠, 관광산업 지원과 체육계의 공정성을 강조해왔고, 이정문 간사는 문화강국과 K-컬처를 뒷받침할 입법과 예산의 역할을 언급했다. 조은희 간사도 원칙 있는 견제와 책임 있는 협력을 내세웠다. 후반기 문체위가 문화·체육·관광·국가유산 분야의 현안을 업무보고와 결산, 이후 법안과 예산 심의에서 어떻게 구체화해갈지에 관심이 모인다.
문화 분야의 과제도 적지 않다. 이정문 간사가 최근 참석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국외에서 환수된 안중근 의사 유묵 공개 현장과 박물관·미술관 발전을 위한 정책 논의도 그 가운데 있다. 세계유산은 등재 이후의 보존·관리가 중요하고, 국외소재문화유산은 환수 이후 조사와 연구, 보존과 활용이 뒤따라야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 역시 시설 확충뿐 아니라 소장품의 연구·관리, 전문인력 확충과 지역문화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유산 정책 역시 보존·관리와 활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보존·전승을 기본으로 지역 활성화, K-헤리티지 세계화, 디지털콘텐츠와 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가유산 활용 콘텐츠를 관광과 지역경제로 연결하고, 디지털 원천자원과 실감형 콘텐츠의 제작·보급을 확대하는 방향도 담겼다.
문체부는 문화예술과 콘텐츠산업의 성장 기반을 넓혀가고 있고, 국가유산청도 국가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바탕으로 그 가치를 콘텐츠와 관광, 지역문화로 확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이 품고 있는 역사와 장소, 인물과 이야기는 K-콘텐츠의 차별성을 더하는 중요한 문화자산이다. K-헤리티지의 고유한 가치가 K-콘텐츠와 만나 새로운 문화향유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성과가 다시 연구와 보존·전승에 보탬이 되는 흐름도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국회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회가 입법과 예산을 다룬다면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은 정책을 구체화하고, 소속기관과 공공기관, 지자체와 문화현장·콘텐츠산업은 이를 현장에서 구현한다. 문화예술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일, K-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 국가유산을 제대로 보존·관리하면서 K-헤리티지의 가치를 넓히는 일은 각각의 정책영역에서 추진되지만 현장에서는 서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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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문체위는 이미 출발했다. 이제 업무보고와 결산심사, 이어질 법안과 예산 심의를 통해 문화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지는 시간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말한 ‘높은 문화의 힘’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화와 산업, 중앙과 지역, 보존과 활용을 잇는 정책이 하나씩 쌓일 때 그 힘은 오래간다. 문화강국을 말하는 시간을 넘어, 이제 문화강국을 만들어가는 정책의 시간이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