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8.4GW'는 입장권…'AI 공장 통째로 수출'하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전문가 칼럼입력 :2026/07/01 11:17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 지도를 바꿀 압도적인 숫자가 공개됐다. ‘8.4기가와트(GW)’. 정부가 빅테크와 대기업들과 손잡고 오는 2029년까지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규모다. 2035년에는 18.4GW, 누적 투자 100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삼각축으로 삼은 이 메가프로젝트는 분명 가슴을 뛰게 만든다.

그러나 십수 년간 벤처 투자 최전선에서 기술의 명멸을 지켜본 투자자의 시선에서, 차갑고도 명확한 진실을 짚고 싶다. 'GW'는 결코 승부처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글로벌 인공지능 경쟁의 판에 끼기 위한 ‘입장권’일 뿐이다.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다. 우리가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피지컬 AI 강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두 가지 제약과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 번째 제약은 ‘무탄소 전원’의 현실적 방정식이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18.4GW의 초대형 연산 기지를 돌리는 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토의 산술이자 생존의 문제다. 태양광만으로는 상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를 감당할 수 없다. 서울시 면적의 몇 배를 패널로 덮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최신 원전 15~16기에 맞먹는 무탄소 전원이 필요하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동해안 원전 계통 연계를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느냐가 이 필요조건을 채우는 열쇠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제약은 데이터 주권이다. 전력이 필요조건이라면, 그 위에서 무엇을 학습시키고 실행할 것인가는 충분조건이다. 소프트웨어를 넘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인 첨단 제조의 데이터를 현장에서 활용해야 한다.

로봇, 드론, 무인자율공장, 자율주행 등 물리 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데이터 주권이 곧 산업의 생존줄이다. 우리의 핵심 제조 공정 도면, 첨단 제조의 현장 숙련공 암묵지, 배합 비율, 국가 기간시설 제어 데이터가 미국 빅테크의 클라우드로 흘러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기술 생태계의 하위 포식자로 전락한다. 해외 GPU 할당량 조절 한 번에 국내 기업의 AI 고도화가 올스톱될 수 있는 시대다.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단순한 ‘AI서버 창고 건설’이 아니라 ‘연산·데이터 주권 기지 확보’로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

다행히 무기는 이미 준비돼 있다. 그래비티벤처스가 극초기 단계부터 투자하고 육성 중인 축산 로보틱스 기업 ‘로보스(ROBOS)’가 그 증거다. 로보스는 세상에 똑같은 형상이 단 하나도 없는 ‘비정형 생체’를 로봇과 AI가 실시간으로 인식·판단·제어하는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다.

이 난해함이야말로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핵심 해자다. 로보스가 축적하는 것은 로봇 기계 자체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의 다양성을 통제하는 법에 대한 데이터 표준과 공장 운영 노하우 그 자체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 축산 바이어들이 로봇 한대가 아니라 공장을 통째로 구매하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수출 방정식을 제시할 때다. 과거에는 로봇 팔 몇 대, 반도체 칩 몇 개를 수출했다. 미래에는 두뇌(AI)부터 팔다리(로보틱스),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 표준까지 완결된 ‘살아있는 공장 시스템 전체’를 통째로 수출해야 한다. 로보스 같은 물리 AI 챔피언이 각 분야별로 탄생해서 글로벌 데카콘으로 성장하는 날, 대한민국은 단지 기술을 파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 제조 생태계의 두뇌와 뼈대를 공급하는 공급망의 정점에 서게 된다.

하지만 로봇과 공장이라는 ‘몸’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물리 데이터를 조직의 언어로 구조화하고 실행 가능한 지능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 레이어, 즉 ‘한국형 팔란티어(K-팔란티어)’가 결합해야 한다.

정부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과 ‘한국형 인큐텔’ 전략은 반드시 이 피지컬 AI 버전으로 확장돼야 한다. 물리 AI 챔피언(몸)과 데이터 온톨로지 플랫폼(두뇌)이 국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안에서 융합될 때, 비로소 완벽한 연산 독립이 완성된다. 단, 이 데이터 기반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철저히 개방형·경쟁형으로 설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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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GW라는 거대한 숫자의 환상에만 도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거대한 전력 인프라 위에 다수의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피지컬 AI 챔피언을 빠르게 길러내고, 첨단 제조 영역별 K-팔란티어 유니콘을 키워서 데이터 주권 방어선을 치는 두 개의 축이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말잔치가 아니다. 전력 확보, 인허가, 실증 리드타임을 단 하루라도 줄이겠다는 평범하고도 끈질긴 실행력이다.

8.4기가와트는 거대한 서막일 뿐이다. 이 주권 기지가 완성되는 끝자락에서, 나는 전 세계의 생산 라인을 지배하며 ‘지능형 AI 공장을 통째로 수출하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도약을 확신한다. 이제 실행의 시간이 왔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