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W구현 시대 끝나...고객경험이 명운 갈라

'페이블5' 파장을 보고..."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SW 개발 가능"

전문가 칼럼입력 :2026/06/14 22:38

최백준 틸론 대표
최백준 틸론 대표

미국정부가 앤트로픽의 ‘페이블5’를 오픈한지 3일만에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제한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수출통제 이슈만이 아니다. SW와 AI산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필자 역시 전사 엔터프라이즈 계정을 만들어 1인당 20달러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틀간 '페이블5'를 사용해 봤다. 놀라웠다. 갤러그 게임을 만들고 다운로드받는 데 걸린 시간은 2분에 불과했다. 체감상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독립 소프트웨어(SW)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페이블5' 충격은 우리 회사 내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성능에 놀라 말 그대로 탄성과 비명을 질렀고, 그동안 난제로 여겼던 문제들이 빠르게 풀려나갔다. 12시간 만에 운영체제(OS)를 만들었다는 구글 Antigravity 사례조차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경험이었다.

필자가 직원들에게 “이제 우리에게 10일이 남았다. 세상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비슷한 변화는 업계 곳곳에서 확인됐다. 한 SI 회사의 AI 개발자 1명은 통상 10억 원 초반에 판매하는 OCR 제품을 1주일 만에 개발하고, 매뉴얼과 제품 소개서까지 1인이 완성해 국방기관에 납품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직원 200명이 넘는 회사가 제공하던 소프트웨어를 오픈클로(OpenClaw) AI Agent로 1주일 만에 개발해 자사 제품에 통합했다. OpenClaw는 한 명의 개발자가 여러 AI 에이전트를 조율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운영한 대표적 바이브코딩 사례다.

사진과 이미지를 서비스하는 회사의 한 대표는 바이브코딩으로 올린 깃허브 커밋 수가 자사 전체 개발자보다 많았다며 “이제는 내가 개발자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대표는 직원 100명을 줄이고 남는 50명으로 상장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AI 코딩 도구가 단순히 보조 도구를 넘어 개발 생산성과 조직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독립 소프트웨어(ISV)의 존재가치가 근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DLP, EDR, OCR, PDF 파서, RBI, RPA, STT, DB 관리 도구 등 그동안 독립 제품으로 존재해 온 수많은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구현 자체에 과연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연어 명령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고, 수정하고, 배포하는 바이브코딩 방식이 확산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입장벽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개발자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능을 구현하는 능력’만으로 기업이 차별화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는 누구나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기능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경쟁의 본질은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고객이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제 소프트웨어 업계의 최종 전장은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이다. 기능은 AI가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불편을 읽고, 사용 흐름을 설계하고, 감탄할 만한 UI·UX로 제품을 완성하며,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치를 전달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과 조직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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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구현의 시대가 끝날수록 마케팅과 세일즈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고객이 추구하는 경험을 설계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흥망성쇠는 개발 인력의 규모가 아니라 고객경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페이블5'가 다시 등장하면 어디선가는 비명이, 어디선가는 감탄이 터져 나올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 특히 대학과 중고등 교육은 새로운 고민에 직면했다. 술렁이고 있는 국내 AI·소프트웨어 업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비명 대신 감탄에 설 수 있을까. 정부와 기업, 개인이 어떻게 대응하는냐에 오롯이 달려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