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에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편익 대비 비용 부담이 크고 제조사 책임 부담도 커 상용화 확대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레벨3 대신 레벨2+와 레벨2++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훈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개발실 팀장은 1일 서울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자율주행 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열린 정례 세미나 'KAAMI ON AIR'에서 "업계는 레벨3의 상품성 한계를 경험한 이후 레벨2+와 레벨2++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 산업에서 가장 큰 과제는 소프트웨어와 기능 구현이다. 이 팀장은 센서 기술은 상당 부분 양산 단계에 도달한 반면 기능 구현과 데이터 확보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주요 업체들은 카메라와 레이더 등 핵심 센서의 자체 개발과 양산 체계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며 "현재 판매되는 레벨1, 레벨2 차량에도 국산 센서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레벨3 이상 자율주행은 기술 완성도 외에도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상용화 장벽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레벨2까지는 운전자 책임이지만 레벨3부터는 제조사 책임 영역으로 넘어간다"며 "레벨3는 단순히 핸들에서 손을 떼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책임 소재를 입증해야 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레벨3는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차량에 적용되는 기술로 차량 관리 상태나 센서 환경을 제조사가 통제하기 어렵다"며 "전 세계 다양한 운전자와 주행 환경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레벨3 차량은 작동 조건이 제한적이고 고가의 센서와 정밀지도 등이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이 충분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상용화된 레벨3 시스템도 작동 조건이 제한적이다.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혼다 레전드는 최고 시속 50㎞,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은 최고 시속 60㎞ 환경에서만 작동한다. 야간·터널·우천 환경이나 자동 차선 변경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3년 기아 EV9 출시 당시 옵션가 742만원의 고속도로드라이빙파일럿(HDP) 적용을 추진했지만 양산 직전 보류했다. 이 팀장은 EV9의 사례가 레벨3 기술의 상품성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으며 업계가 레벨2와 레벨3 사이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 구간을 메우기 위해 레벨2+와 레벨2++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레벨2+는 고속도로 중심 자율주행 보조와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을 지원하는 단계이며, 레벨2++는 교차로와 회전교차로, 우·좌회전 등 일부 도심 주행까지 지원하는 개념이다.
그는 "레벨2+와 레벨2++는 공식 SAE 분류에는 없는 업계 용어"라며 "고속도로와 일부 도심 환경에서 보다 고도화된 주행 보조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법적 책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형태"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데이터 확보를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활용하는 딥러닝 기반 개발 방식이 기존 룰베이스 방식보다 빠르게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 팀장은 "결국 자율주행 경쟁력은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결정된다"며 "국내 업계도 딥러닝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대규모 학습 인프라와 데이터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용 지도 기술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이 팀장은 "정밀지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량화된 HD맵 기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룹사인 현대오토에버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판단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AR HUD 기반 인터페이스 개발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레벨3 상용화 시점은 법규와 산업 생태계, 협력사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업계는 딥러닝 AI 고도화와 지도 기술, 사용자 경험 개선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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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가 주최한 정례 세미나 'KAAMI ON AIR'에서는 자율주행 기술과 법·제도, 투자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산업 현황과 미래 전망을 논의했다.
조성환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정부는 2027년 레벨3, 2028년 레벨4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술과 생태계, 사업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자율주행 산업 종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