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중국으로 불법 반출한 혐의로 기소된 슈퍼마이크로 공동 창업자가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밀반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미·중 기술 갈등에 미치는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3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왈리 라우 슈퍼마이크로 공동 창업자는 미국 검찰의 기소 이후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그는 사업개발 수석 부사장과 이사직을 맡고 있었으나 사건이 불거진 직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라우는 엔비디아 AI 칩이 탑재된 서버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로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은 라우를 포함한 임직원 3명에게 미국 수출통제법을 위반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중국으로 우회 반출한 혐의를 적용했다. 라우는 해당 혐의와 관련해 법원에 출석한 뒤 조건부로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동남아시아 소재 회사를 중간 거래자로 활용해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물류를 재포장하는 방식으로 최종 목적지가 중국임을 숨겼다. 또 내부 컴플라이언스 검증을 회피하기 위해 가짜 서버를 준비해 감사를 통과시키는 등 조직적으로 규제를 회피한 정황도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규모 면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검찰은 2024년 이후 약 25억 달러(약 3조 7500억원) 규모의 서버 거래가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최소 5억 달러(약 7500억원) 이상의 물량이 실제로 중국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인 라우는 슈퍼마이크로의 공동 창업자로, 찰스 리앙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회사를 설립한 핵심 인물이다. 창업 초기에는 영업을 담당하며 회사 성장에 기여했으며 이후 글로벌 영업 총괄과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해왔다.
과거에도 그는 회계 문제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미국 증권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았으며 이 여파로 라우는 당시 회계 책임자와 함께 사임했다. 이후 회사는 약 1750만 달러(약 263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상장 거래를 재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회사는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슈퍼마이크로는 라우를 포함한 관련 인물들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일부는 해임했으며 인텔 출신의 디아나 루나를 컴플라이언스 책임자로 임명하는 등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슈퍼마이크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마이크로는 엔비디아 AI 칩의 주요 고객 중 하나로,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AI 서버 사업에서 창출해왔다.
시장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기소 사실이 공개된 이후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하루 만에 30% 이상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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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를 넘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최신 AI 칩이 포함된 장비가 우회 경로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됐다는 점에서 규제 당국의 추가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슈퍼마이크로 측은 "공소장에 적시된 피고인들의 행위는 회사 정책과 수출 규정을 위반한 개인적 일탈"이라며 "정부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