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초저가 API를 앞세운 '가성비 AI' 전략을 코딩 에이전트와 업무 자동화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딥시크가 낮은 토큰 단가로 가격 경쟁을 촉발한 데 이어 미니맥스가 장문 코드 처리와 저비용 추론을 앞세운 새 모델을 공개하면서 중국 AI 업계가 범용 챗봇 경쟁을 넘어 실제 사용량이 큰 기업용 자동화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분위기다.
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AI 스타트업 미니맥스는 최신 플래그십 AI 모델 'M3'를 이날 공개했다. 미니맥스는 신규 아키텍처를 통해 M3의 연산 요구량을 기존 대비 최대 20분의 1수준으로 낮췄다. 또 추론 비용을 줄이면서 응답 속도도 높였다.
M3는 코딩 에이전트와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겨냥한 모델이다. 미니맥스에 따르면 M3는 한 번에 최대 100만 토큰을 처리할 수 있다. 이전 모델인 M2.7보다 처리 가능한 데이터량이 5배 늘어난 수준이다.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나 복잡한 코드베이스 분석, 장시간 작업 로그 처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M3는 엔비디아 호퍼 아키텍처 기반 칩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 최적화 테스트도 통과했다. 주요 코딩 벤치마크인 'SWE-벤치 프로'에서는 오픈AI와 구글의 최신 모델을 앞섰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다만 모델 파라미터 규모와 학습에 사용한 컴퓨팅 인프라, 세부 평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M3 출시는 미니맥스가 홍콩 증시에 이어 상하이 과창판 이중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생성형 AI 기업의 수익성 검증이 강화되면서 코딩 에이전트와 자동화 워크플로우는 주요 상용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미니맥스는 M3를 기반으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메이비스'도 밀고 있다. 메이비스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기기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다단계 소프트웨어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단순 질의응답형 챗봇을 넘어 요구사항 분석, 작업 분배, 코드 작성, 검증 등을 수행하는 'AI 프로젝트 매니저'를 지향한다.
시장 확대를 위한 가격 전략도 병행한다. 미니맥스는 M3 API 서비스 출시를 기념해 7일간 51만2000토큰 이하 사용량에 대해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개발자를 초기 이용자로 끌어들여 코딩 에이전트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행보다.
이는 딥시크가 촉발한 초저가 AI 흐름과 맞물린다. 딥시크는 최근 플래그십 모델 API 가격을 대폭 낮추며 글로벌 빅테크 대비 낮은 가격을 앞세웠다. 중국 통신사들도 토큰 단위 요금제를 내놓으며 AI 사용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AI가 통신 인프라처럼 대량 소비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딥시크의 초저가 API 전략에 이어 미니맥스는 저비용 추론 구조를 코딩 에이전트와 업무 자동화 분야로 넓히고 있다. 중국 AI 기업들의 경쟁 영역도 범용 챗봇에서 개발·업무 자동화 시장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국 AI 기업의 상용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니맥스는 최근 앤트그룹 알리페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결제 인프라를 연동했다. 글로벌 결제, 구독, 정산 체계를 활용해 소비자 대상 AI 서비스 수익화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미니맥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9% 증가한 약 79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해외 매출 비중은 73% 수준이다. 올해 2월 기준 연간 반복 매출(ARR)은 1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AI 기업에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빅테크는 최상위 모델 성능과 글로벌 생태계를 앞세우고, 중국 기업은 낮은 가격과 빠른 제품화를 무기로 시장을 넓히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 기업은 범용 모델과 API 단가 경쟁만으로 맞서기 어려운 구도가 점차 굳어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기업이 중국 업체와 API 가격만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며 "금융, 공공, 국방, 제조, 보안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에서는 국산 AI와 온프레미스 구축, 산업별 데이터 연동, 한국어 업무 환경 최적화가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AI가 저가형 대안에서 상용 업무 자동화 경쟁자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위기감도 더 높아지고 있다. 딥시크가 가격 경쟁력을 증명한 데 이어 미니맥스가 코딩·에이전트 영역에서 성능을 강조하면서 국내 AI 기업의 차별화 전략도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AI 기업들은 낮은 토큰 단가와 대규모 사용량을 앞세워 AI를 일상 업무와 개발 환경에 빠르게 침투시키고 있다"며 "국내 AI 기업은 가격 경쟁보다 보안, 산업별 데이터, 한국어 업무 프로세스에 특화된 영역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